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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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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1일 09시 29분 등록
11월 시간 분석

가을이 가져다 준 자연의 모습은 필설로 표현하는 것보다 직접 눈으로 맞이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어느 틈엔지 긴팔 옷을 입고 다녀할 때가 왔음을 알았다. 아침저녁의 기온차가 환절기임을 알게 했고, 북한산의 막바지 붉으디 붉은 단풍이 가을의 중턱을 넘어가고 있음을 의식케 했다. 더불어 하루하루 바쁜 시간들이 왔다가 지나갔으며 채 쓰임을 받지 못한 그들중의 일부는 비웃기라도 하듯이 내 주변을 맴돌다 새벽녘의 안개속으로 사라져갔다. 11월이 멀어져가는 어느 시간에선지 심하게 앓았다. 추웠다. 밤새 그치지 않는 기침과 몸살로 며칠을 혼자서 버림받은 시간이 퍼트린 바이러스와 싸워야만 했다. 너무 힘들었다.

11월에는 가을 농사를 추수하는 의미가 있었다. 추수라는 것은 가을의 풍요함을 의미하고 농부의 게으른 겨울을 보장하는 의미도 있음을 알고 있다. 게다가 상징적으로 한 해의 결실을 말함이니 농부가 아닌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 때이른 면도 없잖아 있겠지만 내겐 추수만큼이나 여러 의미들이 있었다. 먼저 지역 벤처협회에서 준비하는 가장 큰 행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리운 꿈벗들의 가을 전체모임도 있다. 이 두가지 행사가 어찌하다 보니 실무책임을 맡게 되어 정신없이 바쁜 11월 한달이었다.

[2005 충남 벤처인대회] 이 행사는 2005년 지역 벤처기업들과 중소·벤처경영자들, 대학과 유관 기관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 해 동안 이룬 성과를 자축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탁월한 경영실적을 올린 기업에게 ‘충남벤처기업대상’을 시상하는 충남지역 최대 민간주최 기업행사이다. 올 해 2회째인 이 행사는 도지사와 지방중소기업청장이 직접 참가할 정도로 규모가 커진데다 250명 이상이 참석하는 대규모여서 행사 1주일 전부터는 하루 종일 이일에만 매달려야 할 정도로 정신없이 보냈다. 행사 당일 도에서 직접 행사진행과 시나리오를 담당하는 등 우리의 의도와는 좀 달라지긴 했지만, 별 탈 없이 잘 치러졌다. 이제 이 행사는 민간단위 최고 권위의 행사가 되었음을 자타가 인정하였다. 많은 분들이 인사를 한다. 고생했단다. 그 날 밤 폭탄주 일곱 잔에 뻗었다.

1월 말 “내 꿈의 첫 페이지”라는 꿈을 찾아 떠나는 3박 4일간의 프로그램에 참가했었다. 구본형 선생님께서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품삯으로서의 일을 거부하고 자신의 꿈을 구현하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보람과 의미로서의 일과 직업을 단식이라는 과정을 통하여 같이 참가한 꿈 벗들과 함께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다. 벌써 5기까지 진행되었고 참가한 꿈 벗들이 37명이나 된다. 6월에는 평창에서 1기 주최로 전체 모임을 진행했었고 이번은 2기(우리는 우리 모임을 줄탁동기라 부른다.)에서 주관하여 치르는 것이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고 행사도 즐겁게 잘 진행되어 정말 기쁘고 기분 좋은 날이 되었다. 다음날 시골에서 시제가 있어 마지막까지 함께 하진 못했지만 나에겐 스스로 즐겨한 대표적인 놀이이자 일이었다.

그리곤 심하게 앓았다. 나도 이렇게 아플 때가 있구나 할 정도로 며칠을 집에서 아무 것도 못하고 누워있었다. 그냥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몸이 스스로 나아질 때까지 푹 쉬었다. 이럴땐 백수라는 것이 참 좋다. 다시 추슬러 일어나니 벌써 11월이 며칠 남지 않았다. 그 며칠 동안 지난달에 실험했던 일주일중 하루를 뚝 떼내어 글을 쓰고 책을 읽던 실험을 잠시 중단하기로 마음먹고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하러 나섰다.

어릴 적부터 음치라 불릴 정도로 노래를 못 부른다. 음정, 박자, 가사가 다 따로 노는 완벽한 음치수준이다. 지금도 노래방가자는 사람이 가장 싫을 정도이다. 그래 노래를 못 부르면 다른 재주라도 배우자. 그래서 초등학교 다니는 딸이 배우는 피아노 학원에 등록하였다. 며칠 째 다니지만 고사리같은 손들과 함께 건반을 두드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끔 학원에서 만나는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아빠를 둔 딸애의 이쁜 얼굴을 보는 기쁨도 누구에게 나눠주기 싫은 나만의 즐거움이다.

