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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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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15일 11시 11분 등록
“1키로 빼기가 얼마나 힘든줄 알아?”
지인 하나가 말했다. 나는 모르는 사항이다. 체중조절을 위해 신경쓴 일이 한 번도 없다. 내 안의 이야기들로 자급자족이 가능했기 때문에 굳이 타자의 시선으로 나를 볼 필요가 없었다. 내 과체중에 대한 해명이다.


“1억 모으기가 얼마나 힘든줄 알아?”
그것도 내가 모르는 사항이다. 여기저기 찔러넣은 수강비 돈봉투가 굴러다니던 호경기나, 백수인 지금이나 나는 돈으로부터 자유롭다. 경제관념이 한정치산자 수준이다.
여담이지만 이 말을 한 사람은 큰 부자가 되었다. 근검절약하여 모은 돈으로 사 놓은 땅 옆에 도청이 들어오게 되어, 돈방석에 앉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단순히 그 사실을 부러워하는 마음이 생기지는 않는다. 미술학원 원장이면서도 자기 그림은 그릴 생각도 안하고, 안정된 가정과 실속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메우려 고심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자기실현이나 道를 찾아 헤매는 내 자유를 어떤 富와도 바꿀 생각이 없다.


“더도말고 말상대가 딱 한 사람만 있으면 되겠어. TV가 한 사람몫을 하더라니까”
친정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다. 자식들 수두룩하고 오래된 동네친구들 있어도, 소통에 목말라 있는 칠순의 어머니 앞에서 나는 마음이 짠해졌다. 맞아요. 엄마. 그것이 진리이든 스승이든 연인이든 知己이든, 딱 한 가지 딱 한 사람이 나를 알아주고 완전한 합일이 가능하다면, 그것이 행복이고 살아갈 의미가 될 것같아요. 엄마, 자식은 울타리고 같은 세대가 최고예요. 그래서 내가 커뮤니티를 최고의 쟁점으로 떠올린 거구요.


미주알고주알 자상한 편이 못되는 성격이라, 아들애에게 전화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니다.
너무 격조한 것같아 전화했더니, 목소리가 땅으로 기어들어간다. 요즘 첫 데이트를 즐기는 상황이라 하늘로 붕붕 떠다닐 줄 알았더니 왠일? 대답인즉, 학교가 너무 재미없단다.
그거야 내가 아는 얘기지. 학문의 즐거움도 못되고 철저하게 실용적이지도 못한 강의실 분위기, 우리나라의 총체적 모순 중에 압권 아니냐. 얘기를 하면서 아차, 하는 심정이 되었다.자율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아들에게 직무유기를 하고 있었구나. 고등학교 시절에는 입시외에 세상을 모조리 막아놓더니, 이번에는 세상을 온통 다 가지라고 한다. 심지어 학과에 대한 충분한 사전검토도 없이 학과를 선택해야 했으며, 이성교제나 진로선택에 대해 아무도 소상하게 지도해주지 않는다. 우리 때는 그래도 스터디를 통해 진한 고민을 할 기회가 있었지만,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과 클럽에서 주운 파편을 가지고 성인이 되는가 싶었다. 지나친 참견으로 비칠까봐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는데, 조금은 비중있게 아이와의 대화채널을 고민해야 할 듯싶었다. 내 아이들을 알아주고 북돋워줌으로써, 최선의 사람이 되게 돕지 않으면 도대체 누구에게 ‘그 한 사람’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나의 지나친 방임주의가 한 대 얻어맞았다.


아침에 道를 만나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했다던 성인의 말씀을 감히 이해한다. 지리멸렬한 일상의 반복이 아닌, 깨달음과 安分으로 충만한 평화를 찾아 길 떠나고 싶다. 서로의 언어가 같고 지향하는 곳이 같아, 마주보면 행복하고 같이 걸으면 힘이 나는 그런 知己 한 사람, 진리 하나 만나고 싶다.
IP *.81.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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