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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4일 22시 18분 등록


요즘처럼 더운 날에는 어떤 음료가 가장 좋을까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차가운 맥주를 떠올리실 겁니다. 하지만 와인도 맥주 못지 않게 시원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시원하다 못해 아예 얼어붙은 포도로 만든 와인도 있는데요. 이름에서부터 얼음이 들어간 아이스 바인(Eiswein/ Ice wine)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망친 농사를 극복하고 탄생한 최상의 와인

중세 시대에 와인 양조는 주로 수도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로마제국의 붕괴는 유럽 대부분 지역의 포도밭도 파괴했지만 포도를 재배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예수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씀,

이 잔은 너희를 위하여 흘리는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루카복음 2217~20>

 

이 유언을 지키기 위해 수도사들은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들어야만 했습니다. 11세기 말 프랑스의 부르고뉴 지역에서 시작됐던 시토 수도회(Cistercian)는 그 중에서도 좋은 와인을 만드는 수도회로 잘 알려져 있었는데요. 이 수도회가 프랑스 전역은 물론 영국과 독일까지 확장되어 나가면서 독일에서도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독일을 맥주의 나라로만 알고 있는데요, 사실 독일산 화이트 와인은 높은 품질로 유명합니다. 오늘 소개할 아이스 와인의 원산지도 독일이지요.


“1775년 실로스 요하네스 부르크에 있는 한 수도원장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다른 지방에 머물고 있었다. 그 사이 그의 수도원이 관리하는 포도원의 포도가 익어 수확 허락을 받기 위해 그를 찾아 다녔으나 허사였다. 한 달이 흐른 뒤 수도원장이 돌아왔을 때는 이미 서리가 내린 후였고 포도는 모두 얼어버렸다.”

18세기 유럽에서는 수도원장의 허락 없이는 포도를 수확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포도가 익어가고 마침내 수확할 때가 되었습니다. 1년 중 가장 기쁜 때였겠지요. 하지만 수도원장이 자리를 비운 터라 허락을 받을 수 없어 수확을 할 수 없었습니다. 백방으로 수도원장을 찾아 헤맸지만 허사였습니다. 하루, 이틀시간이 지날수록 얼마나 안타까웠을까요. 일주일, 이주일이 지나도 수도원장을 나타나지 않고, 포도는 너무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한 달이 흐른 뒤에 수도원장이 도착했지만 포도는 이미 서리를 맞아 얼어붙었습니다. 올해 포도 농사는 망치고 말았네요. 보통은 이럴 때 주저앉아 울고 말 겁니다. 화가 많은 사람이라면 수도원장을 원망하며 욕을 할 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한 수도사는 얼어버린 와인이 너무 아까웠던지, 얼음 부분을 깨고 나머지 부분으로 와인을 만들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을까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얼어붙은 포도로 만든 와인은 너무나도 달콤하고 맛이 있었습니다. 요즘에야 설탕이나 각종 감미료로 단 맛을 쉽게 만들 수 있지만 18세기에 단 맛은 매우 귀한 맛이었습니다. 망친 줄 알고 버리려던 포도로 만든 와인에서 그 귀한 단 맛이 나는 겁니다. 비밀은 뜻 밖에도 수확한 날의 날씨였습니다. 물은 0도에서 얼지요. 영하의 날씨가 되면 포도의 수분은 얼지만 당분이 포함된 농출물은 아직 얼지 않습니다.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져도 얼지 않는다고 합니다. 수도원장이 돌아왔던 날은 영하 7도 정도가 아니었을까 추측됩니다. 포도 속의 수분은 꽝꽝 얼었지만, 당분은 얼지 않은 상태, 최상의 아이스 와인이 만들어지는 날씨입니다.

얼어붙은 포도_스몰.png

출처: https://www.brunoticias.com/ice-wine-vino-uvas-congeladas-una-delicia-invernal/

 

200년이 넘게 흐른 요즘에도 아이스 와인은 흰 서리를 맞아 얼어버린 포도로 만듭니다. 한창 수확의 기쁨이 넘쳐야 할 가을, 독일의 포도밭에는 잘 익은 포도들이 그냥 널려 있습니다. 11월 초 서리가 내려 포도가 얼기를 기다렸다가, 얼자 마자 바로 따기 위해서지요. 작년처럼 이상고온 현상이 일어나 포도가 얼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이럴 때는 정말로 포도 농사를 망치는 거죠. 얼기를 기다리다 멧돼지나 새떼의 공격을 받아 버리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얼었던 포도가 양조장으로 옮기는 도중에 녹는 바람에 망치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아이스 와인은 10년에 5~6회 정도 밖에 만들지 못한다고 합니다. 아이스 와인이 비싼 이유가 있었네요.

