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 편지] 5월을 보내며 

벌써 5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가정이 달인 5월을 가족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까? 저는 2년전 영국으로 시집간 딸이 한국에 나와서 3개월째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영국 남편을 어떻게 삶았는지 3개월간의 리프레시 휴가를 얻어왔습니다. 이제 열흘 정도 있으면 다시 떠납니다. 같이 있을 때는 좋았지만 떠나고 나면 또 허전하겠지요.   

아침 산책길에 이선생집의 장미담장에 코를 대어 보았습니다.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맞은 편 절에도 장미가 한창입니다. 산밑의 오솔길을 지날 때 남정네 냄새가 나서 보니 밤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밤꽃은 생긴 모양도 냄새도 별로입니다.  죽순도 한창입니다. 옆집 농장 귀퉁이에 심은 호박순이 엄청 컸습니다. 매일 보고 있어도 깜짝 놀랄 정도입니다.

모심기가 벌써 끝났습니다. 요즘은 전부 기계로 하니 금방입니다. 2년 전만 하더라도 논이고 산이었던 곳에 아파트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10년 전에 동네사람들과 미꾸라지 잡던 곳에 8차선 도로가 생기고 아파트 숲으로 변했듯이, 2년 전에 벼가 자라던 곳에도 고층건물이 들어서겠지요. 

시간은 갈수록 왜 이렇게 빨리 가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손에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잡아도 슬슬 빠져나가는 것을 어찌 할 수가 없습니다. 하루하루 의미있게 살아보려고 노력은 하지만 돌아보면 파도가 지나간 모래성 같은 기분이 듭니다. 지나간 시간이 남은 시간보다 훨씬 많은 나이가 되니 시간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낍니다. 와야 할 시간은 반드시 오고야 맙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야 할 시간도 어김없이 올 것이고, 내 자신이 떠나야 할 시간도 그때가 언제인지 모를 뿐, 반드시 올 것입니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배운 이야기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인가?"라는 이야기를 가지고 아이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원자폭탄이라고 하고, 또 한 사람은 귀신이라고 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지옥이라고 했습니다. 그때 지팡이를 짚고 지나가던 할머니가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시간'이라고 했습니다. 시간 속에서 늙어가는 것이 가장 무섭다는 말입니다. 저도 그런 것을 느낄 나이가 되었습니다.

늙어가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삶을 제대로 살아보지 못하고 늙어가는 것이 두려운 것이겠지요. 여행지에서 많은 것을 보고 즐기고 경험한 사람이 여행을 마치고 자신이 왔던 곳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떠나듯이 우리도 자신의 지상에서 하루하루를 소풍처럼 눈부시게 살다가 떠날 때가 되면 미련없이 '나의 삶은 즐거운 소풍이었다'고 말하며 떠날 수 있도록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5월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제 6월을 맞이하며 더욱 풍성하고 눈부신 일상이 되길 바랍니다.             

김달국 (dalkug@naver.com)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