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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11일 07시 56분 등록

분향

 


구본형

 


월정사 천년 전나무 숲길

하늘을 쳐다 보며 걸었네

초하의 흰구름 고요하고

푸른 하늘은 바람도 없네

발아래 지척으로 개울물 소리 한가하고

발 끝에 밟히는 떨어진 솔잎들이 부드러워

서울서도 생각나는 좋은 길이네

월정사 한가운데 팔각석탑이 긴 세월의 인고로 서 있고

절집 앞에 검은 글씨로 분향소라 써 있네

스님들 목탁소리 경 읽는 소리

참으로 다행이다 다행이다 생각했다네

온 몸의 뼈 다 부러져

구천을 떠도는 영혼이여

모진 결심과

헛된 무상함을 다 풀고

진무하고 쓰다듬는

이 손길과 정성을 받으소서

 

측면 한 쪽에 조촐히 모셔둔 그의 얼굴

자신의 길 힘껏 갔으니

이제는 편히 쉬세요

아내와 함께 술 한잔 부어 올리고

두 번 절을 하였네

엎드린 몸 위로 경 읽는 소리 낭랑하고

세월에 익을 대로 익은

깊은 절집의 평온함이여

뒤돌아 보지 말고 이제는 고이 가소서

담배 한 대를 놓아두니 흠향하시고

술 한 잔 따라 올리니 음복하소서

 


(2009.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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