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1997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와유臥遊
안현미
내가 만약 옛사람이 되어 한지에 시를 적는다면 오늘밤 내리는 가을비를 정갈히 받아두었다가
이듬해 황홀하게 국화가 피어나는 밤 해를 묵힌 가을비로 오래오래 먹먹토록 먹을 갈아 훗날의
그대에게 연서를 쓰리
‘국화는 가을비를 이해하고 가을비는 지난해 다녀갔다’
허면, 훗날의 그대는 가을비 내리는 밤 국화 옆에서 옛날을 들어다보며 홀로 국화술에 취하리
-----
하루 종일이다. 어제 노오란 단풍 폭신한 길 울렁거림의 여운이 아직이라 하루 종일 사뿐히 걸었다. 국화꽃길이였는지 노란 단풍길인지 어릿어릿한 데 이 고운 시를 만나니 산속에서 여우를 만난듯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무언가 이상하다. 오늘밤에서 이듬해로 이어져 훗날의 그대까지, 오랜 시간의 기다림 때문인가 보다. 가만 누워 상상하고 즐김이 이리도 품격있으니 황진인가 하노라.
내 가을비 내리는 밤 국화 옆에서 가을비를 이해한 국화술을 따르리니 그대 멋스러운 풍류객으로 오소서.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938 | '열정'도 설계할 수 있을까? | 원아이드잭 | 2006.05.03 | 1459 |
3937 | 내린천 래프팅 수난기 (4) [1] | 원아이드잭 | 2006.08.24 | 1459 |
3936 | 어려운 이야기는 안 한다. [3] | 김성렬 | 2005.07.09 | 1460 |
3935 | [24] 다시 [1] | 써니 | 2007.03.19 | 1460 |
3934 | [칼럼07] 글의 정원 [9] | 余海 송창용 | 2007.04.18 | 1460 |
3933 | 가장 싫어하는 말... | 김성렬 | 2006.03.08 | 1462 |
3932 | 그가 난간 위로 올라가는 이유 [2] | 김신웅 | 2007.10.14 | 1462 |
3931 | 2007년 책 첫머리 [1] | 김귀자 | 2006.05.10 | 1463 |
3930 | 어제 아침에 내가 쓴 시 [4] | 김나경 | 2006.09.19 | 1464 |
3929 | 새벽 6시에 [3] | 김종원 | 2006.09.23 | 1464 |
3928 | 신과장은 프로젝트 수행중 [4] | 신재동 | 2007.04.27 | 1465 |
3927 | 10기 레이스_1주차_여행이란무엇인가_정수일 [10] | 피울 | 2014.02.08 | 1465 |
3926 | 목욕 [2] | 한정화 | 2006.12.29 | 1466 |
3925 | 생명 [4] | 한희주 | 2007.09.16 | 1466 |
3924 | '미완의 시대' 그리고 돌잔치 [13] | 신종윤 | 2007.03.18 | 1470 |
3923 | 풍경엽서(6)-7월을 열며... [5] | 이은미 | 2007.07.02 | 1470 |
3922 | '나의 연구원 일 년' [4] | 이종승 | 2006.04.10 | 1471 |
3921 | 나는 자전거다 [2] | 김나경 | 2007.07.09 | 1471 |
3920 | 출근해보니 | idgie | 2007.08.01 | 1471 |
3919 | 인격 [2] | 숲기원 | 2005.10.28 | 14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