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1899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사는 이유
최영미
투명한 것은 날 취하게 한다
시가 그렇고
술이 그렇고
아가의 뒤뚱한 걸음마가
어제 만난 그의 지친 얼굴이
안부 없는 사랑이 그렇고
지하철을 접수한 여중생들의 깔깔 웃음이
생각나면 구길 수 있는 흰 종이가
창밖의 비가 그렇고
빗소리를 죽이는 강아지의 컹컹거림이
매일 되풀이되는 어머니의 넋두리가 그렇다
누군가와 싸울 때마다 난 투명해진다
치열하게
비어가며
투명해진다
아직 건재하다는 증명
아직 진통할 수 있다는 증명
아직 살아 있다는 무엇
투명한 것끼리 투명하게 싸운 날은
아무리 마셔도 술이
-----
사는 것처럼 살고 싶다! 때로는 머리로 들어와야 할 것이 가슴으로 들어와서 사는 게 사는 게 아니게 할 때가 있다. 시가 그렇고 바람이 그렇고 무심할 수 없는 이름 석 자가 그렇다.
시집을 들추다가 오래된 편지를 보았다. 무심히 넘길 수 없는 이름 석 자, 지평선위에 뜬 별이 나에게 특별해지기 전에 오갔던 이야기들. 별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희망을 주지. 그럼에도 나에게만 특별한 빛을 보냈을 거라고 나는 행간을 읽고 또 읽고 있었다. 바보같이. 한가지는 분명히 알아냈다. 그대, 예나 지금이나 가슴 뜨거운 푸른바다라는 것을.
객관적이었던 것이 주관적인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이 마냥 기쁜 일만은 아니다. 특별해지면 투명해지기 더 어렵다. 아무나여서 조잘거릴 수 있고 아무나라서 이름 석 자 들고 불쑥 찾아갈 수도 있었음 좋겠다. 나의 넋두리는 간절하지 못하여 이리도 캄캄한가. 나는 오늘도 이렇게 치열하게 헹궈가며 투명해지려 애쓴다. 이런 것이 살아있다는 무엇이란 말인가!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938 | 2007책 서문-1st version | 도명수 | 2006.05.09 | 1491 |
3937 | -->[re]여행사진 몇장 [1] | 신재동 | 2007.10.03 | 1491 |
3936 | 쥐돌이의 달리기 [3] | 오세나 | 2006.04.13 | 1492 |
3935 | 무제 | idgie | 2008.01.29 | 1492 |
3934 | 연구원 1년차 [9] | 한명석 | 2006.04.06 | 1493 |
3933 | -->[re][74] 불 익는 바탕학교 | 써니 | 2008.02.04 | 1493 |
3932 | 청계천에 흐르는 봄 [5] | 여름 | 2007.04.27 | 1494 |
3931 | 잃어버린 4년 [6] | 박노진 | 2006.04.17 | 1496 |
3930 | 집필계획 및 필독서 [2] | 이미경 | 2006.05.02 | 1496 |
3929 | [8] 2007년 12월까지 책을 내기 위해 해야 할 일 [2] | 조윤택 | 2006.05.02 | 1496 |
3928 | 나, 일년동안 이렇게 글썼어요. ^^ | 강미영 | 2006.05.06 | 1496 |
3927 | 바람 한 점 ... [7] | 백산 | 2007.08.09 | 1496 |
3926 | 긴장 없는 일상 [1] | 신재동 | 2005.12.01 | 1497 |
3925 | 지하철 파업사태를 바라보며. [1] | 이미경 | 2006.03.12 | 1497 |
3924 | 다시 일상으로 [3] | 박노진 | 2006.04.26 | 1497 |
3923 | 기도에 대한 회고 [2] | 기원 | 2007.05.03 | 1498 |
3922 |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꿈 신드롬 [1] | 자로사랑 | 2006.02.20 | 1499 |
3921 | 도봉산에서의 깨달음 [1] | 꿈꾸는 간디(오성민) | 2006.03.29 | 1499 |
3920 | -->[re]하나님도 웃어버리신 기도 [2] | 나그네 | 2007.05.03 | 1499 |
3919 | '김수로'의 힘 | 정재엽 | 2006.03.28 | 15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