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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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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17일 22시 00분 등록
>어쩌다 난 자투리 시간은 쉽게 써버린다.
>잠을 푸지게 자버리거나
>오른쪽 왼쪽으로 번갈아 바꾸어 누워가며,
>텔레비전의 채널을 돌려댄다.
>서산에 걸려 또 하루가 진다.


딱히 빈둥대려고 하였던 것은 아니다. 그냥 그렇게 되었다. 빈둥거리기를 하루의 목표로 정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으랴. 그냥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맞는 표현인 것이다. 쉴 생각이 없었는데 쉬게 되었고, 결국 예상치 못했던 시간이 생겼고, 늦은 아침을 먹고 나서 딱히 할 일이 생각나지 않았고, 계획한 일이 없으니 무료함을 달래보고자 고민 없이 tv를 틀었고, 잠깐 본다던 생각과는 다르게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tv를 끄기가 쉽지 않았고, 흥미를 못 붙이고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게 되었고, 채널 돌리는 것도 지겨워서 처음 보는 드라마인데도 꾹 참고 한 번 보았고, 참고 보다보니 내용전개를 추리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어 재미를 붙이며 보았고, 드라마가 끝나서 이제 좀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니 바로 붙여서 광고하는 쇼프로도 구미가 당겼고, 다시 주저앉아 tv를 보다가 허리가 아퍼 은근슬쩍 누웠고, 입이 궁금해서 군것질을 누운 자리 앞에 갖다 놓고 먹었고, 그렇게 과자를 씹으면서 tv를 보았더니 속은 더부룩하고 머리는 어질어질 한게 기분이 좋지 않았고, 시계를 보니 어느 덧 저녁시간이 다 되어 버렸고, 누군가에게 송두리째 하루를 도둑맞은 느낌이 들었고, 동시에 허탈함과 무력감이 온몸을 뒤덮었고.................


>선택이 진지한 형태로 남으려면
>자신을 위해 쓰는 두 시간을
>무엇보다 중요한
>제일의 우선순위로 올려놓아야 한다.
>먼저 두 시간을 쓰고
>그 다음에 22시간을
>남겨 두었다가 쓰도록 해야 한다.
>가장 쉽게 이것을 쓰는 요령은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시간대에서
>두 시간을 빼어내는 것이다.
>그것은 새벽이다.
>새벽에 일어나려면 저녁을 조금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제일이다.
>먼저 일주일정도 훈련을 하면,
>밤 10시쯤에도 잠이 온다.
>다시 일주일 정도
>내용이 가볍고 즐거운 책을 한 권 들고
>잠자리에 누우면
>곧 잠에 빠질 수 있다.
>하루에 6시간에서 7시간 정도
>잘 자고 나면
>잠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없다.
>새벽 4시나 5시 정도 부터
>두 시간 정도 시간을 내어
>하고 싶은 것을 하라.
>그리고 하루를 시작하라.
>하루가 길고 싱싱해진다.
>일찍 시작했으니
>일찍 자리에 들 수 있다.


