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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22일 23시 36분 등록


현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현실은 꿈이 사라지듯

느닷없이 푸드덕 날아가버리지는 않는다.

술렁대는 바람의 기운도, 초인종 소리도

감히 흩어지게 할 수 없고

날카로운 비명 소리도, 요란한 경적도

감히 멈출 순 없다.

 

꿈속에 나타난 영상은

아련하고 모호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현실이란 말 그대도 현실일 뿐,

풀기 힘든 난해한 수수께끼이다.

 

꿈에는 열쇠가 있지만

현실은 스스로 문을 열고는

도무지 잠글 줄 모른다.

그 안에서 학교에서 받은 성적표와 상장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온다.

나비 떼와 오래된 다리미들,

윗부분이 닳아 없어진 모자들과

구름의 파편들,

그것들이 모두 어우러져 절대로 풀 수 없는

정교한 퍼즐을 만들어낸다.

 

인간이 없으면 꿈이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무엇이 없으면 현실이 존재할 수 없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누군가의 만성적인 불면증이 만들어낸 산물은

잠에서 깨어나는 모두에게 유용하게 배분된다.

 

꿈은 미치지 않았다.

미친 것은 현실이다.

비록 사건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든 버텨내려고

완강히 저항하고는 있지만.

 

꿈속에는 얼마 전에 죽은 우리의 친지들이

여전히 살아 있다.

건강한 모습으로, 아니 더 나아가

청춘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되찾은 채로.

현실은 우리의 눈앞에

죽은 이의 시체를 내려놓는다.

현실은 한 발자국도 뒤로 물러나는 법이 없다.

 

꿈이란 덧없는 연기 같아서

기억은 그 꿈을 손쉽게 털어버린다.

현실은 망각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현실이란 만만치 않은 상대다.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고

우리의 심장을 무겁게 만들고

때로는 우리의 발아래서 산산이 부서지기도 한다.

 

현실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탈출구는 어디에도 없다.

매 순간 가는 곳마다 우리를 겹겹이 둘러싸고 있기에.

끊임없이 도망치는 우리의 피난길에서

현실은 매 정거장마다 먼저 와서 우리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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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했다. 그런데 말야, 이렇게 가슴을 쳐도 불꽃이 일지를 않아. 제치기를 하면 온몸이 흔들리니 불꽃이 일까?

순간 숨이 멈췄다. 그렇구나. 왜일까? 그렇게 라도 불꽃이 인다면 마냥 두고 싶었다. 현실이 꿈이기 때문은 아닐까? 지금의 삶도 한때의 꿈이었다. 다만, 꿈을 이루면 현실이 되어 버려 또 다른 꿈을 꾸게 될 뿐. 꿈길의 원동력은 각자 다를 터인데 평범함에서 비범하게 된 자들처럼 더 큰 간절함을 위해 깊은 고독의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일지도. 그 고독에서 꺼지지 않는 불씨 하나 가지게 되기를.

 그대, 알고 있으리라. 이미 대답보다 중요한 질문을 던졌으며 내적 대화의 삶이 깊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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