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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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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7일 23시 39분 등록
홀로서기1(서 정윤)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떨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여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러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

그러니까 그때 아직 시가 무엇인지도 모르며
시를 쓴다고 대학노트를 옆구리에 끼고
강가며 공원 벤치에 앉아 온갖 폼이란 폼은
다잡으며 썼던 시(나름의생각)를
누군가에게 보여줄 기회가 있었는데..
국문과를 나온 그분께서 내 시를 보고 평한
이게 시냐..유행가 가사지..
그때 내가 받은 충격은 정말 장난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만난 서정윤 님의 홀로서기..
일상의 언어도 시가 될수있음을 보여주었고
느끼게 되었고 다시 시란걸 쓸수 있게 해준
내게는 정말 의미있는 시였습니다
그리고 20년이 흐른지금..여기 새봄에 펼쳐지는
시의 향연에 감히 소개할수 있게되어 행복합니다

IP *.155.4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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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춘희
2008.05.08 13:07:46 *.243.13.160
반가운 홀로서기 시네요.
꿈많던 시절에 읽고 또읽고 예쁘게 적어 선물하고 했습니다.
시를 직접 쓰겠다고 폼을 잡으셨다니 멋진 모습이었을 것 같애요.
김영철님의 대학노트에 적힌 자작시도
올려주심 안될까요?^^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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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2008.05.08 22:47:52 *.155.44.104

마음과 마음 1

우린 글과 사색으로 만난다
우린 깊은 깨달음으로 인한 조용한 후회 속에 만난다
우린 참된 마음과 마음속에서만 일어나는
진실된 우정으로서
괴로움은 서로의 웃음으로 지우고
슬픔은 서로의 위로와 격려속에 잊어 버리는
우린 진실되고 참된 마음으로만 만난다

아침이슬의 맑고 깨끗함을 부러워하는 우리세대
그 마음속에서도 언제나 거짓없는 믿음과
우정으로만 가득차있다
내가 너를 위해 음악을 만들고
시를쓰고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그런 모든것들이
진실되고 올바르게 펼쳐져 간다

제가 그시절 대학노트에 적었던 습작 연작시 입니다..
모두4편으로 구성되었고 그 첫번째 입니다
류춘희 님의 소감 꼭 듣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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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춘희
2008.05.10 19:22:23 *.111.241.162
자작시를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주 멋진데요!
대학시절에 저에게 이런 시를 읽어주는 친구가 있었다면
평생 좋은 친구로 지내야겠다고 다짐했을 것 같습니다.
직접 지은 시라고 하면 더욱 더.

'우린 진실되고 참된 마음으로만 만난다.'
'모든 것들이 진실되고 올바르게 펼쳐져 간다'
제가 생각하는, 사람을 대할때 한결같은 마음으로 진심이고자 하는 것과 같아 더욱 좋습니다.

당신과 평생 친구하고 싶습니다.

p.s 이 시로 노래를 만들었다면 유행하지는 못했을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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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2008.05.10 22:46:50 *.155.44.104
류 춘희님!
그때 제 시(나름)는 분명 유행가 가사로는 어울리지 않았을겁니다
하지만 지금..좋은 친구에게 어울리는 그런 감정에는 솔직할수도
있을거란 생각으로 전합니다^^

마음과 마음 2

우린 꿈과 미래를 생각하는 지성인으로 만난다
우린 서로를 신뢰하는 믿음으로 만난다

우린 현실의 고달픔을 사랑하므로 이겨내며
우린 눈물을 감추고 웃음을 나눠주는...
우린 언제 어디서나 웃음과 미소와 즐거움으로 만난다

밤 하늘위에 가득 열린 별빛을 사랑하는 우리세대
그 별빛같은 반짝임을 서로 서로의 가슴속에 담아둔다
내가 나의 모든 지혜를 다하여
행복의 문을 만들고 그 행복의 문으로 들어가는
행복의 열쇠를 만들고
그 행복의 문을 열고 너를 들여 보낸다
이러한 모든 일들이 나의 조그마한 우정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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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춘희
2008.05.16 03:15:42 *.111.241.162
^^
문뜩 생각난건데요..,
'마음과 마음'. 이 시를 노래로 만들어서 부르면 히트칠수 있는 가수가 생각 났어요.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을 부른 강산에씨.
장담하건데 강산에씨가 부르면 히트칠 거예요.
영철님. 그죠?

모두 4편이라고 했는데 나머지 두편은 왜 안올려 주세욤??
평생 친구 하고픈 저를 위해 올려 주세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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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2008.05.16 23:50:45 *.155.44.104
내 유일한 평생친구에게..받치는 세번째 노래..