퇴근 후 집에 들어와 샤워를 했다. 가벼운 차림으로 옷을 입은 후 저녁은 쥬스 한 잔으로 대신했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었고, 실하게 점심을 채운 후라서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았기 때문이다. 약간의 시장기가 돌긴 했으나 밥을 먹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과일을 갈아 먹었는데 포만감이 기분 좋게 나를 감싸 안았다. tv를 볼까하다가 딱히 생각나는 프로도 없을뿐더러 읽어야 할 책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고 책을 들었다. 집중해서 읽다보니 조금씩 딴생각이 들어온다. 책을 덮고 어제 저녁 읽다만 가벼운 잡지를 든다. 이불 속에 파고들어 내용을 살피다보니 까무룩 까무룩 눈이 감겨온다. 책을 놓고 시간을 살핀다. 조금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잠자리에 들 생각으로 불을 끄고 눕는다............. 희미한 소리가 들려온다. 이른 새벽 자명종 소리인데 시끄럽지가 않다. 상쾌한 정신으로 눈을 떠서 주변을 살핀 후 천천히 자명종을 끈다.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낀다. 세수를 하고 정신을 차린 후 잠깐 동안 여유를 즐긴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영어실력을 위해 회화책을 뒤적이기도 하고 건강을 위해서 헬스장을 가기도 하지만 운동을 하건 책을 보건 빼먹지 않는 것은 뜨거운 물로 하는 샤워다. 샤워 후에 차려먹는 아침식사가 얼마나 행복한지 알기 때문이다. 천천히 식사를 끝낸 후에는 출근준비를 한다. 출근길 거리에는 그다지 사람이 많지 않다. 이른 아침에 조용한 거리를 걷는 것은, 낯모르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치며 걸어야 하는 러시아워 때의 모습과는 아주 느낌이 다르다. 도착한 회사에는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을 들어간 나는 자리를 잡고 책을 꺼내든다. 그리고 읽는다. 얼마만큼 시간이 흘렀을까. 하나 둘 출근하는 직원들이 보이고, 일찍 출근한 나는 그들에게 여유 있는 웃음을 짓거나 간혹 상쾌한 인사말을 던지기도 한다. 약간의 활기가 찾아들고 사무실 내에 사람들이 많아지면 나는 읽던 책을 조용히 덮는다. 그리고 오늘 할 일의 목록을 체크한다. 몇 가지만 확인하면 오늘 크게 급한 일은 없다. 자, 이제 업무 시작이다.


>공연히 바쁘게 보내지 마라.
>인생은 의미를 찾아가는 시간이다.
>쓸데없이 바쁜 사람은
>본말을 전도하게 마련이고
>인생의 시간을 잡동사니들에
>다 써버리게 된다.
>멍청하게 써버린 바쁜 시간이
>모든 것을 망쳐놓는다.
>돌이켜보라.
>당신이 아직도
>기쁨으로 기억하고 있는 순간이 무엇이며
>어떻게 보낸 순간인지 머릿속에 그려보라.
>인생이 어떻게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지 마라.
>대신, 하고 싶은 일도 하며 사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믿어라.
>하고 싶은 일은
>어느 날 갑자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매일 조금씩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평생을 하다보면
>그 일을 아주 잘 하게 된다.


비일상적인 일들 앞에서 무엇이 기쁨이고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그리고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모호하다. 선배와의 대화가 좋아서 이어지는 저녁은 의례히 무거운 식사와 늦은 귀가로 이어져 다음날까지 나의 리듬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효율성을 생각하자면 그 저녁을 안해야 함이 옳지만 다음날의 리듬은 저녁식사를 약속하는 그 시간에는 전혀 안중에 없다. 그러한 시간이 멍청하게 써버리는 시간이 아니라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에는 망가지는 나의 생활리듬에는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어제를 왜 어제 끝내지 못하고 오늘을 이렇게 빈약하게 시작하는가.

일상적인 일들 앞에서 무엇이 기쁨이고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그리고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문제는 이러한 것들에 대한 인식의 부재가 아니라 인식과 실천의 조화인 것이다. 무거운 저녁보다는 허기를 달랠 수 있는 가벼운 저녁을, 시간을 알차게 쓰기 위해 tv보다는 책을, 여유 있는 아침을 위해 늦은 취침보다는 이른 잠자리를, 하루의 기운찬 시작을 위해 조금 빠른 기상을 모르는 것이 아님에도 시시각각 습격하는 유혹에 실천력이 떨어진다.

아직은 나의 삶이 완벽한 실천의 길로 들어가 있지 않음을 확인한다. 양 극단의 태도를 곡예 하듯 왕복하는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왕복하는 이유가 지나온 습관이 나를 버리기 아쉬워하고, 새로 물들여야 하는 습관이 나를 낯설어 하는 것이기에, 또 한 번 다짐하고 다짐한다. 버리자, 그리고 새로이 키우자라고. 얼마나 많은 날을, 얼마나 많은 시간을 얼마나 많은 순간을 이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그 절대적인 시간을 논하기에는 아직 내가 나 자신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것은 시간이 가면 익숙해지기 마련이고 정착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오늘도 밀어붙이는 것이다. 내 자신이 마음에 들어 올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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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 출처 : 익숙한 것과의 결별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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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간디
2006.04.18 07:45:28 *.228.100.50
익숙한 것과의 결별 그리고 이미경님의 다짐을 저도 가슴에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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