여름 완당을 만나고 난 이후 알지 못할 절실한 마음으로 완당을 그려본 적이 있었다. 막연한 그리움 이었던가 아님 그런 마음이 나를 이끌었던가 하여간 가을이 다가오는 시점에 ‘의암 김정호’님을 만났다. 하루 2시간 자신에게 투자하라는 스승의 말씀에 스승만큼 이를 잘 지키는 이를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만한 이를 만난 것이다. 매일 천자문을 한 번씩 써 스스로를 수련하는 이다. 직접 지켜보지 않고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 난 믿었고 내게 이런 분을 만날 수 있게된 행운에 감사했다. 몇 차례의 술자리 끝에 그 분에게서 붓글씨를 배우기로 하였다. 붓글씨가 목적이 아니라 논어와 맹자를 직접 써서 배우고 싶은 욕심에서 시작하였다. '노동과 경영'인 연구주제에 그리고 '코리아니티 경영연구'라는 큰 과제에 이 두 고전은 필독서이다. 서예라는 것이 자기 수양의 의미가 강하지 않은가. 한 번 자리 잡으면 두세 시간은 금방 지나갈 정도로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작업이라는 것을 금방 배웠다. 그래서 즐거운 시간들이 추가되었다.

가을 내내 대학원 준비에 많은 공을 들였었다. 여러 분들의 의견도 들었고 스승께서는 구체적으로 어느 대학원까지 지목하셨을 정도로 많은 관심과 애정속에 원서를 제출했지만 결과는 낙방이다. 너무 자만했을까? 사전 전공 교수님을 찾아가든지 e-mail로라도 나는 이런 사람이고 꼭 공부해야 하니까 기억해 주시오 라는 접속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받았건만, 그것이 올바른 것은 아닌 것 같아 서류만 접수했었다. 사실 야간 경영대학원이 실력으로 들어가는 것만은 아닌 것이야 어느 대학이라고 틀리겠는가만은, 아직도 세상사는 요령이 부족한 건가 싶기도 하지만 이젠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지방대학 출신에 20년 만에 졸업한 것 하며, 학점도 낙제를 간신히 면할 정도니 말해 뭐 하겠나 싶어 내년을 기약하기로 했다. 내년 여름에는 잘 준비해서 아쉬움을 남기자 않도록 해야겠다.

그래도 하루의 기록은 게을리 하지 않아 개략적인 타임체크는 가능했다.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독서, 글쓰기, 연구 활동(이 부분은 후반에 학원 다니는 시간으로 대체하였다), 운동의 4가지 틀에 하루 2시간씩을 배당하고 하루 투입한 시간 양을 분석하는 것이다. 아직도 투입된 양의 절대치에 따른 질의 비교분석은 어렵다. 아마 내년 어느 쯤 에선가 절대시간량과 그에 비례한 산출아웃풋의 질과의 비교를 할 수 있겠지. 책 읽는데 32.2시간, 글 쓰는데 19.5시간, 연구 활동에 16시간, 운동에 31.2시간을 사용하였다. 목표시간대비 56% 정도 달성하였다. 항상 핑계를 찾곤 하지만 이번 역시 아쉬운 시간들이 너무 많았다. 우선 읽고 쓰는 것이 일정한 그리고 정례적인 일과로 자리 잡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12월은 여러 가지 모임이 많겠지만 새벽과 오전에 읽고 쓰는 일과에 집중해야겠다. 달이 지나 결심만 하니 더 초라해진다. 그리곤 읽은 책은 반드시 서브하는 습관을 들이고 난 후 다음 책으로 넘어가야겠다. 많이 본다고 머릿속에 남아 주지는 않는 것 같다. 이 점에서는 연구원 오병곤님의 습관이 참 좋은 것 같다.

12월 시간분석 작업을 끝내고 다시 한 번 언급할 생각이지만 이 작업을 통해서 내게 느끼는 점은 무엇보다도 내 자신의 시간활용도를 알 수 있어 나의 한 달을 부감(위에서 촬영하는 방식)해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하루가 조직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하루를 즐길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이런 과정이 하루 이틀 그리고 한 달 또 한 달 지나 어느 덧 날마다 반복되는 습관적 맹목성을 공격하여 꿈을 현실로 불러들여 나의 강점과 연결하는 또 다른 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을 위해 부족한 나를 세상 속으로 투명한 유리알처럼 속살을 드러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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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기원
2005.12.01 12:08:06 *.190.172.34
박사장님의 진솔한 삶이 그대로 펼쳐져 있습니다.
이글은 저에게 많은 가르침이 있는 글입니다.
시간과 개인의 건강 그리고 가정의 조화 자신의R&D을 어떻게 해야할지?
12월 좋은 결과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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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2005.12.01 13:35:21 *.110.0.149
멋진 글 입니다
저도 지난 11월을 분석하는 시간을 당장 갖어야 겠습니다
뿌듯함 보다는 아쉬움과 반성이 크겠지만...분석을 통한 변화와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생각 됩니다
제가 많이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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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요한
2005.12.06 14:02:49 *.231.169.35
사형! 더 큰 자유를 위해 자유속에 질서를 부여하는 모습이 멋드러집니다. 덕분에 제 모습도 많이 돌아보네요. 저도 날아 올라서 올 한해를 내려다 보아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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