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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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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24일 19시 19분 등록
성장이란 화두

아침 신문을 보다가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주식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다는 그가 분배(주주배당)쪽으로 기우는 최근의 분위기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듯한 입장을 표시하였다는 내용이었다. 성장과 분배라는 화두가 현 정권 들어 수 십 차례 논쟁의 한 가운데 서 있었을 만큼 예민한 용어였기 때문에 그냥 흘려 지나칠 수가 없었다.

“기업인들이 투자를 안 합니다. 돈을 쌓아 놓고만 있으면 기업의 미래도 없고, 그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투자자, 편드 투자자들의 미래도 없는 겁니다. ······ 기업들은 외국펀드 M&A 위협 때문에 불안하고, 외국 펀드의 배당 요구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완전히 고령사회가 되기 이전에 높은 성장이 필요해요. 배당만 높이 할 때가 아닙니다. ······ 물론 배당을 많이 해주면 좋습니다. 그러나 기업이 연구개발이나 신규사업 투자를 게을리하고 이익을 나눠주면 그런 고배당이 몇 년이나 가겠습니까?”

주식하는 이의 말이니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와 그의 기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쉽게 내뱉은 말은 아닐 것이니 인터뷰기사는 어느 정도 신뢰성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기업이건 나라건 장기적인 성장과 주가상승이 가능해진다면서 연구개발·신규사업 등의 투자없이 배당에만 전력하는 기업은 보유지분을 바탕으로 주주총회에서 강력하게 의의를 제기하겠다고 한다.

작년 여름 당시 사회를 휩쓸던 적립식펀드 열풍에 세 개의 펀드에 가입하였다. 당시 대표적인 세 개의 펀드에 일정액의 금액을 1년 동안 불입하고 그 결과를 리서치해보고 싶었다. 1년이 지난 올 여름 수익률을 확인해 보니 두 개의 펀드는 어느 정도 수익이 난 반면 남은 한 개의 펀드는 원금을 까먹었다. 올 초부터 주식시장의 곤두박질과 요동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설마 원금을 까먹으리라곤 예상치 못했다. 바로 그 원금을 까먹은 펀드운용사가 적립식 펀드하면 바로 떠오르는 기업이었으니 그에 대한 반감이 없지는 않을 터지만 미운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가 쌓아 놓운 이미지와 노력 그리고 우상적 신화에 대한 맹신 때문일 것이다.

펀드는 언제든지 주식을 팔고 떠날 수 있는 ‘단기투자자’라고 한다. 단기간에 많은 배당을 타내기 위해 경영진을 압박도 서슴치 않는 것이 펀드운용사와 운용매니저들이고, 그런 이해관계인들이 모인 기업의 총수가 주식시장에서도 단기적 관점에서 배당을 우선하는 분배보다 장기적인 기업가치제고를 위해 투자를 우선하는 성장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이 이채롭게까지 보였다. 우선 무엇보다 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을 가져야 한다는 확신을 보인 점이 관심을 끌게 한다. 현대의 故 정주영 회장은 수십 년 후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중후장대형 기간산업을 만들어 냈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변화하지 않는 기업을 향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말로 삼성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 긴 안목, 기업의 생존에 대한 필사적인 노력으로 투자와 성장을 바라본 앞선 선배 기업인들처럼 그 역시 이러한 생각이었기를 바란다.

투자를 머뭇거리는 기업들에게는 보유중인 장기펀드의 주식을 회수해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말은 당장의 이익보다는 신규사업에 투자해서 기업의 미래동력을 강화하자는 말과 같다. 주주의 이익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여 주가를 떠받치거나, 불필요한 자산을 하루 빨리 매각해서 주주 이익을 실현하는 등의 배당 우선론에 대하여 회사의 장기비전을 위해 연구개발, 신규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중시해야 하는 것에 진지하게 한 표 던지고 싶다.

물론 돈을 쌓아놓기 보다는 주주들에게 이익을 나눠주어야 한다는 것과 경영투명성을 개선해서 주가를 상승시키는 효과가 결국은 이득이라는 배당우선론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단기적인 이익을 눈앞에 두다가 함께 망할 지도 모르는 현실을 내 문제가 아니라고 외면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러나 주머니 쌈지 돈을 자꾸 빼가기나 하고 채우기를 게을리 한다면 고배당의 신기루가 몇 년을 갈 수 있겠는가? 우선은 채우는데 주력해야 한다.

얼마 전 연구해 보고 싶은 세 명의 인물을 꼽은 적이 있었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타입(?)이기도 하고 그들의 성공스토리가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그 중 박현주 회장의 기사가 났길래 그의 생각이 비록 그의 속내와는 다를지라도 한편으론 그의 처해진 위치가 이미 공인의 그것을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말과 행동이 다르게 나타날 수 없음을 알고 그의 마음을 내 식으로 정리하려 한 것이다.

어찌 성장이란 화두가 기업에만 적용될 수 없음은 쉬 짐작할 수 있다. 성장이란 기업이나 개인이나 투자에 의해서만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투자는 그의 핵심역량을 확보하고 재생산하는 과정에 쓰여 져야 한다. 기업은 연구개발을 통하여 해당 업종의 리더가 되고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개인 역시 시간이라는 공평한 자원의 집중과 배분을 통하여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그것으로 먹고 살고 빛나야 한다. 성장이란 자꾸만 곁가지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곧고 바른 본체를 두껍고 높이 쌓는 것이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에셋의 방향전환이 올바른 기업방향 설정의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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