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박자 빠르게...

생각은 기술학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기술적으로다양하게 그리고  많은 것을 배우는 것은 그 기술의 양을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효율성이 높은  더 정확한 단 하나를 찾기 위해서이다. 그냥 팔을 뻗어서 상대를 찌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런데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복잡한 준비동작(preparation : 상대를 속이기 위한 동작) 이 필요한 것이다. 전략적인 생각도 그렇다. 한 번에 공략할 수 없기 때문에 가정과 전제를 통해서 상대의 숨겨진 의도나 능력들을 탐색하고 적당한 대응 기술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학습과 경험이 쌓이면 상대의 움직임에 대한 생각 때문에 복잡해진다. 더욱이 상대가 만만치 않아서 힘과 기량이 뛰어나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초보자 시절에는 멋 모르고 달려들 수 있었던 동작들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망설이게 된다.   흔히들 ‘식자우환’이라고 일컫는 일이 벌어진다  그것은 학습과 경험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의 부정적인 기능의 문제이다. 

다양한 기술을 학습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것은 몸을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다룰 수 있도록 관절과 근육군의 움직임을 세분화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군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우리는 상황과 조건에 따라 준비되어진 기술들 중에서 효율적인 대응기술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전자는 기술학습이며 후자는 전술전략적인 학습이다.   이 과정에서는 생각이 아주 중요한 도구가 된다. 그렇게 학습과 경험이 증가하면 우리는 그 기억과 예측을 하게 되고 가정과 전제를 통해서 전략을 구성하게 된다. .복잡한 신경체계를 구분해 체계화하는 과정과 다양한 상황을 체계적으로 구조화할 수 있기 때문에  생각은 중요하고  발달과 성장의 효율성을 높여 준다.

생각의 역할은 거기까지다  

수준이 높아지면 하나의 움직임 속에서 공격과 방어와 대치를 동시에 가지고 가면서 역시 같은 의도를 지닌 상대의 반응에 따라서 순간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런 동시병렬적이고 전술적인 움직임에 있어서  생각은 가장 큰 장애가 된다.  생각이 판단을 지연시키거나, 왜곡되게 하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을 지연시키기 때문이다. 잘 숙련된 선수들은 정교하게 위장하고 접근하기 때문에 예측이나 가정에 의한 시도를 하는 것은 성공률이 낮고 득점보다 실점율이 높아서 결과적으로 승리에 접근할 수 없다. 때로는 예측과 전제가 상대적이지 못해서 어이없는 실수를 초래하기도 한다.

바로 여기서 생각을 멈추고 감각과 느낌에 의해 자동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펜싱의 동작시간은 1/30 초에서 35/1 초다. 약간의 망설임, ‘앗...!’ 하는 순간에 기회는 위기로 변한다.

생각은 뇌의 기능으로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그 시간이 중요하지 않지만 실전에서는 몸이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을 지연시키기 때문에 커다란 장애가 된다. 생각은 주의의 초점에 따라 한 번에 하나씩만 이루어진다. 그래서 임의적으로 순간순간 전개되는 실전에서는 늘 생각에 쫓기게 된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할려고 하는데...’ 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그 생각 때문에 타이밍을 놓치는 실예다. 축구에서 말하는 ‘반 박자 빠르게’ 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의 무예스승은 늘 그렇게 말씀하셨다.
“생각하지 마라, 생각하면 생각에 쫓긴다. 단지 긴장하라.“
생각을 멈추는 것은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그 한계를 알라는 것이다. 애써 학습한 몸의 언어로서 직접생각하고 반응하라는 것이다.

감각과 체험의 복잡함을 체계화하는데는 생각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실전의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그 생각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자신의 생각과 그 생각으로 인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통제할 수 있을 때 가능해진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에 행동에 대해 믿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신체적으로 많은 기술을 배운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술과 전략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몸이 직접 행동할 수 있도록 생각을 멈추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자신에 대한 믿음 즉 자신감이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생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기술과 전략의 성실한 훈련에서 온다. 

 그래서 중국사람들은 무예를 ‘쿵푸(功夫)’ 즉 숙달된 기술이라고 표현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