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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효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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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25일 21시 27분 등록

내 인생은 회사와 함께 끝나는 게 아니에요

회사 다닐 때, 점심 먹고 책상 앞에 앉아 쏟아지던 졸음을 꾹 참고 열심히 컴퓨터 모니터를 째려 봐야 했던 그때를 생각하니 아찔한 웃음이 나온다.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아무리 바빠도 회사 다닐 적만큼 바쁘게 살았던 적은 없었다. 일주일에 오직 하루, 평일에 있는 휴일마저 회사에 반납하게 된다면? 돌아오는 일주일의 회사생활은 그야말로 ‘피곤’이라는 첩첩산중 속으로 들어간다. 몸도 마음도 돌덩이를 옮기듯 무거워진다. 그렇게 나는 무거운 돌덩이를 깊은 산속에 내려두고 내가 살던 그곳으로 돌아왔다.

회사를 그만두고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았다. 박탈당한 자유를 찾아 날아오르고 싶었다. 여유롭게 간식을 만들어 먹고, 차도 마시고, 음악도 듣고, 낮잠도 잔다. 당장 다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나에게는 쉼이 필요했다. 지친 몸과 마음을 축 늘어뜨렸다 그것들이 다시 기지개를 펼 때까지 기다려주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회사를 그만두면 편할 줄만 알았던 내 마음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왜 그럴까? 회사 문만 박차고 나오면 모든 게 달라질 것 같았는데... 무엇이 문제지?

“일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지, 어떤 사람이 될지 등등에 대해 무수히 많은 선택권을 갖는다. 그런 반면, 일을 할 수 있는데도 일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의 좋은 직업을 포기하고 일하지 않기로 한 이유가 결코 게으름이나 자신의 결함 때문이 아님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할 필요성과 맞닥뜨리게 된다.”

“일의 발견”에서 조안 B. 시울라의 이야기다.

그랬다.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설명해야 했다. 왜 회사를 그만두었는지... 참 힘들었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을 다시 들춰내야 하는 것도 그렇고, 내 입으로 설명까지 해야 한다니...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한동안은, 몇 달간의 회사생활을 다시 반복해야만 했다.

부모님과 친구들은 그래도 이해했지만 친척들은 그렇지 않았다. “왜 그만두었니?, 앞으로 뭐 할 거니?” 등등... 한동안은 그저 쉬기로 작정한 나에게 자꾸 재촉하고 서두르는 것 같아 마음이 바빠지기도 한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내 인생인데.. 왜 그렇게 관심도 많고 참견이 많은 것인지... 제가 다 알아서 할게요. 저 좀 내버려 두세요.’ 옹알옹알 반항 섞인 불만들이 끓어오른다. 한편으로는 그들의 이야기가 애써 무시하고 마음속 저 깊은 곳에 조금이라도 보일라 숨겨 놓았던 내 마음이라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보낼 수 없었나보다.

"실직의 문제점은 당신이 단 하루의 휴가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그랬다. 나는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앞으로 몇 개월 뒤에 어디서 무슨 일을 하게 된다는 보장 없이 마냥 자유와 손잡고 노래 부를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기한 없는 자유는, 자유라 이름 부를 수 없었다. 돌아갈 곳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내가 돌아갈 아름다운 그곳을 찾아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떠날 때, 꼭 챙겨야 할 것이 있다면 지도다. 나를 아름다운 그곳으로 안내해준 지도는 ‘책’이었다. 책을 읽으며 마음을 가다듬고, 나의 존재의의와 삶의 방향을 찾고 확인하며, 뜻하지 않던 귀인을 만나게 된다. 그렇게 나는 책이라는 고마운 친구를 통해 나의 아름다운 그곳을 향한 밑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아름다운 그곳에 가기 위해 여행하고 싶은 몇 곳을 발견한다. 나의 짐을 풀어 놓고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아름다운 소통을 통해 나의 꿈을 키워 나가기로 한다. 소중하고 고마운 그 인연, 그들과 함께 더불어 아름답게 성장하고 싶다.

그리고 “인생이란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는 없는 거야.”라고 말하는 누군가에게 나는 이야기한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그림만 있다면, 그 꿈에 색칠할 수 있는 붓을 들 용기만 있다면, 할 수 있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사는 것은 기적이 아니라 선택이에요. 그럼 선택할 준비 되셨나요?”

IP *.27.8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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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
2007.03.26 23:30:08 *.140.145.63
솔직하면서도 용기있는 이야기로군요. 완전히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저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군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전혀 하지
않아도 되는걸 기대하기 보다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닌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할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명확한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 중요한
질문을 오랫동안 잊어온 우리에게 쉬운 일이 아닌게 분명하지만 그
질문을 외면하지 않고 답을 구하려는 용기있는 선택은 당신의 삶을
생동감 있게 만들 것입니다.

고생 많이하셨고 남해에서 뵙고 그간의 일들에 대한 단상을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할 말이 많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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