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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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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3일 20시 26분 등록

필자가 뉴욕에 있었을 때, 사업차, 혹은 관광차 들르는 친구들이 하나같이 하고 싶어했던 것들이 있었다. 다름 아닌, 뮤지컬 ‘미스 사이공’을 꼭 본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함께 그 뮤지컬을 감상한 횟수도 어림잡아 스무 번이 넘는다.

하루에 500여 개의 크고 작은 뮤지컬과 연극이 올려진다는 뉴욕. 그 많고 많은 뮤지컬 중에서 유독 사람들이 ‘미스 사이공’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은 웅장한 무대와 감미로운 음악, 그리고 영원한 테마인 '전쟁 속에 피어난 진한 러브 스토리'까지- 일단 뮤지컬이 줄 수 있는 감동과 재미를 골고루 갖추었다는 것이 뮤지컬 평론가들의 중론이다.

그러나 이러한 많은 이유들보다도 필자가 높이 평가하는 점은, 뮤지컬 관람을 자청한 사람들이 잠시나마 환상의 세계에 빠져들고 싶어하는 그 순간에도 미국인들이 가장 잊고 싶어하는 전쟁인 ‘베트남전’을 소재로 정면 승부하여 소재를 사용한 그 ‘정치성’과 교묘한 ‘상업성’을 들고 싶다.

그 뮤지컬을 감상 할 때 마다, 미국식 러브 스토리와 정치적 메세지가 강한 소재를 하나의 거대한 '문화 상품'으로 만들어 낸 그들의 상업성에 나는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동시에 언제나 우리는 이런 문화 상품을 만들 수 있을까, 하면서 그저 부러움의 눈초리로 관람만 했다.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요덕 스토리’라는 뮤지컬을 관람했다. 미국 부시 대통령이 감동 깊이 읽었다 해서 유명해진 책, ‘수용소의 노래’를 통해서 정치범 수용소인 ‘요덕 수용소’의 실상은 이미 간접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 공연을 보는 내내 나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 공연이 일부 정치인들의 인기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다거나, 단순히 그들을 ‘도와야 한다’ ‘돕지 말아야 한다’는 흑백 논리를 논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우리도 우리나라가 처한 강한 아픔을 얼마든지 다양한 문화 상품으로 포장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로서 이 작품을 바라보고 싶을 따름이다.

유태인 학살에 관한 영화를 한편 제작하면 전 세계의 유대인 자본이 움직인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탈북자 출신 감독은 이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기 까지 친북 단체들의 갖은 협박과 권력의 회유에 시달렸다고 한다.
‘미스사이공’이 공연 됨으로서 얼마나 많은 정치적인 활동이 이루어졌는지, 혹시 베트남과 미국과의 관계에 도움이 되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그러나 다만 알고 있는 것은 그 뮤지컬을 통해 강한 미국의 이미지가 보는 관객들에게 '소리없이' 스며든다는 것이다.

살벌한 수용소 감시와 숨막히는 절망 속에서 ‘요덕’이라는 아기의 탄생을 통해 희망이 피어나고 인강성이 회복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이 뮤지컬이 비단 한국 뿐 만 아니라, 전 세계로 퍼져 우리의 아픔이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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