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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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슬픔
홍성란
너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차마, 사랑은 여윈 네 얼굴 바라보다 일어서는 것, 묻고 싶은 맘 접어두는 것, 말 못하고 돌아서는 것 하필, 동짓밤 빈 가지 사이 어둠별에서, 손톱달에서 가슴 저리게 너를 보는 것 문득, 삿갓등 아래 함박눈 오는 밤 창문 활짝 열고 서서 그립다, 네가 그립다, 눈에게만 고하는 것 끝내, 사랑한다는 말 따윈 끝끝내 참아내는 것
숫눈길,
따뜻한 슬픔이
딛고 오던
그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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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도 이러했다. 마음 속으로는 수백 번 말하지만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할 이야기 수천 가지지만 말하지 못하는. 시인의 말처럼 사랑한다는 말은 끝끝내 참아내는 것이었다. 슬프게도 나의 사랑은 늘 그랬다. 우정이라면 재잘거릴 수 있는데 사랑이라면 마음은 폭풍쳐도 말문은 닫혀버리는. 아마 나는 전생에도, 그 전생에도 그러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런 사랑법으로 오래가는 꼴을 못 보았다. 그래서 이 시도 ‘사랑’이 아니라 ‘따뜻한 슬픔’이 된 것일 게다.
표현하지 못한 나의 사랑은 여전히 내 가슴속에 꽉 차 있어 사랑의 시를 좋아하고 러브스토리에 잘 빠져들고 아이들을 더 포근히 안아줄 수 있는 것 같다. 긍정적 부작용이다. 하지만 가슴만 끓이는 이런 사랑법, 이제 싫다. 수만 가지 다른 모양으로 이는 사랑의 감정을 마음이 시키는 대로 나답게 표현하고 싶다. 죽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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