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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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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4일 19시 03분 등록
아마겟돈

1. 이제 죽으려니 두렵지 않구나!

나는 10년 전, 멀쩡한 하늘에서 사흘 동안 비가 내리던 그 밤에...

신께 청원 했었다.

‘신이시여, 지금 시작하려는 이 전쟁!
마치 온 세상과의 전쟁과도 같은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도록
나의 길을 밝히소서,
그것이 옳다면 하찮은 삶이지만 내 피와 눈물로 맹세하노니
“ 내가 가진 모든 것과 목숨을 걸겠습니다.”
‘ 이 마음속에 원한의 불길이 하늘로 솟나니 이 분노를 다스리시고
냉혈한 지혜와 무한한 용기와 끝에 이르도록 힘을 주소서,
내가 가는 길을 인도하시고 살아서 끝에 이르러
신 앞에 다시 경배하게 하소서,
진실로 신이 계심을 증명할 수 있게 하소서‘


봄 -- 여름 --가을 --겨울
봄 -- 여름 --가을 --겨울
봄 -- 여름 --가을 --겨울
봄 -- 여름 --가을 --겨울
봄 -- 여름 --가을 --겨울
봄 -- 여름 --가을 --겨울
봄 -- 여름 --가을 --겨울
봄 -- 여름 --가을 --겨울
봄 -- 여름 --가을 --겨울
봄 -- 여름 --가을 --겨울

10년의 세월이 지난 뒤....

나는 살아서 금빛 호수가에 서서
신과 스승님과 부모와 조상님께 경배했다.

‘이제 원한의 불길을 잠재우고
하고 싶고 즐거운 꿈을 향해 세상으로 나가겠습니다. ‘

세상으로 가는 길을 가리키시는 스승님의 목소리를 떠올리고 있다.

‘ 그렇다. 때로 우리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깨달은 사실이
이미 알고 있거나 지극히 평범한 사실일수도 있다.‘


2. 얼마나 더 노력해야 됩니까? 사부님!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시합에 나가서 광기로 지옥문 앞에서
염라대왕의 아귀에서 벗어나 돌아 온 뒤,
내게 무예의 기본을 가르쳐주신 사부님을 뵈러 갔을 때
부채를 허리춤에 꼽으시며 ‘나를 따라 오너라!’ 하시더니
나를 물가로 데려가신 사부께서는 파란 안광을 뿜고 있는 내 눈을 보시며
내게 물으셨다.

‘네가 원하는게 무엇이냐?’
‘이전에도 없고 이후에도 없습니다.(空前絶後)’
‘네가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이냐?’
‘제 자신입니다.’
‘그래,.. 그렇다니 다행이구나...
사람들이 수련이 깊으면 마성이 발동하는 법이다.
자신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산 속에 들어가 깨우침을 얻고 세상에 나가 분수를 넘어
자신과 사람들을 망치는 이들이 많다.’
‘ 주의 하겠습니다.’

