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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12일 00시 01분 등록
역사는 처음이시죠? - 한국사

일본 아베정권이 한국을 상대로 경제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지 않고 한국을 향해 경제 전쟁 선포를 하다니 참으로 염치없는 행동입니다. 2020년 일본 올림픽에서 후쿠시마 농산물을 참가 선수들 식탁 위에 올리겠다는 계획도 진행 중입니다. 요컨대 일본의 제국주의 역사는 광복 된지 74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한반도 냉전체제를 극복하고 아시아 평화라는 미래를 향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할 때, 일본 극우 정치인들의 행태보다 더욱 분통터지는 일이 한국 내부에 있습니다.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일본 극우 정치인들처럼 말을 내뱉고 글을 쓰는 이들을 거의 매일 언론에서 접합니다.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와 학자 몇 명이 함께 책을 냈습니다. 독도는 우리 땅이 아니며, 일제는 조선을 수탈하지 않았고, 강제 징용과 성노예는 없었다고 책에 썼습니다. 이런 책이 현재 베스트셀러 1위랍니다.

2019년 한반도에 여전히 제국주의 가치관이 판을 치는 이유는 가짜 역사를 가르쳐 왔기 때문입니다. 일본 제국주의와 세계대전, 상해 임시정부와 해방, 한국전쟁과 분단, 이승만에서 박정희와 전두환으로 흘러가는 권력의 역사, 제주 4·3과 전태일과 광주 5·18에 대해 입을 다무는 역사교육은 모두 가짜입니다. ‘일베’가 활개 치는 것은 모두 가짜 역사 때문입니다. 가짜 역사를 배운 사람들이 언론인, 정치인, 학자, 종교인, 기업가가 되어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입니다.

칼을 단련시키고 날카롭게 만드는 건
과학이고 수학이고 법과 사회야.
역사를 배운다고 칼이 강해지지는 않아.
그런데 역사를 왜 배우는지 알아?
역사를 배우면
이 칼끝을 어디로 향하게 해야 할지,
누구를 위해 써야 할지,
또 언제 뽑아야 할지 알게 된다.
그러니까 역사보다 중요한 게 있을까?’

‘한국사 선생님의 명언’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글입니다. 스치듯 읽은 글인데 잊히지 않고 요즘 들어 더욱 생각이 납니다.

어른과 십대 청소년 모두 곁에 두고 읽을 만한 한국 역사책을 몇 권 추천해 보겠습니다. 


1. 조선상고사 (신채호)

1925년, 단재 신채호 선생님은 새해를 맞아 일간지에 쓴 칼럼에서 조선의 정신적 독립을 일갈했습니다.

‘우리 조선은 석가가 들어오면
조선의 석가가 되지 않고 석가의 조선이 되며,
공자가 들어와도 공자의 조선이 된다.
주의도 마찬가지다.
아! 이것이 조선의 특색이냐?
특색이라면 노예의 특색이다.
나는 조선의 주의를 위해 통곡하려 한다.’

단재 신채호 선생님이 쓴 ‘조선상고사’는 원래 ‘조선사’였습니다. 뤼순감옥에서 수감 중에 고대부터 근대까지 우리 역사를 주체적으로 재정립하려던 글이었는데, 중간에 쓰러지면서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하고 대단군조선부터 삼국시대까지 서술한 ‘조선상고사’가 되었습니다.

십대청소년과 어른을 위한 책으로 ‘역사의아침’에서 펴낸 <조선상고사>(단재 신채호 지음, 김종선 옮김)가 있고, 어린이를 위한 학습만화로 ‘주니어김영사’에서 펴낸 <조선상고사>(김대현 글, 최정규 그림)이 있습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님에 대해 좀 더 깊게 알고 싶은 분은 <단재 신채호 다시 읽기 - 민족주의자에서 아나키스트로>(이호룡, 돌배개)를 추천합니다.


