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알로하
  • 조회 수 970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9년 9월 22일 13시 28분 등록


흥겨운 축제나 승리를 축하하는 자리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흰 거품이 터져 나오고 이를 모두에게 뿌립니다. 몸과 머리가 젖지만 누구 하나 피하거나 기분 나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소리를 지르며 환호합니다. 이렇게 청각, 시각, 촉각을 자극하여 축제 분위기를 돋우는 데는 샴페인(Champaign)만 한 게 없지요. 가장 행복한 순간, 그 어떤 것보다도 화려한 장면을 연출하는 샴페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앞을 못 보는 수도사에 의해서 개발되었습니다.


 샴페인 샤워.png

출처: https://www.opencourt-basketball.com/doc-rivers-calls-out-doubters-haters-vegas-barkley-espn-before-popping-bottle-of-champagne/


별을 마신 수도사

프랑스 동북부 지역에 위치한 샹파뉴(Champagne)작은 마을에서 수도생활을 하던 피에르 페리뇽(Pierre Perignon: 1638~1715)은 눈이 아주 나빴습니다. 하지만 그는 신을 원망하거나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타고난 미각과 후각을 더욱 발달시켜 맛있는 와인을 만들려고 노력했지요. 그가 살던 수도원이 위치한 샹파뉴는 북위 50도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포도 재배의 북방 한계선이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그만큼 날씨가 서늘하고, 겨울에는 기온이 낮아져 와인이 발효를 멈추곤 했습니다. 그런데 따뜻한 봄이 되면 다시 발효가 시작되면서 와인이 부글부글 끓다가 병이 터져버리는 일이 자주 생겼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악마의 장난이라 부르며 화를 내거나, 올해 와인은 망쳤다며 절망했는데요. 맛에 대한 호기심이 강했던 페리뇽 수사는 깨진 병 사이로 흐르는 거품 와인의 맛을 보았습니다.


“형제님, 어서 와보세요. 저는 지금 은하수를 마시고 있어요!

이보다 더 시()적인 와인 맛 평가가 있을까요. 부드러운 거품이 되어 혀를 자극하는 탄산가스를 그는 이라고 불렀습니다. 실제로 샴페인 한 병에는 약 250만개의 기포가 있다고 하니까 밤하늘을 흐르는 은하수라는 표현이 딱 맞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후 페리뇽은 은하수가 담긴 와인 맛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했습니다. 가장 큰 노력은 탄산가스를 병에 가두는 일이었지요. 그는 먼저 탄산가스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두꺼운 병에 와인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코르크 위에 철사를 감아 코르크가 탄산에 밀려 튀어나가지 않도록 밀폐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기술 뿐만 아니라 맛을 위한 노력도 쉬지 않았는데요. 샤르도네(Chardonnay), 피노 누아(Pino Noir) 등 여러 품종의 포도즙을 섞어 특별한 맛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때 그의 예민한 미각과 후각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눈을 잃은 그에게 신은 뛰어난 혀와 코를 주셨고, 그의 노력이 더해져 가장 맛있는 술이 만들어졌습니다.

수도자로서 신앙생활 뿐 아니라 수도원의 와인 책임자로서의 임무까지 훌륭하게 해낸 피에르 페리뇽은 이후 성직자의 최고 등급인 도미누스(Dominus) 칭호를 받습니다. 이를 줄여 (Dom)이라고 부르는데요. 오늘날 최고 샴페인의 대명사가 된 동 페리뇽(Dom Perignon)’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샴페인에서 태어난 샴페인

샴페인이라는 명칭은 샴페인의 고향인 프랑스의 샹파뉴(Champagne)’를 영어로 읽은 것입니다. 원산지이름이 와인의 이름이 된 케이스지요. 그런데 프랑스의 다른 지역에서 만든 발포성 와인도 샴페인이라고 부르자 샴페인 지역의 농민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를 기억하시나요? 원산지 명칭 보호 또는 원산지 통제 정책이라고 했던 그 AOC 입니다. 다른 고급 와인들과 마찬가지로 AOC 정책에 따라, 샴페인도 프랑스의 샹파뉴 지역에서 일정 조건에 맞게,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져야만 샹파뉴또는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지역에서 생산된 발포성 와인은 크레망(crement) 또는 스파클링 와인이라 부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스푸망테(spumante), 스페인에서는 까바(cava)라고 하지요.

샴페인은 1차 발효 때까지는 화이트 와인과 같은 방법으로 만듭니다. 이후 샤르도네, 피노 누아,피노 뫼니에(Pino Meunier) 등 다양한 품종을 섞어 깊은 맛을 만듭니다. 각각의 비율을 어떻게 섞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겠지요. 품종 뿐 아니라 어느 밭에서 또는 어느 해에 만든 와인을 섞는가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집니다. 이 때문에 양조장마다 고유하고 독특한 맛의 샴페인이 만들어집니다. 혼합한 와인은 병에 넣어 2차 발효시킵니다. 제대로 된 발효를 위해서 온도가 너무 높거나 낮지 않게 15도 정도로 유지해야 합니다. 이후 온도가 좀 더 낮은 곳(10도 이하)으로 옮겨서 숙성을 하는데요. 이 때 발효의 결과로 생긴 침전물을 제거하기 위해 병을 거꾸로 비스듬히 꽂아 돌리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침전물이 입구에 모이면 얼려서 제거한 후에 다시 밀봉을 하지요. 이렇듯 샴페인을 만드는 과정은 매우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갑니다.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겠지요.

