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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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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3일 09시 24분 등록

그래서 어쩌면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별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각자의 고유성을 가득 품고 빛나는 저마다의 별 말이다.

-1인회사, 수희향 지음 -

 

“아빠, 별이 따라와요.”

“별? 무슨 별?”

“저기~뒤에요. 아까부터 따라와요.”

“그래? 별이 왜 따라올까?”

“날 좋아하나 봐요.”

 

딸이 자동차 뒷좌석에서 하늘을 보고 있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던 2005년 봄날의 밤입니다. 자기를 좋아해서 별이 따라온다니.. 순수한 동심이 귀여워서 그 모습을 ‘별’ 이라는 제목의 동요로 만들어 두었습니다. 저는 그 노래를 좋아해서 자주 흥얼거렸습니다. 별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 것은 아마 그때의 흥얼거림 이후부터였을 것입니다.

 

한달 전, 팀장 3명이 작당을 했습니다. 다가 올 송년회를 빙자하여 1박2일 워크샵을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각자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한 명은 먹을 것을 책임지고, 한명은 술과 후원금을, 저는 프로그램 기획과 진행을 맡았습니다. 우리는 직장에서 일에 휘둘리고 얕은 관계로 힘들어하는 젊은 청춘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저는 별을 보러 가자고 했고, 천문대 탐방과 몇 가지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2012 송년, 별 볼일 있는 워크샵 - 별을 보며 공감하다’ 라는 이름으로 주말에 20명이 천문대에 다녀왔습니다.

 

워크샵은 재미있었습니다. 준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적은 돈으로도 얼마든지 풍성한 먹거리가 가능한 지 알 수 있었고, 인간 윷놀이, 남녀 짝피구, 조별 게임, 모닥불 놀이 등을 통해 친해지고 흥겨워했습니다.

 

아쉬운 건 날씨였습니다. 천문대 근처 펜션을 잡고, 저녁에 별을 보러 갔지만, 구름이 많고 흐려서 관측하기 어려웠습니다. 천문대 측에서는 망원경으로 관측이 가능한 목성과 작은 별 하나 그리고 달을 보게 해주었고 1년 안에 다시 오라며 재입장권을 주었습니다. 천체 망원경으로 온 목성은 육안으로 보는 달과 같았습니다. 솔직히 추워서 덜덜 떨었던 기억만 날 뿐, 특별한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별은 마음껏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평소에 만났던 동료 직원들의 다른 모습은 많이 만나고 왔습니다.

 

“좀 어떠세요”

“많이 힘들어 하죠.뭐..”

“가족들이 고생일텐데...”

“바보가 되신 것 같아서 가끔 울컥 해요.”

 

'폐암 3기 A' 로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인 아버지를 생각하며 그는 씁슬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던 75세의 건강했던 아버지가 항암치료를 받으며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인생이 덧없음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3월엔 시골에서 뛰어다니던 분이에요. 3차까지 항암치료와 폐 절제수술도 잘 받아서 가족들이 완쾌될 수 있겠다고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방사선 치료 26차가 끝나자 마다, 갑자기 확 무너지는 거에요. 대책이 없어요. 치료 초기엔 좋아하시는 도가니탕하고 보신탕 사오라고 적극적이셨는데, 지금은 의지가 전혀 없어요. 인지능력도 떨어지고, 10 미터 걸어가는데 10분이 걸리고...”

 

가족들이 최선을 다했다는 자기위안을 삼고 싶어서, 환자를 힘들게 한 것 같다고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본인이 만약 폐암 3기라면 수술이나 항암치료는 하지 않을 것 같다고 합니다.  타닥 타닥 소리를 내며 굵은 장작들 사이로 모닥불이 넘실댑니다. 따뜻한 모닥불의 온기를 타고, 투병환자를 간병하는 가족의 아픔이 전해져 왔습니다.

 

일요일 저녁, 밥을 먹으며 딸아이에게 물었습니다.

“2005년에 별이 따라 온다고 말 했던 거 기억하니?’

아이는 금시초문인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다시 말합니다.

“아...이제 기억나요. 맞다. 내가 내가 그런 말을 했었지..”

 

가끔씩 잊어버리지만, 별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것입니다.

삶이 더 나아지리라는 기대, 내 힘으로 내 밥벌이를 하겠다는 의지... 그 무엇이든, 삶에 지친 고단한 몸과 쉬지 못한 마음이 어둠으로 자리잡을 때, 깊은 어둠일수록 빛나는 별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 것인지..살아보니 알겠습니다. 삶이 어두울 때, 별은 그 존재만으로도 우리에게 힘을 보태줍니다.  저는 그때의 노래를 다시 흥얼거렸습니다.

 

 

저 별이 따라 오네요. 아까부터 따라 오네요

정말로 큰 별이에요. 아마 날 좋아하나봐.

나의 마음속으로 살며시 다가와

함께 우리 모두를 비춰 주는 별

아주 멀리 있지만,

하늘 끝에 있지만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네  

 

* p.s 지난 주 금요일, 변화경영연구소에서 합정동에 오프라인 카페 '크리에이티브 살롱 9' 를 오픈했습니다.  

        카페는 연구소에서 마음 속 별처럼 꿈꿨던, 특별한 공간입니다.  축하해 주시고 많이 놀러 와 주십시오~

IP *.30.2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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