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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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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1일 01시 01분 등록

1944년 유전학자 바바라 매클린톡은 뉴로스포라(Neurospora)의 감수분열 과정을 완전하게 설명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뉴로스포라는 빵에 피는 붉은곰팡이로, 당시만 해도 이 곰팡이의 구조는 물론이고 번식 과정에 대해 알려진 게 거의 없는 상태였습니다. 매클린톡은 친한 동료 과학자 조지 비들의 권유로 스탠포드 대학에서 이 연구를 시작한지 두 달이 채 안 되어 그때까지 이뤄진 연구를 모두 합한 것보다 더 탁월한 성과를 이뤘습니다.

 

매클린톡의 연구가 처음부터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닙니다. 연구 초기에는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해서 “내가 주제넘은 일을 맡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며칠 동안 현미경을 붙들고 고민했지만 아무런 실마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실험실 밖으로 나가서 길 양편에 키 큰 유칼리나무가 늘어선 길을 따라 한참을 걷다가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았습니다. 난관에 봉착한 연구로 인해 눈물을 흘리며 멍하니 앉아 있던 그녀의 마음에 불현 듯 한줄기 빛이 비쳤습니다. 한 순간에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를 발견했던 것입니다.

 

이 일이 있은 후 불과 닷새 후에 매클린톡은 뉴로스포라 문제, 즉 이 붉은곰팡이가 번식을 위해 감수분열(meiosis)하는 과정 전체를 추적하고, 거기서 벌어지는 염색체의 활동을 완벽하게 설명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더 좋은 현미경을 사용하거나 다른 도구의 힘을 빌리지 않았음에도, 그전까지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복잡하게 엉켜서 연결되지 않던 것들이 연결되어 큰 그림이 드러났습니다. 어떻게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그녀는 문제 해결의 결정적인 도약은 ‘유칼리나무 아래 벤치에서 벌어졌던 그때’ 일어났고, 그 일의 본질은 ‘자기 내부의 큰 변화’라면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죽을힘을 다해 매달려도 문제 자체가 납득되지 않는 경우에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문제부터 풀어야 해요. 그러면 저절로 답이 보여요. 그러면 문제가 언제 풀리는지도 알 수 있었어요. 자기 자신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뭘까요. 우리가 어떤 난관에 봉착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이 문제인지, 왜 지금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는지 알아내는 거예요. 그러기 우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성찰해야 해요. 그런데 사람들은 보통 그렇게들 하지 않지요.”

  

그녀는 결정적인 통찰을 얻는 순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고, 확신이 들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혼란 그 자체였던 염색체가 선명하게 보였다고 합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내가 그 일에 빠져들수록 저점 더 염색체가 커지더라는 사실이에요. 그리고 정말로 거기에 몰두했을 때, 나는 염색체 바깥에 있지 않았어요. 그 안에 있었어요. 그들의 시스템 속에서 그들과 함께 움직였지요. 내가 그 속에 들어가 있으니 모든 게 다 크게 보일 수밖에 없죠. 염색체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훤히 보였어요. 정말로 모든 게 거기 있었어요. 나 자신도 무척이나 놀랐지요. 내가 정말로 그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리고 그 작은 부분들이 몽땅 내 친구처럼 여겨졌어요.”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요? 매클린톡의 다음과 같은 말 속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들이 나의 일부가 되지요. 그러면 나 자신은 잊어버려요. 그래요, 그게 중요해요. 나 자신을 완전히 잊어버리는 거 말이에요. 거기에는 더 이상 내가 없어요.”

  

‘무경계’와 ‘하나 됨’의 체험은 과학자보다는 예술가와 시인, 신비주의자들의 입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매클린톡의 삶에서는 이런 특별한 경험이 빈번하게 등장합니다. 그녀는 시인의 마음으로 연구 대상과 관계를 맺고, 예술가의 상상력과 과학적 방법론을 결합할 줄 알았습니다. 과학자이자 과학사가인 이블린 폭스 켈러가 쓴 바바라 매클린톡의 매혹적인 전기 <생명의 느낌>은 이 점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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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블린 폭스 켈러 저, 김재희 역, 생명의 느낌, 양문,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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