‘경기 스포츠로 발전한 무예는 많은 것을 잃었다.
무예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깊이 있는 정신의 수양과
사지의 참된 단련을 잊었다.
그래서 이제는 수양도 아니며 양생도 되지 못한다.’
‘ 경쟁에 쫓깁니다.’
‘ 맹목으로 이기려는데 매어달리면 진정으로 볼 수 있어야 하는
참된 것을 볼 수가 없다.
수양이란 긴 세월을 두고 단계 단계 깨달아가는 것인데
당장 이겨야만 하니 ... 걱정이 된다.’
‘이기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습니다.’
‘강함은 더 강함을 낳는다. 네가 노력하면 할수록,
이기면 이길수록 적은 늘어나게 될 것이다.
너의 강직함으로 봐서 걱정이 된다. 가까이 있는 것들을 경계하거라, ’
‘유념하고 주의하겠습니다.’
‘참으로 유연함이 무엇인지 깨닫도록 노력해라,
그것은 단순히 사지의 느슨함이나 부드러움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과 부딪치게 된다는 것은 깨달음이 아직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어렵습니다.’
‘참으로 유연하다는 것은 두려움과 공포 앞에서 호흡이 고르게 할 수 있고
생각이 막히거나 쫓기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만 몸을 부드럽게 할 수 있고 사각(타격이 가능한 사정거리 내에 있으면서도 상대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위치)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과의 의견의 갈등이나 충돌도 그런 것이다.
지혜란 많이 안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마음을 해방시킬 수 있을 때이다.’
‘노력하겠습니다’
‘상대를 죽이겠다는 마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손쉬운 싸움이 상대를 죽이는 것이다.
무예에서의 겨룸은 상대를 죽여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량을 확인하기 위해 공평하게 겨루는 것이다.
그것이 정진의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네가 하는 싸움이 위태로운 것은
네게서 풍겨나는 살기등등한 기세 때문이다.
목숨을 잃는 것은 한 순간의 실수만으로도 족하다,
잊지 말거라. 고수들의 싸움이란 수련의 정도나 기간은 의미가 없다.‘
‘ 끊임없이 쫓기는 이 마음을 어찌하면 좋습니까?’
‘네가 이기는데 매여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넓고도 넓다,
그만큼 영웅도 많고 강자도 많다.
훈련과 수양을 충실하게 해서 자신을 바로 알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꾸준히 정진할 수 있다. 그게 진정한 의미에서의 겸손이다.’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스스로 깨달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스포츠의 경쟁은 목숨을 잃지 않으니
성실하게 훈련하고 공부를 더 열심히 하도록 하거라.
고수들이 목숨을 걸고 겨룬 후 상대를 살리는 것은 자신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믿을만한 것이 되지 못해서 태만해지기 쉽다.
그래서 항상 경계해야할 상대가 필요한 것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만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 공부란 단지 문자를 읽고 뜻을 아는 것이 아니다.
훈련이란 단지 동작을 익히고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세상엔 있기는 있지만 전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
마음을 바로 갖고 태도를 바르게 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고 느끼지도 못한다.’
‘정진하겠습니다.’
‘이기는데 급급하고 이겨서 얻어지는 것에 취하면 집착하게 되어
마음이 어두워지고 거칠어지기 쉽다. 크고 깊게 보도록 하여야 한다.’
‘생활에 쫓기게 되어 불안하게 됩니다.’
‘그게 걱정이 되는구나,
그렇다고 생각을 나누어 다른 일거리를 궁리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너는 열심히 했으니 하나를 통달해서 다른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빠를 것이다.
세상의 이치란 하나에 이르는 것이니까 ...
단지 기교의 양이나 늘리고 잡념을 늘리는 잡학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른 것을 보되 하나를 이해하는 것에 마음을 두어야 한다.
훈련이나 수양이 그런 것처럼 생활은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 적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연습의 양이 200만 번을 넘었습니다. 제가 소질이 없어 이르지 못합니다.
얼마나 더해야 할 지...’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은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살고 죽는 것은 육신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배우도록 해라,
사람들은 사소한 일로도 죽을만큼 빈약한 자존심을 가지고 있다.
마음과 몸이 생과 사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합니까?’
‘생각하지 않고 생각할 수 있을 때까지니라.
의식을 이용하면 생각에 쫓기게 된다.
참된 생각이란 생각 없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만 몸과 마음이 불안하지 않다.
마치 이층에서 아래층 사람들이 싸우는 것을 내려다 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후로도 오래동안 마음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사실 사부님의 깊은 뜻을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나는 사부님의 간곡한 당부를 잊고 목숨을 걸고 세상을 헤메고 다녔으며
모든 것을 잃고서야 겨우 조그만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 한 걸음만 더...’ 그 벼랑 끝에서 나아가면 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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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간디
2006.09.07 15:58:41 *.200.97.235
김성렬님의 글속에 풍운을 한차례 만났다는 느낌이 옵니다. 이제 다시 비약을 준비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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