2.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 (김형민, 푸른역사)

2015년부터 주간지 <시사IN>에 연재한 역사 이야기를 가려 뽑아 책으로 엮었습니다. 김형민 PD의 글에서는 뛰어난 가독성과 뜨거운 열정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온달과 결혼한 평강공주 이야기부터 2017년 백남기 농민 사인논란까지 고대와 현대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어렴풋이 알고 있는 사건들의 숨은 디테일을 구글 검색만으로는 결코 파악할 수 없는 깊숙한 이야기까지 흥미진진하게 풀어냅니다.


3. 조선왕조실록 (박시백, 휴머니스트)

독서의 중요성이나 방법론을 설명하는 책 중에서 ‘되도록 학습만화를 피해야 한다’는 조언을 가끔 접합니다.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좋은 학습만화는 독서의 매력을 익히는 참 좋은 방법입니다. 32개국 21만 명의 아이들을 평가해 보니 핀란드 아이들의 읽기 성적이 가장 높았습니다. 핀란드의 열 살짜리 아이들이 가장 많이 보는 책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59%의 아이들이 거의 매일 같이 만화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하루 15분 책읽어주기의 힘’, 짐트렐리즈, 209쪽 인용)

박시백 만화가는 원래 한겨레신문 시사만화가였는데, 조선왕조실록을 만화로 그려보고 싶어서 신문사까지 그만둡니다. 2003년 1권을 내고 최종적으로 2013년 20권으로 완간했으니 10년에 걸린 대장정이었습니다. 20권 세트를 집에 들여 놓고 자녀와 부모 모두 함께 읽기를 권합니다. 그림과 글 모두 뛰어납니다.


4. 백범일지 (김구, 도진순 역, 돌베개)

요즘 광화문에서는 연일 태극기봉을 휘두르며 마구잡이 폭력을 휘두르는 몰지각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현실입니다. 태극기는 일제 강점기 시절 친일 혈서를 쓰거나 군사 쿠테타를 일으키고 군사독재 종신집권을 꾀하던 사람을 위해 흔들게 아니라 백범 김구 선생님이나 안중근 의사 같은 분들의 독립운동 정신을 기리기 위해 흔들어야 합니다.

백범일지는 백범 김구 선생님의 일대기와 독립운동사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입니다. 특히 백범일지 뒤쪽에 수록된 <나의 소원>은 손가락으로 집어가며 읽으면서 가슴에 새길 만한 명문 중의 명문 입니다.


5. 안중근 자서전 (안중근, 범우사)

안중근 의사는 자서전에서 유년시절부터 이토 사살 및 공판까지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서술합니다.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읽어도 당시의 시대가 얼마나 참담하고 암울했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시대의 한 복판에서 신문을 읽고 학교를 세우며 의병을 모으는 안중근 의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부록으로 실린 안중근 의사의<동양평화론>은 당시 일본 제국주의의 한계를 명확히 집어낸 글입니다. 항소를 포기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집필에 매진했던 미완의 원고 <동양평화론>은 동양을 침탈하는 서구 제국주의를 방어하기 위하여 한중일 삼국이 각각 독립을 유지하면서도 서로 협력하는 아시아 공동체 건설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설파합니다.


6. 태일이 (박태옥 글, 최호철 그림, 돌베개)

제 딸들은 풀빵을 보면 ‘태일이빵’이라고 부릅니다. 학교 도서관에서 전태일 열사의 삶과 죽음을 다룬 5권짜리 만화 ‘태일이’를 읽었기 때문입니다. 전태일 열사는 열악한 노동현장에서 배고픔과 폐병으로 고생하는 열다섯, 열여섯 살 소녀들에게 차비를 아껴 풀빵을 사주었다고 합니다. 인권변호사의 대부 조영래 변호사가 수배 생활 중에 쓰고 일본에서 먼저 발행했던 ‘전태일 평전’ (조영래, 돌베개)도 한국 현대사에 길이 남을 책입니다.

청계천에 있는 전태일 동상은 가족과 함께 찾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태일 기념관은 아직 가보지 못했습니다. 조만간 꼭 방문해 볼 계획입니다. 특히 내년에는 전태일 열사 분신 50주년 기념 애니메이션이 극장에 걸릴 예정이랍니다. 두 딸들과 함께 꼭 극장을 찾을 겁니다.


[70]2017전태일.jpg



유형선 드림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마음을 나누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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