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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1일 08시 27분 등록
"별 일 없지?"

누군가가 전화를 하여 제게 물으면 저는 이처럼 대답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있어. 어제 오늘 TV를 봤어. 그런데 되게 재밌더라."



어제, 오늘 약 한 시간씩 TV를 보았습니다.

자주 있는 일이 아니어서 제게는 이런 일이 별 일입니다.

TV, 참 유쾌하네요~ ^^



어제 보았던 상상플러스에는 '이영자'님이 나왔죠. 그 분의 대단한 입담으로 엄청 웃었습니다.

다시 보기 강추입니다~ ^^

오늘 보았던 여걸식스에서는 조혜련의 괴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죠.

두 프로그램을 모두 한 바탕 신나게 웃으면서 보았지요. ^^



하하하.. 즐겁습니다. 정말..

이래서, 대한민국 평균 TV 시청시간이 하루 3시간이나 되는가 봅니다.



여걸식스에서는 '부표 밀어내기'라는 코너가 있더군요.

수영장 풀 한 가운데 떠 있는 지름 약 2.5m 정도의 부표 위에서

물 속으로 상대방을 밀어내는 게임입니다.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다가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경기가 시작되지요.



그런데, 음악이 아주 흥겨웠습니다.

엄정화의 페스티발, UP의 뿌요뿌요, DJ DOC의 RU TO YOU 등..



TV는 꺼지고, 지금은 인터넷에서 찾은 뿌요뿌요를 듣고 있습니다.

10여년 전에 유행했던 이 곡을 듣고 있으니,

왠지 이 곡은 십대와 이십 대에 걸맞는 곡이라는 청승맞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곡에 맞춰 춤을 추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춤을 추었습니다.

한 곡이 끝날 때까지 뻣뻣한 몸을 마음껏 흐느적거렸습니다.

뻣뻣한 흐느적, 이 부조리(^^)한 동작이 제가 출 수 있는 춤이었습니다.



오랫 동안 기도를 하지 않으면 영적 실어증에 걸려 기도를 잘 하지 못하게 됩니다.

억지로 오래하면 중언 부언 하게 되지요.

아가들은 많은 단어를 알지 못합니다. 알고 있는 단어만 되풀이하지요.

"엄마마마..." "암빠빠빠.."

그런데, 춤을 추는 제가 그렇더군요.

한 곡이 끝나는 고작 몇 분의 시간 동안 춤을 추었는데,

제가 다양한 동작으로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 동작을 반복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마치 아가들이, 그리고 영적 실어증에 걸린 기도자들이 몇 단어만 반복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도, 춤을 추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아주 가끔씩 길거리에서 혹은 지하철에서 춤을 추는 십대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그 장면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정말 춤을 잘 추기 때문이 아니라, 혼신의 힘을 다하여 춤을 추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 혼신이 연습에서부터 이어진 것이라면 나는 그들을 본받고 싶었습니다.

저들의 열정을, 저들의 몰입을, 저들의 자유를 본받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주머니 속의 핸드폰을 꺼냅니다. 저들을 카메라폰 안에 담아 두기 위해서죠.

찰칵, 하는 순간과 함께 저들을 내 마음 속에 담았습니다.

2년 전에 담은 그들의 장면은 지금도 선명합니다.

아~! 나는 저들처럼 무언가에 미치도록 몰입해 본 적이 있었던가?



뿌요뿌요를 계속 듣고 있는데 문득,

스무 살 무렵에 친구들과 떠났던 여름 바캉스가 떠오릅니다.

어느 해, 우리는 푸른 바다 배 위에서 바캉스 목적지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친구 두 녀석이 유피의 "바다"를 부르며 댄스를 보여주었습니다.



"나의 바다야.. 나의 하늘아 나를 안고서 그렇게 잠들면 돼.

나의 바다야 나의 하늘아 난 너를 사랑해 언제나 나의 결테 있는 널.

왜 넌 내게만 자꾸자꾸 커져만 가는거야

왜 넌 내게만 자꾸자꾸 멀게만 느낀걸까?"



그네들이 보여준 춤은 학교마다 꼭 있었던 춤짱 녀석들 만큼은 아니었지만,

우리 모두는 유쾌하게 웃었고,

그 바다를, 그 하늘을, 그 휴가를, 그 여름을, 그 함께함을 즐겼습니다.

우리들은 매해 여름마다 비진도, 남해 상주해수욕장, 울산 진하해수욕장,

영덕 옥계, 거제 소금강(?), 김천 직지사 등을 돌아다녔습니다.

