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1894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사는 이유
최영미
투명한 것은 날 취하게 한다
시가 그렇고
술이 그렇고
아가의 뒤뚱한 걸음마가
어제 만난 그의 지친 얼굴이
안부 없는 사랑이 그렇고
지하철을 접수한 여중생들의 깔깔 웃음이
생각나면 구길 수 있는 흰 종이가
창밖의 비가 그렇고
빗소리를 죽이는 강아지의 컹컹거림이
매일 되풀이되는 어머니의 넋두리가 그렇다
누군가와 싸울 때마다 난 투명해진다
치열하게
비어가며
투명해진다
아직 건재하다는 증명
아직 진통할 수 있다는 증명
아직 살아 있다는 무엇
투명한 것끼리 투명하게 싸운 날은
아무리 마셔도 술이
-----
사는 것처럼 살고 싶다! 때로는 머리로 들어와야 할 것이 가슴으로 들어와서 사는 게 사는 게 아니게 할 때가 있다. 시가 그렇고 바람이 그렇고 무심할 수 없는 이름 석 자가 그렇다.
시집을 들추다가 오래된 편지를 보았다. 무심히 넘길 수 없는 이름 석 자, 지평선위에 뜬 별이 나에게 특별해지기 전에 오갔던 이야기들. 별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희망을 주지. 그럼에도 나에게만 특별한 빛을 보냈을 거라고 나는 행간을 읽고 또 읽고 있었다. 바보같이. 한가지는 분명히 알아냈다. 그대, 예나 지금이나 가슴 뜨거운 푸른바다라는 것을.
객관적이었던 것이 주관적인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이 마냥 기쁜 일만은 아니다. 특별해지면 투명해지기 더 어렵다. 아무나여서 조잘거릴 수 있고 아무나라서 이름 석 자 들고 불쑥 찾아갈 수도 있었음 좋겠다. 나의 넋두리는 간절하지 못하여 이리도 캄캄한가. 나는 오늘도 이렇게 치열하게 헹궈가며 투명해지려 애쓴다. 이런 것이 살아있다는 무엇이란 말인가!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958 | 혼자놀기 3 - 쓰기 [2] | 한명석 | 2006.09.25 | 1468 |
3957 | 성공을 왜곡하라 | 꿈꾸는간디 오성민 | 2007.05.14 | 1468 |
3956 | 현장르뽀 8 [3] | 백산 | 2007.11.04 | 1468 |
3955 | 인사 [2] | 珏山 | 2007.12.04 | 1468 |
3954 | 명상과 마음... [1] | 이종승 | 2006.06.11 | 1469 |
3953 | 글 쓸 때의 기분 [1] | 신재동 | 2007.12.17 | 1469 |
3952 | [29] 하늘 보며 걷는 5월 [4] | 써니 | 2007.05.05 | 1470 |
3951 | 기적 [4] | 오병곤 | 2005.12.01 | 1471 |
3950 | 사랑을 좋아하는 이유 | 사랑의 기원 | 2006.01.07 | 1471 |
3949 | 내 인생은 회사와 함께 끝나는 게 아니에요 [1] | 임효신 | 2007.03.25 | 1471 |
3948 | 11월 시간분석 [3] | 박노진 | 2005.12.01 | 1473 |
3947 | 책 한권 고르는 것의 어려움 [5] | 김도윤 | 2007.04.22 | 1473 |
3946 | 어떤 사람에 대한 생각 [3] | 이종승 | 2006.04.05 | 1474 |
3945 | 성장이란 화두 | 박노진 | 2006.09.24 | 1475 |
3944 | 레슬리 파나스의 첼로독주회를 다녀온 후 [1] | 박미영 | 2006.02.18 | 1481 |
3943 | 가장 싫어하는 말... | 김성렬 | 2006.03.08 | 1484 |
3942 | 내린천 래프팅 수난기 (4) [1] | 원아이드잭 | 2006.08.24 | 1484 |
3941 | 어려운 이야기는 안 한다. [3] | 김성렬 | 2005.07.09 | 1485 |
3940 | 긴장 없는 일상 [1] | 신재동 | 2005.12.01 | 1488 |
3939 | -->[re]여행사진 몇장 [1] | 신재동 | 2007.10.03 | 14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