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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4일 06시 53분 등록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하지요. 저에게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 나는 야행성 습관이 그런 버릇입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밤 늦게까지 숙제를 하느라, 아침에 못 일어나서 지각을 참 많이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학교에 가지 않는 일요일 아침에는 깨우지 않아도 일찍 일어났는데요. 바로 일요일 아침 8시에 시작했던 세계명작만화 때문이었습니다. <소공녀 세라>, <작은 아씨들>, <톰 소여의 모험> 등 다양한 문학 작품을 만화로 먼저 접했는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게 봤던 만화는 오늘 소개할 <알프스 소녀 하이디> 입니다.


알프스를 사랑한 소녀

1974년 후지TV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원작은 스위스의 소설가 요한나 슈피리(Johanna Spyri)가 쓴 <하이디의 배움과 방황의 날들: Heidis Lehr- und Wanderjahre, 1880> <하이디는 배운 것을 유익하게 사용한다 Heidi kann brauchen, was es gelernt hat, 1881> 입니다. 주인공 하이디는 부모를 잃고 이모와 함께 사는 꼬마 소녀입니다. 다섯 살이 되던 해에 이모가 도시로 일을 하러 가면서 하이디는 알프스 산 속에 홀로 사는 할아버지에게 억지로 맡겨집니다. 할아버지는 다른 사람과 교류를 하지 않고 홀로 산에서 염소를 키우고, 염소 젖으로 치즈를 만들어 팔며 살아가던 고독한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유일한 대화 상대는 매일 산으로 염소를 몰고 갔다 오는 염소치기 소년, 피터 뿐일 정도로, 그는 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완고한 노인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처음에는 하이디를 맡지 않으려 했지만 밝고 순수한 하이디에게 점차 마음의 문을 엽니다. 그리고 웃음도 점점 커져갔지요. 하이디도 피터를 따라 알프스산을 뛰어 다니고,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랍니다. 하이디가 매일 먹는 음식은 검은 빵과 신선한 염소 젖, 그리고 염소 젖으로 직접 만든 치즈 입니다. 방금 짠 젖으로 만든 신선한 치즈이니 당연히 맛있었겠지요. 한편 하이디의 둘도 없는 친구, 피터의 집은 그보다 형편이 안 좋습니다. 아빠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눈이 안 보이는 할머니와 어머니, 피터 셋이 사는 집은 신선한 염소 젖이나 치즈 조차 먹을 형편이 안 됩니다. 그들의 유일한 양식은 검은 빵인데요. 이들이 살았던 19세기에 가난한 사람들이 먹던 검은 빵은 오늘날 우리가 먹는 건강식품 검은 빵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19세기의 검은 빵에는 밀가루 외에도 각종 곡물이 들어 있었습니다. 기장, 보리, 호밀, 조 등인데요. 이들은 발효가 잘 안 되기 때문에 이것들이 섞인 빵은 부풀지 않아서 딱딱했습니다. 곡물 뿐일까요. 제분 과정의 부산물인 겉껍질이나 밀기울, 심지어 지푸라기까지 들어갔기 때문에 거칠고 맛이 없었지요. 이가 나쁜 피터 할머니는 이렇게 딱딱한 빵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할머니의 소원은 부드러운 흰 빵을 한 번 먹어 보는 것이었습니다 



검은 빵이 놓인 식탁 VS 흰 빵이 놓인 식탁  

알프스에서 할아버지와 피터 가족과 함께 소박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던 하이디에게 도시로 갔던 이모가 다시 찾아옵니다. 하이디를 데려가기 위해서이지요. 하이디는 할아버지를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도시에 가면 흰빵을 사올 수 있다는 이모에게 속아 도시로 떠납니다. 하이디가 도착한 곳은 19세기 말 유럽 대도시 중의 하나였던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입니다. 하이디는 이 도시에서도 가장 부잣집 딸이었던 클라라의 말동무가 돼 함께 교육을 받기로 되어 있었지요.


white vs black bread_Heidi.png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m07KYuN98CA&list=PLUwJIEAMQFnMJceJmLhg4OaPJVk_RAoe&index=35

 

클라라네 집에서 처음 먹는 저녁 식사 시간. 할머니의 평생 소원인 흰 빵이 가득 담긴 바구니가 나옵니다. 차이가 보이시나요? 왼 쪽은 피터네 집에서 먹던 검은 빵, 오른 쪽은 프랑크푸르트의 부자들이 먹던 흰 빵입니다. 그림에서 부드러움의 차이야 안 느껴지겠지만 크기는 바로 비교가 되지요. 검은 빵은 원래 큰 빵을 자른 겁니다. 흰 빵은 작은 롤빵이고요. 검은 빵은 재료도 싸구려지만 쉽게 만들기 위해서 크게 한 덩이로 만들어서 잘라 먹었습니다. 반면에 흰 빵은 작은 크기로 하나 하나 정성을 들여서 만들었고요. 그러니 당연히 부드럽고 맛이 있었겠지요. 이번에는 식탁을 볼까요.

 white vs black bread_Heidi 2.png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m07KYuN98CA&list=PLUwJIEAMQFnMJceJmLhg4OaPJVk_RAoe&index=35

 

