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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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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14일 17시 51분 등록
우연히, 1년 전에 써두었던 낙서 같은 글 하나를 발견했다.
그 글은 2004년 11월 26일 금요일의 어느 순간에 적은 것이었다.
짧은 글이었다.
허나 읽는데 오래 걸렸다.
목이 뜨거워지고 눈이 흐려졌다.
나는 아직도 이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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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7년 넘게 껴왔던 반지를 뺐다.
그것은 조금 좋은 반지였다.
사랑하던 사람이 선물해준 것이었다.
그녀가 떠나고 그걸 빼는 데 2년이 걸렸다.

그 동안 반지는 나의 일부였다.
그 안에 내가 있고
그녀가 있고
우리가 있었기에 쉽사리 뺄 수 없었다.
그녀가 떠난 후에도 그랬다.

반지 자국을 바라보며, 
7년 간의 흔적이
한 달이면 사라질 것을 생각했다.
 
내게
그 반지는 피에르 가르뎅의 반지가 아니었다.
롯데 백화점에 진열된 같은 모양의 반지도 아니었다.
그 반지는 그녀였다.
우리의 기억이었다.
내 청춘이었다.
사랑이었다.
 
그리고
함께 한 동안 반지는 삶의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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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반지라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가치가 다르다.
가치는 의미가 결정한다.

같은 책이라도 누가 줬는지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
존경하는 스승이 직접 선물한 것,
사랑하는 이가 데이트 중에 사준 것,
누나가 고등학교 입학할 때 마음잡으라며 준 것,
이런 책과 그냥 어디선가 얻은 책은 같은 책이라도 의미가 다르다.
의미가 다르면 읽는 자세와 마음도 달라진다.
의미가 마음을, 태도를, 그리고 행동을 결정한다.

추억과 기억은 다르다.
모든 추억은 기억이지만
모든 기억이 추억은 아니다.
둘을 차이 짓는 것은 의미이다.
‘의미 있는 기억’, 이것이 추억이다.
의미가 짙으면 추억 또한 짙다.

의미 있는 모든 것에는
사연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감정이 있다.

무엇보다
사람이 있다.
누군가가 있다.
나의 반지처럼.

나의 약지는 반지로부터 자유로워졌지만,
그 반지를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약지는 자유를 얻고
반지 자국은 지워졌지만
내 마음은 여전하고
추억 또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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