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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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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10일 12시 10분 등록
◎ 도약을 위해

그래도 경력을 좀 쌓았다고 쉽게 이직이 되었다. 뿌듯해 해야 할까?
반반이다. 이직은 쉽게 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그동안 거뒀던 성과가 많이 희석되는 느낌이다.

어쨌거나...

이제는 1:1 강의가 아니라 여러 사람 앞에 나가 떠들어야 한다. 남 앞에 서는 일이 내키는 일은 아니지만 못할 건 없다. 그동안의 경험도 엄연히 경험이니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새로운 일터에서 적응하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기존에 하던 일과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만 또래의 아이들이 여럿 모이니 당황스러운 상황이 예전보다 더 많이 벌어진다. 무심코 지시를 내렸는데 부당하다며 한 마디씩 툭툭 던지는 아이들..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잘못하면 얘네들 때문에 못버텨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전보다는 좀 더 다양한 강좌를 할 기회가 생겨났다. 그에 따라 나도 학습량이 늘기 시작했고 관련 지식도 자연스레 늘어났다. 강의에 대한 반응도 성인 수강생들의 경우는 괜찮았다. 수강생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한 성과가 경영주를 감동시키지는 못한 것 같다. 당시에는 경영주의 그러한 반응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조금은 수긍이 갔다. 수강생들의 반응과 학원 수입과는 커다란 상관관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당시에는....

나에게 강의를 받는 수강생이 주로 성인층이다보니 대체로 수강 기간이 2,3개월을 넘지 않았다. 그것도 대부분 정부 지원금을 받는 강좌였기에 학원 입장에서는 수익면에서 큰 메리트가 없었을 것이다. 학원의 주 수입원은 아이들 강좌에서 나오는 듯 했다. 그러고보니 아이들의 강좌는 그곳에 오랜 기간 뿌리박고 있는 몇몇 강사가 독차지 하고 있었다. 오래 다닐만한 아이들 계속 붙잡아 두고 수익을 내는 구조였다.

이따금씩 나에게 몇몇 수강생이 넘어 오긴 했지만 결국 머지 않아 발길을 끊곤 했다. 나중에야 안 것이지만 조만간 그만둘 수강생을 나에게 넘긴 것이었다. 나도 모르는 새에 나는 바보가 되어 있었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하는 일 없이 나이만 먹고 있었다.
어느덧 서른 둘..
그때부터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가 그렇게 와닿기 시작했던 것 같다.

떠나고 싶었다.
또 떠나?
그 둘이 싸우기 시작했다.
이곳도..
한 마디로 비전 없다.
그럼 옮기면 비전 있나?
판단이 서질 않는다.

그 무렵...
우연히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를 읽게 된다.
읽다보니...
그냥 읽히는게 아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사무친다.
이런 류의 글을 쓰는 분이라면, 나를 이해해 주실 것 같았다.
보아하니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종종 들러서 글을 읽고 위안을 받고 용기를 얻는다.

한편으로..... 급여가 체불되기 시작했다. 아무런 통보도, 양해도 없이..
경영주가 사원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또 떠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진다.
그래도 신중히 판단하고자 계속 bhgoo.com 에 들어와 글을 읽는다.
그리고는 결심한다..
떠나기로....

떠나야 하긴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하나...
또 다른 학원으로 가는 건.. 옮기지 않으니만 못할 것 같다.
그간의 경험으로 보니 학원이라는 곳은 지식을 구비한 강사를 원하는게 아니라 영업력이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난 학원 수익을 위해 수강생들에게 필요없는 강의를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면 순전히 컴퓨터 실력으로 기여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
프로그래머가 되면 그런 게 가능할 듯 싶은데.... 어떨런지..
어차피 지금 있는 곳은 떠나야 할 곳..
단 한번이라도 온전하게 나에게 투자해 보자.
그간 다른 것을 위해 투자했던 시간들..
온전히 나를 위해 투자해 보자..
나의 재능을 믿어보자.

때마침 웹마스터 양산을 위한 정부지원 교육과정이 여러 군데에 개설되어 있었다. 수강료는 없지만 교육기간이 6개월이다. 나이 서른둘에 6개월을 투자한다라고 생각하니 두려운 마음이 새록새록 솟아 났지만...
그때마다 사이트에 들어가 글을 읽고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지니고 있는 재능들을 되새겨 보았다.

결국 두 군데서 2년 넘게 해왔던 강사 생활을 마감하기로, 그리고 도약을 위해 6개월을 온전히 투자하기로 결심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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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진
2006.01.10 13:32:36 *.118.67.206
연재양이 너무 짧아요?
독자들의 애간장을 아는 수준까지 왔구만! 아주.
빨리 연재안함 BOOM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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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동
2006.01.10 22:57:27 *.142.141.28
독자들이라 하시니 머쓱하네요. 이왕 쓰는거 의미있는 작업으로 만들고푼데.... 긴가민가하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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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
2006.01.10 23:08:50 *.110.159.15
소설 한번



소설 한번 써 보심이 어떨지...신재동선생님 팬 됐어요. 구겨진 마음들을 하나하나 펴 나가시는 과정이 이렇게도 승화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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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동
2006.01.11 10:05:10 *.109.42.100
영광입니다. 이 말을 저도 써보게 되네요. 행복이란게 이런 거겠죠.... 머리 숙여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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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6.01.12 22:07:44 *.51.67.151
그야말로 유랑기네. 디지털 노마드족. 후후
갑자기 미래 배우자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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