아이스 와인은 캐나다산도 유명합니다. 캐나다로 이민을 간 독일 사람들이 기후가 비슷한 그 곳에서 아이스 와인을 만들면서 생산량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지요. 독일과 캐나다 모두 서리를 맞아 언 자연 아이스 와인만 공식 아이스 와인으로 인정합니다. 멀쩡한 포도를 냉동실에서 얼린 뒤 아이스 와인을 만들기도 하는데요. 이를 인공 아이스 와인이라 부르며 주로 스위스, 미국, 호주에서 생산됩니다. 아무래도 자연이 만든 아이스 와인에 비해서 맛과 향이 부족하지요. 당연히 값도 저렴합니다. 자연 아이스 와인이 너무 비싸서 부담스러웠다면 마셔볼만 합니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단 맛

아이스 와인은 당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단 맛을 좋아하는 저도 너무 달다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주요리(main dish)와는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주로 디저트와 함께 먹기 때문에 디저트 와인이라고도 불립니다. 그저 달기만 하다면 고급 와인이 될 수 없었겠지요. 첫 맛은 많이 달지만 잠깐만 기다리면 깔끔한 신맛이 느껴집니다. 꿀처럼 고급스러운 단 맛 뒤에 깨끗한 신맛이 조화를 이루며 입안을 개운하게 하지요. 아이스 와인이 가장 맛있게 느껴지는 온도는 5~7도 입니다. 냉장실에서 꺼내서 바로 마시는 것이 좋겠네요.


아이스.png

출처: https://vinepair.com/articles/is-it-ever-ok-to-put-an-ice-cube-in-a-warm-beverage/

 

오늘 제가 사는 지역은 체감온도가 37도가 넘었습니다. 더위에 지친 건지, 기력이 딸리는 건지 밥도 먹기 싫고, 하루 종일 누워만 있고 싶더군요. 마음 편지를 써야 하는데… 독자님들이 기다리실텐데... 오후 늦게까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시원한 음료수와 함께 당분이지요. 마음 편지 쓸 정신과 기력을 찾기 위해 오랫동안 냉장고에 아껴뒀던 아이스 와인을 꺼냈습니다. 병을 얼굴에 대어 봤습니다. 얼음 같은 차가움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잔에 따라서 한모금 마셨습니다. 설탕 폭탄이 터지는 듯한 단 맛에 기력도 돌아오는 것 같았지요. 역시 달달한 것 만한 게 없네요. 하지만 아무리 맛있어도 술은 술.  두 잔 이상 마셨더라면 오늘 마음편지는 정말 마음으로만 썼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

더운 여름을 견디기 위해 시원한 맥주도 아이스 와인도 좋지만, 너무 많이 마시면 더 더워질 수 있습니다. 딱 정신이 들만큼만 마시는 자제력이 더욱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이번주도 시원하고 맛있는 한 주 보내세요~^^

 

 

참고문헌

<올 댓 와인> 조정용, 해냄, 2006

<와인> 김준철, 백산출판사, 2003

오미나라: 이종기 교수의 술 이야기: https://www.omynara.com/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팟캐스트] 음식의 가치 - 서은경 작가 2

70번째 팟캣스트 에피소드는 서은경 작가의 <음식의 가치> 2편입니다. 책을 쓴 과정뿐만 아니라 글쓰기와 인터뷰 방법까지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음식에 대한 기본관념을 깨는 방송입니다. 가끔 영화나 연극을 보고, 여행을 하듯이 문화의 하나로 세련된 식문화를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김사장, , 묙이 함께하는 <음식의 가치> 2편 방송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podbbang.com/ch/15849?e=23123898

 

2. [상시모집] 기질에 맞는 1인 지식기업가 로드맵 설계- 1원데이

1인회사 연구소 수희향 대표가 진행하는 <기질에 맞는 1인 지식기업가 로드맵 설계> 1개별 맞춤형 원데이 워크숍 참가자를 상시모집합니다살아온 시간보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이 훨씬 더 많이 남게 되는 저성장 고령화 시대를 맞아 자기다움을 펼치며 가장 주체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는 프로그램입니다. 1인 지식기업가로 평생 셀프 고용하고자 하시는 분들의 관심과 참여 기다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6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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