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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 한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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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16일 09시 29분 등록
최근 고향에 계신 노부모님을 뵙고 오면서, 이승에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해서
곰곰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 개인의 어찌할 수 없는 한계상황은, 생노병사로 압축됩니다.
출생이 내 자유의지와 상관 없이 이루어졌듯, 늙고 병들고 죽는 일 또한 내 의사대로 주관할 수 없습니다.
다만 내가 살아있는 동안 어떤 삶을 살 것인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제가 30여년간 사숙해오던 작가분께서 폐암으로 투병중이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건강에 각별히 마음을 써야하는 상황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이처럼 무서운 병마가 그 분에게 찾아 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터라 마음의 충격은 큰 것이었습니다.

작가는 오래 살아야한다는 게 독자로서 품어온 염원이었습니다.
그 분들은, 이 세상의 아픔을 먼저 앓아내어, 어두운 밤길을 걸어가는 후행자들에게 희망과 빛을 제공해주는 선지자들이기 때문입니다.

개똥밭에 구르더라도 이승이 낫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 있기에 모든 변화가 가능합니다.
오늘은 비록 내가 반달로 뜰 수 밖에 없을지라도, 하루를 갈고 닦노라면 만월의 광명을 기대해 볼 수도 있습니다.

비록 가까이에서 모시지 못하는 부모님이지만 같은 하늘 밑에 살아계시다는 이 사실이 저를 지탱하고 깨어 있게 합니다.
무병장수하시길 바랍니다.

지금 병마와 겨루고 계시는 선생님!
부디 꿋꿋이 이겨 내셔서 다시 좋은 작품으로 저희와 만나지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오늘 제가 이 땅에 살아 있음에 새삼 감사드리고, 어떤 곤경에 처할 지라도 이 목숨을 품위있게 지켜나가겠습니다.





IP *.233.20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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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9.15 15:28:10 *.70.72.121
"오늘 제가 이 땅에 살아 있음에 새삼 감사드리고, 어떤 곤경에 처할 지라도 이 목숨을 품위있게 지켜나가겠습니다."

희주 언니,
골치 아픈 일로 시달리다가 방금 들어와 이곳에서 언니야 글을 보니 반가운데 마음 아픈 소식이네요.
생명 앞에 그보다 더 중한 무슨 사정이 있겠어요. 마치 천 년 만 년 살 것처럼 철없는 인생을 살아감이 부끄러울 따름이지요.

그분께서 미처 글로 남기시지 못한 아쉬움 병마와 싸우시며, 우리에게 생명의 귀함과 살아 있음에 감사한 일상을 새삼 일깨우시려나봐요.

모쪼록 그분의 쾌유를 손모아 빌며, 저 또한 다시 지혜로움을 모아 봐야 겠어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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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놈
2007.09.16 00:32:01 *.126.57.198
한희주선생님, 뵈온지 제법 되었습니다.
차회 자연생태포럼은 서포터즈 모임과 함께 하자는 의견에 따라 그 일정이 잡힐 때 까지 포럼 일정을 조직하지 않고 있어 더욱 뵙기가 쉽지 않군요. 그 고우신 절제된 미소를 뵈올 날 고대하겠습니다.

저도 숲을 거닐며 알게 되었습니다.
숲 속에 사는 모든 개별 생명은 자신을 위해 매 순간을 사는 것으로 신이 부여한 생명체로써의 소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놀랍게도 그 평범한 개별적 삶이 모여 지구의 존재 기반이 되는 숲 생태계를 이룬다는 사실을.
그러니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은 사는 그 순간 끝까지 매 순간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이야 말로 모든 생명의 존재이유라는 사실 말입니다.

지난 번 산행 비빔밥 정말 맛있게 고맙게 잘 먹었습니다.
글로나마 자주 뵈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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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
2007.09.16 15:25:47 *.248.64.252
오프에서 보여주신 모습이나
올려주시는 글에서나
품어나오는 향기는 은은한 솔향입니다.
아무리 만나도, 읽고또 읽어도 지루함이 없습니다.
한희주님을 알고있다는 것이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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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주
2007.09.16 17:26:16 *.233.202.88
가을로 접어드는 길목에 비 소식이 끊이질 않네요.
맑은 하늘과 소슬한 바람이 기다려집니다.
써니님, 행복숲지기님, 기원님. 우의 넘치는 댓글에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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