축하 분위기를 돋우는 것도 좋지만 비싼 샴페인을 터뜨려서 뿌려 버리는 것은 좀 아깝습니다. 만드느라 고생한 와인 장인들에게도 예의가 아닌 것 같지요. 흥겨운 축제의 샴페인 샤워는 TV에서 보는 걸로 만족하고요. 우리는 아까운 샴페인을 한 방울도 놓치지 말고 맛있게 즐겨볼까요. ^^


how to open champagne bottle_small.png

출처: https://www.quora.com/How-do-I-open-the-sparkling-wine


샴페인을 마시려면 먼저 코르크를 따야 하는데요. 탄산가스가 새지 않도록 꽁꽁 밀폐를 했기 때문에 여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제일 먼저 할 일은 병목 부분의 포일 포장을 벗기는 겁니다. 포일을 다 제거했다면 이제 철사줄을 느슨하게 풀어주세요. 이 때 오른손으로 코르크를 누르고 왼손으로 철사줄을 돌려야 합니다. 다음에는 오른손으로 코르크를 감싸면서 돌리고, 동시에 왼손으로는 반대 방향으로 병을 돌리면 코르크가 자연스럽게 빠집니다. 샴페인 병을 잘 따는 사람은 코르크가 빠질 때 한숨 쉬는 정도의 소리 밖에 안 낸다고 합니다. 펑 소리와 환호가 없어서 좀 심심한가요? 아쉽지만 저는 샴페인 샤워는 로또 1등 당첨 정도의 행운을 위해 남겨두려고 합니다.


가을입니다. 어제, 오늘은 태풍의 영향으로 바람이 많이 불고, 낮에도 쌀쌀 하네요. 빨리 태풍이 물러가고 다시 맑고 높은 가을 하늘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이번 한주도 건강하고 맛있는 날들 보내세요~^^



참고문헌

<올 댓 와인2, 명작의 비밀> 조정용, 해냄, 2009

<와인> 김준철, 백산출판사, 2003

파이낸셜 뉴스, 와인의 경제학: http://www.fnnews.com/news/201907041859277982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알림변경연 가을소풍

변경연 가을 소풍 안내입니다.

일시: 2019 9 28() 3~ 29()

장소남양주 에스나인 펜션

포기하려 해도 포기할 수 없는 작가의 꿈‘읽고 있는 책’ 한 권씩 가져와서 소개하는 시간이 있습니다평소 어떻게 글을 쓰는지 작가로서의 꿈과 함께 들려주세요. 참석은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6752


2. [팟캐스트] 서른, 내 꽃으로 피어라- 정경빈 작가 1

77번째 팟캐스트 에피소드는 2기 정경빈 작가의 <서른, 내 꽃으로 피어라> 첫번째 이야기입니다. 30대에 썼던 책을 40대가 되어 돌아보며 10년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느린게 결국은 빠르다는 깨달음을 얻는 시간을 확인해 보세요.

김사장, , 묙이 함께하는 방송은 아래 링크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15849?e=23188000


3. [상시모집] 기질에 맞는 1인 지식기업가 로드맵 설계- 1원데이

1인회사 연구소 수희향 대표가 진행하는 <기질에 맞는 1인 지식기업가 로드맵 설계> 1개별 맞춤형 원데이 워크숍 참가자를 상시모집합니다살아온 시간보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이 훨씬 더 많이 남게 되는 저성장 고령화 시대를 맞아 자기다움을 펼치며 가장 주체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는 프로그램입니다. 1인 지식기업가로 평생 셀프 고용하고자 하시는 분들의 관심과 참여 기다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6126


 

IP *.180.157.29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36 [화요편지]7주차 워크숍_새 삶의 키워드 file 아난다 2019.09.24 772
3335 가족처방전 -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습니다, 열세 번째 이야기 file 제산 2019.09.23 861
» [알로하의 맛있는 편지]_은하수가 담긴 와인 file 알로하 2019.09.22 970
3333 목요편지 - 오스카와일드 운제 2019.09.20 764
3332 [금욜편지 105- 책쓰기준비 4- 기질] 수희향 2019.09.20 815
3331 [수요편지] 오토바이, 그 자유의 바람 장재용 2019.09.18 759
3330 [화요편지]7주차 미션보드_ 새 삶을 채울 100가지 기쁨 아난다 2019.09.17 699
3329 [수요편지] 호찌민에서 만난 쓸쓸한 표정의 사내 장재용 2019.09.11 770
3328 [화요편지]6주차 워크숍_Shall we dance? 아난다 2019.09.10 843
3327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습니다, 열두 번째 이야기 제산 2019.09.09 983
3326 [알로하의 맛있는 편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치즈 file [2] 알로하 2019.09.08 1083
3325 [금욜편지 104- 책쓰기준비 3- 경비] 수희향 2019.09.06 837
3324 목요편지 - 아! 가을인가 운제 2019.09.06 755
3323 [수요편지] 그대,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장재용 2019.09.04 824
3322 [화요편지]6주차 미션보드_OO씨의 행복여행 아난다 2019.09.03 831
3321 신화는 처음이시죠? - 신화 작가편 제산 2019.09.01 837
3320 [알로하의 맛있는 편지] 맛있는 와인, 어떻게 골라야 할까요? file 알로하 2019.09.01 921
3319 [금욜편지 103- 책쓰기준비 2- 시간] 수희향 2019.08.30 818
3318 목요편지 _ 여행, 그 후 운제 2019.08.29 840
3317 [수요편지] 그리고 비엔티안 장재용 2019.08.27 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