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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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일서정秋日抒情
김광균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포화에 이즈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 품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 열차가 길을 달린다.
포플라 나무의 근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에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호올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던지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 저쪽에
고독한 반원을 긋고 잠기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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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를 만났다. 그의 거칠고 묵직하고 과감하게 터치하는 손끝을 보았다. 고독하다. 이리저리 흔들리며 살아있는 듯한 붓놀림이 나를 휘감아왔지만 적막하다. 아를의 아름다운 풍광과 황금벌판 조차도. 고흐가 좋아했다던 푸른 불꽃 같은 사이트러스 나무, 기차가 지나가는 마을 풍경....아, 이 풍광과 비슷한 이국적이고 슬프도록 황량한 시, 맞다, 어제 소개 받은 시 ‘추일서정’을 닮았다. 후루룩 읽으면 가을풍경화를 보는 듯한, 골골이 새겨보면 털썩 무릎을 꿇게 하는.
이 시인은 인상파일까? 상징파일까?
하늘의 별따기처럼 나타나 좋은 시를 전해주는 전령사는 꿈틀거리는 푸른 밤하늘의 또 하나의 별이 되었다가, 별들을 바라보는 별이 되었다가. 나는 그 그림이 제일 좋다. 그 풍광은 내가 그린 것인가, 그가 그린 것인가. 밤은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소리치던 고흐를 만나러 영화관으로 가 보리라. 옆자리는 비워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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