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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5일 09시 36분 등록
가을은 깊어가는데

벌써 10월말입니다.
자연이 예쁘게 물들어갑니다.
지금쯤 설악산에는 단풍이 절정이겠지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단풍놀이 계획을 세우는데 올해는 없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걸까요? 사람한테 부대끼는 것이 싫어서일까요?

10월 초 지리산에 있는 대원사 계곡을 아침 일찍 올라갔습니다.
전 날 그 근처에서 민박을 했기 때문에 일찍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뒤라 계곡의 물이 엄청나게 좋았습니다.
2시간 정도 올라가는 동안 아무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물도 좋았지만 조용한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정상 부근에 있는 식당에서 도토리묵에 막걸리를 한잔 했습니다.
아침부터 산을 바라보며 한잔 하니 너무 좋았습니다.
아내에게 '산을 한번 보라'고 하였습니다.
아내는 '산은 좋은데 전깃줄이 있는 것이 흠이다'고 말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전깃줄 몇 가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내가 그런 말을 하기 전까지 내 눈에는 산만 들어왔는데......
그때 깨달았습니다.
같은 것을 본다고 해서 같은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무엇을 보느냐 보다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같은 길을 가면서도
노랗게 물들어가는 은행잎을 보는 사람, 
신호등만 보는 사람,
앞만보고 가는 사람,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어제는 가을비가 왔습니다.
친구와 늦게까지 한잔 마셨습니다.
지금 오는 비는 쓸데가 없지만 술마시기에는 아주 좋았습니다.
젊었을 때는 비오는 것이 싫었습니다.
지금은 비오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바람불어도 좋고, 날씨가 흐려도 좋습니다.

얼마 전 아는 사람이 "지금 행복하세요?" 라고 물었습니다.
나는 순간 '행복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 행복합니다."고 했습니다.
너무 쉽게 대답하니 상대가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아무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걱정은 행복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전에는 '걱정과 고통이 없는 상태를 행복'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다릅니다.
하늘에 구름이 하나도 없어야 좋은 날씨가 아니듯이
우리의 삶에 걱정이 없어야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바다에 항상 파도가 일듯이 우리의 삶에는 걱정이 항상 있습니다.
걱정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보느냐가 문제입니다.   
오늘같이 흐린 날도 누구에게는 좋은 날이 될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나쁜 날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구름의 문제가 아니라 보는 사람의 문제겠지요.

10월은 무엇을 해도 좋은 날씨입니다.
산으로 가도 좋고 집에서 책을 읽어도 좋은 날씨입니다. 
주말 잘 보내시고 아름다운 10월을 잘 마무리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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