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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2008년 4월 22일 02시 19분 등록
행 복
- 유 치 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 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서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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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깊은 산골에 살았습니다.
우리 마을이름은 '골세양바드레' . 아이라곤 동생과 나.
편지를 쓰며, 각가지 모양으로 저를 찾아오는 편지를 받으며 살았습니다.
특히 방학이면 편지로 외부와 소통하였습니다.

그때부터 암송한 시입니다.
편지를 쓰며 행복해하고 꿈을 키워왔던 저에겐
저를 대변하고, 저를 무척이나 닮아 있는 시였습니다.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 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서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이 대목이 가장 와 닿습니다. 에메랄드빛이 무슨빛인지도 모르면서 동경했고 우체국 창문 앞에서 편지를 쓰는 저를 보았습니다.

애틋한 연분은 왜 진홍빛 양귀비꽃일까.
'애틋한 연분'과 '진홍빛 양귀비꽃'을 알고 싶어 안달했습니다.
양귀비꽃을 모르기에 더욱 그 관계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이 시를 가슴에 담으면서
받기 보다 하는 사랑을,
그로인해 사랑하였기에 후회없이 행복할 수 있는 사랑을
동경하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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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04.22 05:26:01 *.254.51.245
이미 여러번 이야기 했지만

우리 경민이가 나에게 아주 많은 기쁨을 주었다.

시를 준비하면서 아내에 대한 나의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지.

그래 고맙고 고마워.

=

아마 고향도 비슷한 산골이라서 더 가까운 느낌이 들었던 것인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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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4.22 13:05:39 *.247.80.52
저도 이 시를 무척 좋아합니다.

친구와 오랫동안 많은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그 녀석에게 이 시 구절을 들었던 것 같군요.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그리운이여.'

편지를 쓸데면 늘 그리운 마음이 절절 해서. 옆에 있는 듯, 옆에 없어서 더 애가 닳듯. 편지를 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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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용
2008.04.23 02:51:18 *.234.78.45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이 문구는 내가 정말 자주 인용하던 문구였는데..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이별통보를 받고 그 슬픔을 이겨내려고
일기를 쓸때 인용도 했었고..서툰 사랑으로 힘들어하면서 이별을
통보해야만 할때도 사용했던 문구..그래서 남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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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2008.04.26 11:42:49 *.41.96.47
'사랑하는 것은 사랑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영화 속 아름다운 풍경같기도 하고,
언젠가 나도 한번 해 보고 가져보았던 모습, 생각, 느낌을 주는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공감하는 시라고 봐요.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 속에
동쪽나라 서쪽나라 남쪽나라 북쪽나라
그곳 그곳 사람들의 사랑이 사랑이 타고 흘러..
세상이 온통 사랑의 편지들로 가득해지는 것을 상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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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스
2008.05.02 02:19:51 *.39.173.162
이런...
우려했던 일이 ㅋㅋ
경민아 나이지리아 현지 인터넷 사정이 별로 좋지 않아..
그동안 올라온 시의 제목도 다 둘러보지 못하고
부랴부랴 행복을 올리곤 이시가 분명 올라와 있을테데 했다.
그리고 시간을 드려 제목이라도 둘러보려 두리번 거리는데
역시 유치환님의 행복이 보였다.
그런데 장본인이 경민이여서 더욱더 반갑고 놀라웠다.

역시 우린 친구다.
전생에 너와 난 서로에게 많이 의지했던 친구였음이야...

행복을 보고 행복한 홍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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