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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9일 23시 36분 등록


낙화유수落花流水

 

함성호

 


네가 죽어도 나는 죽지 않으리라 우리의 옛 맹세를 저버리지만 그때는 진실했으니,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거지 꽃이 피는 날엔 목련꽃 담 밑에서 서성이고, 꽃이 질 땐 붉은 꽃나무 우거진 그늘로 옮겨가지 거기에서 나는 너의 애절을 통한 할 뿐 나는 새로운 사랑의 가지에서 잠시 머물 뿐이니 이 잔인에 대해서 나는 아무 죄 없으니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걸, 배고파서 먹었으니 어쩔 수 없었으니, 남아일언이라도 나는 말과 행동이 다르니 단지, 변치 말자던 약속에는 절절했으니 나는 새로운 욕망에 사로잡힌 거지 운명이라고 해도 잡놈이라고 해도 나는, 지금, 순간 속에 있네 그대의 장구한 약속도 벌써 나는 잊었다네 그러나 모든 꽃들이 시든다고 해도 모든 진리가 인생의 덧없음을 속삭인다 해도 나는 말하고 싶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속절없이, 어찌할 수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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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숙명은 나비를 유혹하는 것.  달콤한 꿀을 머금고 가장 아름다운 모양과 빛깔로 매혹적으로 피어 나비를 유혹하는 일이지. 오직 씨앗을 위해. 꽃이 질 때는 그 소명을 다했을 때뿐.

 

들꽃에 앉은 가을나비 한 마리 보았지. 들꽃은 달콤한 꿀 방울방울 내어주며 가을나비를 깊이 안아주었네. 그것은 씨앗을 위한 것보다 순전히 그리움과 성찰로 깊어진 사랑 때문이었네. 아니, 본능이었네. 꽃은 그것을 전하려는 듯 나비를 깊이 바라보았지. 그러나 나비는 이미 알고 있었네. 신은 신답게 살고 나비는 나비답게 살고 꽃은 꽃답게 살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그럼에도 들꽃은 나비를 품고 흐르는 물위에 떨어져 물결이 이끄는 대로 멀리멀리 흘러가기를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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