할아버지와 먹던 알프스의 식탁에는 빵과 염소 젖, 치즈 밖에 없었습니다. 식사 도구라고는 우유를 떠먹기 위한 숟가락이 전부였지요. 부자의 식탁은 어떤가요? 빵과 치즈 외에도 고기, 과일 등이 보입니다. 숟가락과 포크도 여러 개이고 개인 접시도 있네요. 이에 따라 사용하는 도구, 먹는 순서 등의 식사 예절도 어렵습니다. 하이디는 이런 예절을 몰라 손으로 고기를 집어 먹다가 크게 혼이 납니다. 혼이 난 뒤 풀이 죽은 하이디가 보이지요. 두 그림은 식탁 위의 음식 만큼이나 하이디의 모습도 달라 보입니다. 거칠고 검은 빵이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맛있게 먹으며 웃음이 가득한 하이디. 반면에 부드럽고 맛있는 하얀 빵이 가득하지만 우울한 하이디. 어느 식탁에서 같이 저녁을 먹고 싶으신가요? ^^

적막과 엄숙함만이 넘치는 듯한 부잣집의 식탁에도 한가지 재미있는 비밀이 있습니다. 하이디의 손 위를 자세히 보면 식탁 아래로 뭔가를 숨기고 있습니다. 바로 흰 빵 하나인데요. 기특하게도 알프스에 있는 피터 할머니에게 가져다 주기 위해 흰 빵 하나를 몰래 숨기고 있네요. 속아서 왔긴 하지만 흰 빵을 사기 위해 프랑크푸르트에 왔으니 목표 달성이라고 할까요. 하이디는 이 빵을 할머니께 갖다 드릴 수 있을까요? 아니 그보다 알프스에서 자연인처럼 살던 하이디가 대도시의 삶을 견딜 수 있을까요?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 동화책이나 애니메이션을 보고 확인해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 삼십여 년 전에 일요일 늦잠을 포기하고 봤던 <알프스 소녀 하이디> 전편은 물론 최근에 만들어진 3D 버전의 하이디도 유투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유투브로 언제든지 볼 수 있었더라면 아침 잠을 놓치고 일찍 일어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주도 건강하고 맛있는 한 주 보내세요~^^

 

 

참고문헌

<역사학자 정기문의 식사> 정기문, 도서출판 책과함께, 2017

<빵의 역사> 하인리히 E. 야콥, 곽명단, 임지원 옮김, 우물이 있는 집, 2009

<빵의 지구사> 윌리엄 루벨, 이인선 옮김, 휴머니스트, 2017

https://en.wikipedia.org/wiki/Heidi

https://www.youtube.com/watch?v=m07KYuN98CA&list=PLUwJIEAMQFnMJceJmLhg4OaPJVk_RAoe&index=35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팟캐스트] 딴짓해도 괜찮아 - 장재용 작가 2

80번째 팟캐스트 에피소드는 8기 장재용 작가의 <딴짓해도 괜찮아> 두번째 이야기입니다. 베트남에서 살고 있는 장재용 작가는 이번 방송과 강의를 위해 베트남에서 날아오셨습니다. 세계의 지붕, 에베레스트를 다녀온 사람의 겸허함이 느껴지는 시간을 확인해 보세요. 김사장, , 묙이 함께하는 방송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셔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15849?e=23205009

 

2. 2회 에코라이후 릴레이 강연&토크에 초대합니다!

10월의 마지막주 토요일인 26일 낮 12시부터 경제경영인문에 대해 공부하는 모임인 <에코라이후>에서 두번째 릴레이 강연 및 토크 모임을 엽니다. 4명의 강사가 자신만의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를 한 후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목마른 어른들의 배움터이자 놀이터의 숨은 무림고수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별도의 회비 대신 포트럭 파티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57184

 

3. 치유와 코칭 백일쓰기 39기 지원안내

함께성장인문학연구원 정예서 원장이 진행하는 <치유와 코칭 백일쓰기> 39기를 모집합니다. 2019년을 ‘나’에게 던지는 100개의 질문으로 시작하여 자신의 지도를 완성하는 해로 기억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좋은 습관 하나가 큰 자산이 됨을 알고 있지만 습관 만들기가 어려우셨던 분나의 과거는 어떠했고현재 위치는 어디인지미래 비전은 어떻게 완성할 것인지에 이어 사회적 글쓰기까지자신의 신화를 완성하고자 하시는 분들의 참여 기다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7198



IP *.180.1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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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4 08:14:00 *.144.57.5

저도 그때 기억납니다. 일요일 아침에 만화영화 많이 했지요. 언제 어렸을때 보았던 만화영화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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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7 01:56:50 *.180.157.29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끼리 공유하는 감성이 있는 것 같아요. 언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 마련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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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5 12:51:04 *.36.137.238

알프스 소녀 하이디 만화영화에 이렇게 재미난 음식 이야기가 있었다니,,


알로하 선배님 덕분에 몰랐던 사실을 배웁니다. 


너무 오랜동안 변경연 글도 못 읽고 댓글도 못달고 살았네요. ㅠ ㅠ

다시 부지런해지기로 마음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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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7 01:35:50 *.180.157.29

그저 재미있게만 봤던 동화, 만화였는데, 알고보면 19세기 계급과 부의 차이에 따른 식생활의 차이를 아주 잘 보여주는 작품이지요.


그동안 안 보이셔서 조금 섭섭했는데...

앞으로 댓글에서 자주 뵙기를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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