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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2일 20시 52분 등록

내력

최승자

 


제 그대의 오랜 내력에 대해 이야기하라.

머릿채 휘두르는 실의의 밤바다 위에서

천 밤을 떠도는 의식의 별,

그대의 비인 뼈 속에 몸져 누운 어둠에 대해

끝내 쿨럭이며 돋아나는 회한과

무엇이 폐벽을 뚫고 웅웅대는가를.

 

닿을 길 없이 무수히 떠나는 그림자를 좇아

한 마리 미친 말을 타고 달리는 그대

그대 의식의 문 뒤에서 숨어 우는 자유와

달빛에도 부끄러운 생채기마저 이야기하라.

 

긴긴 뼈앓이하는 밤바다에서

피묻은 부리로 상징을 물고 돌아오는 백조

감성의 늪에서 부끄러운 울음우는

짐승에 대해 다시금 이야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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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최승자님의 시를 읽고 싶어졌다. 아니,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갑자기 꽁꽁 언 세상 때문인가. 그녀의 가슴속에서 뜨겁게 타올라 하늘로 솟구치는 불티 하나 받아 들고 싶었다. 젊은 그녀의 시는 휘몰아치는 소용돌이 속 이글거리는 태양을 닮았다. 어느 시를 읽든 주체할 수 없는, 그렇게 토해내지 않으면 죽어버릴 것 같은, 시를 쓰다 통곡할 것 같은, 뜨끈함이 느껴진다.   

 

별이여, 천 밤을 떠돈 그대의 이야기 천 밤을 지새워서라도 듣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쉬!

내 시인의 암호를 해독하였느니 폐벽을 뚫고 들어오는 회한과 달빛에도 부끄러운 생채기는 일흔이 되거든 들려주시길, 그대의 오랜 내력 그때에 이야기해 주시길!

 

지금은 진솔하게 우리의 내력을 만들어 갈 때, 그저 아름답도록 애쓰고 애써 더할 나위 없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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