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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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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15일 11시 48분 등록
 

나에게 신화란 무엇인가?


시간에 쫒기는 거 질색이다. 아무리 즐거운 아이템도 넘어가는 초침 소리와 함께라면 끔찍한 고문이 될 뿐이다. 나는 나를 매우 사랑하는 편이다. 그래서 스스로를 고문하는 멍청한 짓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최상의 성과물을 얻으려면 마지막 순간까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야 한다는 걸 아는 몸으로 태어났지만, 최고를 얻기 위해 내 몸을 제물로 바치는 것까진 도저히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체로 쿨하게 좌판을 접고 자리를 떠나며 뒤도 안 돌아보는 편이다. 자기 보호를 위한 후천적 조기착수형이라는 말이다. 엄마는 이런 나를 ‘독한 년’이라고 한다. 기분나쁜 욕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내게도 예외의 영역이 존재한다.

바로 아이들..


연구원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나서 자면서도 웃었다. 온 몸의 세포가 우주의 기운을 받기 위해 활짝 열려있는 느낌이 들었다. 35년만에 처음으로 뼛속까지 기뻤다. 이런 상태를 평생 유지할 수 있으면 된다는 거 아냐..아싸~!!


연구원이 될 수 있다면 승진쯤은 다시는 못한다고 해도 아쉬울 것 없었다. 남편도 행복해하는 내 모습이 좋다며 아직 긴 밤잠을 잘 줄 모르는 여덟 달짜리 딸아이를 다른 방에서 데리고 자주기까지 했다. 여섯 살짜리 아들녀석은 제법 말귀를 알아들어 ‘엄마 공부할 때는 혼자서 놀 줄도 알아야 형님이지!’하며 의젓하게 굴어줬다. 그렇게 완벽했다. 직장다니면서 난생 처음 써보는 서른페이지짜리 Me-Story를 마감 일주일전에 끝낼 수 있었던 것도 다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그렇게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딸아이는 할머니 품에 아빠 품에 안겨 있으면서도 엄마 얼굴에서 슬픈 눈을 떼지를 못한다. 게다가 어린 것이 감기기운까지 있어 숨 쉴 때마다 그르렁거리는데다 귀여운 얼굴은 누런 코딱지로 엉망이 되어 버렸다. 아들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엄마가 있는 걸 확인하고야 다시 잠이 든다. 서재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땐 제 이불을 질질 끌고 와 책상아래 잠자리를 만든다.


모진 엄마..

눈물이 그렁그렁..

순간 책상위에 놓여 있는 ‘신화와 인생’과 컴퓨터가 흉물스럽게 느껴졌다.

이게 뭐야..

네 인생의 ‘희열’을 찾았다면서...

나의 희열을 위해 내 아이들의 ‘희열’을 희생해도 되는거야?

뭐야..뭐가 이렇게 어려운 거야..


신화? 내게 신화란 뭐냐구?

나의 신화를 위해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욕망을 극복해야 한다는 거지?

아이들에게 엄마가 차가운 그리움의 이미지로 남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쳐야 한다는 거지?


주루륵..

이건 너무 가혹하잖아..

이건 아냐..

어떻게 찾은건데..

그 문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내게 제일 소중한 것을 제물로 바쳐야한다니..


그렇게 아이들을 꼭 껴안고 누운 베개는 젖어갔다.



엄마가 엄마보다 더 많이 사랑하는 창훈, 서영이에게


엄마가 새벽마다 기쁨의 욕조에 발을 담그면

엄마의 가슴에선 행복의 카나리아가 여행을 준비한대..



그리고 엄마의 몸이 기쁨의 물방울 속에 흠뻑 잠기면

그 카나리아는 힘차게 여행을 떠나는 거래..

우리 창훈이, 서영이 꿈속으로 날아가

엄마랑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하는 너희들 곁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구나



그러니까 어디선가 카나리아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면

엄마가 기쁨의 욕조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 거겠네..


그럼 새만 오고 엄마는 안 와?


아니지..

정말 엄마가 오기전에 엄마의 기쁨을 먼저 보낸거지..

기쁨이 노래하면

세상은 아름다운 빛으로 넘쳐난단다..

정말 예쁘겠지?



어..엄마. 정말 예쁘겠다..

엄마 그럼 창훈이랑 서영이는 카나리아랑 놀고 있을테니까

목욕끝나면 엄마도 빨리 와야해..


그럼..

기다려 줄 수 있지?

그럼..그러지..뭐..



                                         ^___________^

                                                                                                       ^__^

 



평화롭고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여인이 

아이들을 품에 안고

직접 지은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새벽빛에 꿈에서 깨자

어느새 눈물은 간 곳 없고

연두빛 카나리아의 날개짓만 나를 기다리고 있다.



여러분의 꿈을 글로 적어보라. 그것이 바로 여러분의 신화다(176)
                                                                             
                                                                                         -조셉 캠벨-  
 


IP *.53.8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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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2010.02.15 12:40:25 *.131.1.187
뻣속까지 기쁜 그대님...........이라고 불러보고 싶네요.  연구원 저는 못해 본 일인데 글 읽으니 많이 축하드려야 할 일이네요. 글 자주 읽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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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1 09:02:04 *.141.102.143
저는
지금님을 뵙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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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2010.02.16 07:36:54 *.131.12.93
모두 이 책을 보시나 보지요? 첫 책으로 말입니다.  나도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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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마음
2010.02.15 20:11:49 *.53.82.120
아~ 감동..
눈물이 많아져 큰일입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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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마음
2010.02.15 20:18:48 *.53.82.120
한글 파일을 카피해다 붙여넣었더니
글간격이 이상하고
스페이스에 묘한 문자가 들어가네요.

디스플레이도 중요한 상징인데.,
안타깝습니다.   
무신 방법이 없을까요?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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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마음
2010.02.17 04:33:26 *.53.82.120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

일상속에서 지혜의 빛을 찾아내는 선배님의 통찰!!
참 부러운 부분이었습니다.
선배님의 글을 읽으며 생각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쁨의 순간을 지켜나가야겠다.
내 가슴이 절실히 원하는
지금이 가장 좋은 타이밍일테니까!

아이들이 엄마의 꿈의 방해꾼이라는 고정관념을 바꿔볼 생각입니다.
온전한 삶을 위해서
절 대 포기할 수 없는 두 녀석들이라면
한지붕안에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제 결론이니까요.

성배를 향한 여정이
마냥 평탄하리라 기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더라도
결국엔 승리하리라 믿습니다.

선배님이 그러셨듯이요.   ^^
계속 응원해주세요!
곧 도착하겠습니다!!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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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6 16:17:12 *.96.12.130
아래아 한글 파일을 그대로 붙이시면 그런 현상을 막을 수 없습니다. 아래아 한글이 가진 자체 코드가 html로 변환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원하시는 모양대로 편집하시려면 이 게시판의 에디터 기능을 쓰시거나 별도의 웹에디터를 이용하셔야 합니다. 아래아 한글의 파일을 메모장에 한번 옮겼다가 다시 복사해서 붙여넣으시면 아래아 한글의 태그없이 순수한 텍스트 형태로 붙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붙이신 후에 원하는 모양대로 편집하시면 됩니다.

큰 아이가 첫돌이 되었을 때 연구원 과정을 시작했던 3기 연구원입니다. 많은 부분 공감이 가네요. 사랑하는 가족들의 희생을 담보로 하지 않는 현명한 방법을 찾아내시길 바랍니다.  그냥 참아내기에 1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니까요. 잘 읽었습니다.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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