군대도 우리의 우정과 여행 열망을 잠재우지는 못했습니다.

군대 간 친구들의 휴가에 맞춰 떠난 적도 있었으니까요.

그 친구들이 이제는 모두 직장 생활을 하고 있네요. ^^



지금은 함께 휴가 일정 맞추기가 쉽지 않아서 수년 간 제대로 여행 한 번 못 갔지요.

어쩌면 20대 초반의 그 자유와 에너지를 누리기에는

각자의 어깨 위에 짊어진 현실의 무게가 너무 무겁기 때문일지도 모르지요.

어쩌면 세월의 흐름과 함께 우리의 우정이 조금씩 퇴색해져가고 있는지도...

군대라는 막강 권력도 갈라놓지 못한 일을 세월은 해낼 수 있는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우정의 퇴색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봅니다.

우리는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추억의 책 위에 '시공간의 제약'이라는 먼지가 조금 쌓여 있을 뿐이지요.

만나서 악수 한 번 하면 그 먼지는 금방 날아가 버립니다.

얘기를 시작하면, 다시 말해 추억의 책장이 넘겨지면 우리는 곧 우정을 느끼고 또한 누리게 됩니다.



지금, 그런 친구가 많이 보고 싶습니다.

친구야, 지금 뭐하고 있니?

난 널 생각하고 있는데...



저는 가끔 뜬금없이 친구에게 전화를 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정말 열심히 살자. 우리 인생은 너무 소중한 것 같아.

나 정말 잘 살꺼야. 근데, 갑자기 네 생각이 나더라. 너의 삶도 행복하길 기도하마."



오늘이 뜬금없는 이 전화 한 통을 보낼 날인가 봅니다.

자꾸만.. 자꾸만.. 보고 싶습니다. 눈물이 날 만큼...



눈망울에 눈물이 맺힐 즈음, 얼른 이 글을 맺습니다.

감상에 젖기에는 조금은 사치스러운 제 일상이 있기에.

오늘 해야 할 일은 해야죠.^^ 하지만, 절대로 의무감은 아닙니다.

저는 제가 하는 일이 좋습니다. 아니, 사랑스럽습니다.



그 일을 마무리하고, 친구에게 전화를 해야지요.

열심히 해야 할 일을 다 한 후에 친구와의 전화 한 통화,

그 친구와의 소통은 '행복'의 다른 이름일 겁니다.



할 일이 있어 친구를 못 만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할 일이 있기에 친구가 더욱 그리워지고 만남이 더욱 달콤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할 일이 있더라도, 용기있게 던져 버리고 찾아간 친구에게서 우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제 상상의 세계에서 일상으로 돌아오는 순간입니다.

화려한 상상은 조금은 지루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최선을 다한 일상은 상상을 행복한 현실로 만들어줍니다.



최선, 이라는 한 단어를 움켜쥐고 글을 맺습니다.

그리고 다시 글쓰기, 에서 내려와 일상으로 걸어들어갑니다.



나도,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건승하길, 행복하길.. 기원하며 말이죠...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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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2007.05.01 14:39:49 *.99.189.70
그리움과 삶에 대한 애정이 동시에 물씬 느껴집니다.
많이 공감되어 고개를 끄덕끄덕거리게 됩니다.

요즘 글을 쓰고 읽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습니다.
거의 중독 증세지요 ^^
여기 이 글처럼 삶의 한 단편을 꺼내어
그 사람의 솔직한 속내를 보여주는 멋진 글들이 이렇게 많은데.
중독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싶어요.
아름다운 희석님의 삶을 아름답게 표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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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우
2007.05.01 21:53:50 *.254.66.72
예전의 기억을 희석님의 시간에 맞추어 더듬어 보았습니다. 동감합니다. 일 때문에 친구들을 못 보는 것이 아니라 일이 있기에 친구들과의 만남이 더 그리워지고 달콤해지리란 것을. 압니다. 그 일이 없어지면 친구들을 만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희석님도 항상 건승하시고 행복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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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7.05.02 01:06:10 *.197.205.185
아직 새파란 청춘인데도, 지난 날에 대한 그리움이 애잔하게 묻어나는 글, 잘 읽었어요. 다음에는 좀 더 속내를 드러내는 글을 기대해도 될지요? 눈매에 재주가 가득하고 눈웃음이 찰랑찰랑한 희석씨의 글에서 뭔지모를 아픔이 느껴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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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
2007.05.03 02:49:11 *.187.13.192
최근에 올리는 희석님의 글들을 읽노라면 머잖아 몰입의 단계로 진입하겠구나... 여겨지는 믿음이 생기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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