마음과 마음 3

우린 장미꽃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할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으로 만난다
우린 코스모스꽃의 슬픈 몸짓을 안타까워하는
순정으로 만난다
꽃을 보면 우리의 마음이 부드러워 지듯이
우린 모든 사물을 감각을 가지고 생각할수 있는
정서의 충만함에 기뻐한다
지는 낙엽을 보면 우울해 하기도 하고
날리는 눈송이를 보면 환호성 칠수도 있는
우린 순수한 감정에서 우러나는 진실된 마음으로 만난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우리세대
그 정의감으로 무엇인가 이루려는 우리 인생
내가 너를 위해 어여쁜 화원을 준비하고
그곳에서 자라나는 수많은 꽃을 바라보며
우리들의 미래를 곱고 아름답게 설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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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2008.05.19 23:19:11 *.155.44.104

마음과 마음 4

우린 서로를 아껴주고 보살펴주는 따스한 마음으로 만난다
우린 거짓없이 깨끗한 서로의 사랑으로 만난다
한번 싹이나면 영원히 변치않는 푸른 소나무 처럼
우린 한번 맺여지면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 그런 사이가 되어
언제까지나 글과 사색과 진실과 사랑으로 만난다
약속이란 단어를 소홀히 생각하는 우리세대
내가 한포기 풀잎같이 어느날 갑자기 시들어 버린다 해도
너와 약속한 그 우정 그 믿음만은 영원히 간직하리라.

나의 진실된 마음으로 맺은
너 진실한 마음의 벗이여!
우리 마음과 마음으로 맺은 순수한 이 우정을
영원히 함께 간직할수 있도록
서로의 마음을 모아 노력하여 보자


열아홉살 그때,
마음으로 만나 마음을 나누고 싶은 미지의
그를 위해 이시를 썼다

그리고 지금 나를 돌아보며 빛바랜 노트에서 옮긴
마음과 마음을
내게 먼저 마음을 열어준 류춘희 님께
온전히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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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춘희
2008.05.20 01:52:59 *.111.241.162
혀가 필요치 않은 나의 자아는
귀가 필요치 않은 그대의 자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약 창조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면
'그대와 나'
이것으로 족합니다.
-- 메리 헤스켈


'마음과 마음4'가 가장 마음에 드네요. 다 보지 못했다면 참으로 안타까울뻔 했습니다.^^
저에게 이 시를 온전히 바친다니...영광스럽고 감사합니다.

너무나 감사하여 화답의 시를 올리고 싶어 안달했습니다.
직접 쓰는 재주는 없는지라
한참동안 책장을 서성이다
칼리지브란과 메리헤스켈의 영혼의 속삭임에서 화답의 시를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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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철
2008.05.21 01:11:04 *.155.44.104

보고 싶습니다.

처음 시작부터 "손"을 잡고 간다면,
참으로 가슴 설레 이겠지요...
손을 잡는다는 것이 마음을 연결해 주어
서로를 더 잘 알게 된다고들 말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조금은 떨어져서 나란히, 혹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길을 올라가고 싶습니다.

처음엔 무척이나 어색하겠지요.
그러나 그 어색함도 사랑하고 싶습니다.
조심스레 한 두 마디 건네고,
뒤를 따르는 침묵마저
따스함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같이 길을 가면서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
애써 그 생각들을 방해하지 않고
서로의 주위를 살펴주는 것을 배우고 ,
누가 누구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받쳐 주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싶습니다.

중간 중간, 바위 턱에 앉아 땀을 말리듯이
서로의 이기심을 말려가며
조금씩 서로 마음을 닮아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정상에 다다랐을 때,
그사람의 꿈을 들어보고, 격려하며 크든 작든,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웃음을 메아리지게 만들며
살며시 손을 마주잡고 파란 하늘을 같이 보고 싶습니다.

내려오는 길엔,
올라갈 때 배운 것을 되새기며 보폭을 맞추고
처음 시작보다도, 그 시작을 지키는 것에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숙지하며
내려오고 싶습니다.

올라가며, 내려오며 손을 잡지는 않았지만
빨리 가까워지지는 않았을지언정
서로의 마음을 내 안에서 느끼며
"손"이라는 것보다 더 강한 연대감을 가지고
산 입구에 서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처음 느낀 짜릿한 전율과
받아들임을 배운 , 그런 마음을 주며
행복예감의 아름다운 내 친구 손을
이생을 다할때까지 잡아주고
이끌며 살아가고픈 맘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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