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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9일 23시 27분 등록


푸른 밤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로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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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언제나 사랑을 향해 있다. 의식의 절반은 점령 당한지 오래, 어느새 그를 향해 걷고 있다. 궁금하고 그리운 만큼 앉아있어도 누워 있어도 그를 향하게 되는 게 사랑인가 보다. 내가 낸 수만 갈래의 에움길은 어디서 어떻게 엉키어 있는가.

스마트한 세상, 손바닥 위 핫라인도 있고, 뱀처럼 육지를 가로지르고 새처럼 하늘을 날면 될 일이지만 나 그대에게 가는 길은 오로지 한발한발 걸어가는 길을 택하리라. 님을 찾아 길을 떠났던 황진이처럼 걸음걸음마다 그대 이름 찍어 시를 지으리.

 

엉키고 구부러진 수만 갈래의 길 이으면 그대에게 닿을까? 애통하다, 그대 저 밤하늘에 있으니 내 걸음 닿을 길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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