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1574
- 댓글 수 0
- 추천 수 0
다시 태어난다는 것
구본형
현자들은 영혼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해
옳은 말이지
근데 육신의 목소리는 어떻게 해
육신의 목소리를 거부할 수 없어
황홀한 이 몸을 가지고 있으니
골치가 아파졌어
그래서 이렇게 외쳤어
육신과 영혼이 가자는 대로 가거라
그랬더니 난리도 아니게 이 두 놈이 서로 싸우는 거야
어느 날 육신이 찾아 와 이렇게 말하더군
아무도 읽어 주지 않는 절망 속에서 10년 20년을 기다릴 수 있어?
대중이 열광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야 해
그랬더니 영혼이 그러더군
네 길을 가거라
젠장 내 길이 무언지 알 수 없어
그때
문득 자살이 뭔지 알게 되었어
자살은 어떤 시간대의 삶에서
삶에 대한 자세 자체를 죽이는 거야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이 삶을 고집하는 시끄러운 육신을 죽이는 거지
다시 살기 위해
죽어야 하는 죽음은 영적인 죽음인데
덜컹 육신을 죽여버리는 거야
전구가 깨지면
빛도 사라져
죽일 때는 죽어도 죽지 않는 놈을 죽여야 해
처음 영혼을 죽여 사막에 버렸어
그러자 그 놈이 다시 돌아 왔어
이번에는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던져 넣었지
그러자 그 놈은 다시 살아 되돌아 왔지
이번에는 그 놈을 죽여 꿀꺽 삼켜 버렸어
안 돌아 오는 거야
덜컥 무서워져 불러 보았어
영혼아 어디에 있느냐
그러자 내 영혼이 대답했어
네 몸 안에 있지
드디어 그 놈이 있을 곳에 있구나
육신의 안에 들어가 있구나
난 아주 기분이 좋아졌어
-역시 캠벨을 위한 습작(2009. 1. 25)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998 | [스승님의 시] 쓰는 즐거움 | 정야 | 2015.04.27 | 1651 |
3997 | [스승님의 시] 이른 아침 바다에서 헤엄을 쳤다네 | 정야 | 2015.04.26 | 1902 |
3996 | [스승님의 시] BOL 비치에서 | 정야 | 2015.04.25 | 1718 |
3995 | [스승님의 시] 그 밤 달빛 수업 | 정야 | 2015.04.24 | 1650 |
3994 | [스승님의 시] 섬으로 가는 길 | 정야 | 2015.04.23 | 1682 |
3993 | [스승님의 시] 소년의 기쁨으로 살 일이다 | 정야 | 2015.04.22 | 1643 |
3992 | [스승님의 시] 작은 자그레브 호텔 | 정야 | 2015.04.21 | 1639 |
3991 | [스승님의 시] 여행의 계보에 대한 단상 | 정야 | 2015.04.20 | 1637 |
3990 | [스승님의 시] 여행은 낯선 여인처럼 | 정야 | 2015.04.19 | 1744 |
3989 | [스승님의 시] 여행 | 정야 | 2015.04.18 | 1658 |
3988 | [스승님의 시] 어느 날 그 젊은 꽃 붉게 피었네 | 정야 | 2015.04.17 | 1604 |
3987 | [스승님의 시] 범을 키워야 해 | 정야 | 2015.04.16 | 1664 |
3986 | [스승님의 시] 사람을 섬겨야지 | 정야 | 2015.04.15 | 1592 |
3985 | [스승님의 시] 사랑은 | 정야 | 2015.04.14 | 1674 |
3984 | [스승님의 시] 절정 순간 | 정야 | 2015.04.13 | 1622 |
3983 | [스승님의 시] 신부님, 나 참 잘했어요 | 정야 | 2015.04.12 | 1548 |
3982 | [스승님의 시] 분향 | 정야 | 2015.04.11 | 1694 |
3981 | [스승님의 시] 나는 없다 | 정야 | 2015.04.10 | 1686 |
3980 | [스승님의 시] 올해 | 정야 | 2015.04.09 | 1481 |
3979 | [스승님의 시] 결혼 | 정야 | 2015.04.08 | 16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