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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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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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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10일 09시 17분 등록

교육 현장에서는 지금 체험교육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대학입시에 입학사정관제도가 생겨나고 학생의 잠재력을 입학사정의 중요한 기준으로 취급하는 듯 비치면서 더욱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 제도로 입학하려는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체험이 필수가 된 듯 보입니다. 창의와 인성 교육을 중시하는 교육정책은 각급 일선 학교의 다양한 현장학습 체험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세상과 조직에는 창의적인 인재, 훌륭한 인성을 가진 인재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흐름을 타고 있는 것입니다.

 

하긴 실용과 전략과 비법 따위로는 삶과 조직, 사회에 닥쳐오는 고밀도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어려워졌으니 개인과 조직에게 창의는 필수입니다.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일 만큼 너무 많이 외롭고 치열 각박하고 피로한 사회가 우리 사회이니 나만이 아닌 타인을 헤아릴 수 있는 인성 역시 꼭 필요한 덕목입니다. 이런 사회현상에 대한 교육적 해결책의 하나로 체험학습은 더욱 중시되고 있습니다.

 

여우숲 역시 자연과 생명을 체험하고 농산촌의 문화를 체험하는 숲학교를 두고 있습니다. 숲학교 오래된미래는 태동하기 오래 전부터 이미 지식만으로는 자신과 세상을 구원할 수 없다고 여겨 왔습니다. 몸과 마음을 함께 열고 쓰는 체험, 나 아닌 다른 생명 역시 삶에 대한 열망과 의지와 분투와 상처를 겪으며 살아내고 있다는 것을 가슴으로 느끼도록 하는 체험 등을 통해 지식이 지혜로 확장되고, 不感이 共感으로 전이되는 경로를 열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이 참 쉽지가 않습니다. 진정한 체험을 준비하고 이끌어내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런 체험을 준비한다고 해도 그 체험과정을 기꺼이 구매하려고 하는 소비자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번 겨울 여우숲의 산촌유학캠프를 결국 취소하고 말았습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부모들 중에는 학원과 캠프 둘 사이를 고민하다가 결국 학원을 택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번 캠프 만이 아닙니다. 평소 숲학교에 문의를 주시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은 체험을 문의하지만, 자세히 그 욕구를 분석해 보면 ‘체험’이 아닌 가벼운 ‘경험’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어합니다.

 

나는 ‘체험’과 ‘경험’은 아주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요즘은 어느 축제나 학습 현장에 가도 쉽게 몇몇의 체험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인절미 만들기 체험’, ‘물고기 잡기 체험’, ‘목공 체험’… 하지만, 내용을 보면 그것은 체험이 아닙니다. 그냥 ‘경험’일 뿐입니다. 떡매 잡고 몇 번 반죽을 내리쳐 보고, 아이들 위험하다고 체험 교사가 잘라준 인절미를 위생비닐장갑 끼고 콩고물에 묻혀서 먹어봅니다. 이 체험(?)으로 인절미를 만들 수 있는 아이들은 없습니다. 방앗간을 다녀오고, 힘들게 반죽을 하는 과정 등이 생략된 체험은 그저 경험입니다. 체험은 그 경험의 전과정에 ‘나의 주도성’이 깃들어야 합니다. 나의 시간이 흐르는 경험을 거쳐야 내 삶과 몸과 사유의 일부가 됩니다. 그때서야 그것이 체험이 됩니다. 다음 번에 녹차가루를 넣어 초록으로 색을 내는 인절미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창의성은 그런 체험이라야 가능합니다.

 

조금 극적으로 비유하자면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는 섹스는 그냥 성경험입니다. 오르가즘을 느끼려면 섹스 속에 나의 주도성이 깃들어야 합니다. 나의 온전한 시간이 그 경험 전체에 스며들어야 합니다. 전시적 경험이나 누군가 일방이 주도하고 준비해 놓은 경험만으로는 체험이 될 수 없습니다. 경험을 넘어서야 합니다. 경험에 머물지 않아야 합니다. 그것을 넘어서는 체험을 해야 합니다. 학교와 부모가 이러저러한 것들을 아이들에게 제공했다고 자기만족해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백화점식으로 다양한 것들을 만나도록 하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이 하나의 경험을 느리더라도 전과정에 걸쳐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어떨 때는 반복적으로 해야 합니다. 요즘 변화경영연구소에도 공부 분위기가 확산되어 참 좋습니다. 우리 모두 공부, 그것을 단지 경험에 머물게 하지 말고 체험으로 깊어지게 하는 한 해로 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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