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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3일 21시 24분 등록

 

우리나라에서 치즈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역은 어디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치즈 하면 임실’, 임실 하면 바로 치즈를 떠올릴 겁니다. 요즘은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도 지역 특산물로 당당히 등장한다고 하네요. 사과, 인삼, 굴비 등 전통적 특산물과 달리 서양식품이 지역 특산물이라는 게 조금은 생소하기도 한데요. 어떻게 해서 전라북도의 한 작은 산간마을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치즈 생산지역이 되었을까요?

 

우편배달부를 꿈꾸던 소년의 아름다운 도전

소년은 우편배달부가 되고 싶었습니다. 편지를 배달하는 것이 좋아서 였을까요? 아닙니다. 다섯 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던 소년은 집에 한 개 밖에 없던 자전거를 형, 누나들과 나눠 타야 했습니다. 여간해서는 자신의 차례가 오지 않자 자전거를 맘껏 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우편배달부처럼 말이지요. 소년의 꿈은 이후 자전거를 자유롭게 타게 되면서 바뀌었습니다. 정말 다행이지요. 소년이 꿈꾸었던 대로 우편배달부가 되었더라면 임실이 치즈의 고장이 되는 일도 없었을 테니까요.

소년의 이름은 디디에 세스테반스(Didier t’Serstevens). 우리나라 이름은 지정환입니다. 그렇습니다. ‘지정환 임실치즈피자의 바로 그 지정환입니다. ‘지정환이라고 하니 당연히 한국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전국에 많은 피자 가게 체인을 갖고 있으니 그저 돈 많이 번 사장님인 줄로만 알았었지요. 알고 보니 그는 벨기에에서 태어난 서양인이었습니다. 게다가 사업가나 요리사도 아닌 가톨릭 사제였네요. 우편배달부를 꿈꾸던 소년은 평생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그가 선택한 직업(?)신부였습니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그는 한국에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지금에야 K-Pop이니 한류니 해서 잘 알려진 나라이지만, 그가 신학교를 졸업했던 1958년에 우리나라는 이제 막 전쟁을 마친 나라 라는 것 말고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가 한국을 알게 된 계기도 전쟁 때문이었지요. 가족들의 반대가 컸고 언어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모든 걸 이겨내고 한국으로 왔습니다.

첫 부임지였던 전주에서 한국인들이 쉽게 부를 수 있도록 지정환이라는 이름을 얻습니다. '정의가 환히 빛나게 하려고 지랄한다'는 의미라네요. 두번째 부임지는 부안이었습니다. 그나마 도시였던 전주에 비해 부안은 그야말로 깡촌이었습니다. 가난하고 헐벗은 사람들이 넘쳐났지요. 농사지을 땅이 없어 굶고 있는 사람들에게 원조받은 밀가루를 나눠주고 있었지만 이는 해결책이 아니었습니다. 부안은 바다에 인접한 곳입니다. 그는 바다에 묻힌 땅을 개간해 농사지을 땅을 만들기로 합니다. 그와 함께 부인 주민들의 노력으로 3년 동안 30만 평 가량의 땅을 개간합니다. 대단한 성공이었네요. 그럼 이제 부안 주민들은 농사를 지어 배불리 먹고 지낼 수 있었을까요? 안타깝게도 첫 해 농사가 잘 안 되자 농민들은 땅을 팔아 술을 마셨고 노름에 빠져들었다고 합니다. , , 눈물로 개간한 땅은 고리대금 업자들에게 헐값으로 내주었고요. 지정환 신부님은 이 때 너무 고생을 해서 병에 걸렸고 수술을 위해 벨기에로 돌아갔습니다.

지정환 신부님_임실치즈.jpg

출처: https://news.naver.com/main/read.nhn?oid=081&aid=0002990997

 

치료를 마치고 6개월 뒤 다시 한국으로 왔을 때 발령받은 곳은 임실이었습니다. 바닷가였던 부안과 달리 임실은 두메산골이었습니다. '살 제 남원, 죽어 임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산세가 빼어나고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농사지을 땅이 없었습니다. 이곳도 대부분의 주민들이 하루 한끼도 제대로 못 먹을 정도로 굶주리고 있었지요. 부안에서의 실패로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신부님은 이제 한국인의 삶에 깊이 개입하지 않기로다짐했는데요. 굶주리는 사람들을 보자 다시 마음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개간할 땅도 없는 이곳에서 신부님은 어떤 계획이 있었을까요? 그는 마침 아는 신부님으로부터 산양 두 마리를 선물 받았습니다. 임실의 산 골짜기와 목초지는 산양을 키우기에 적합해 보였습니다. 산양의 젖을 짜서 판매하면 수익이 생길 것 같았지요. 남은 젖으로는 치즈를 만들면 될 것 같았고요. 치즈는 일반 가정에서도 만들 수 있는 유제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청년들과 함께 산양협동조합을 만들고 산양을 분양합니다. 그리고 직접 치즈를 만들어 보이기로 하지요. 유럽 출신이니 당연히 치즈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그는 치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김치를 좋아하지 않아도 김치의 맛을 알고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하듯이 그도 치즈를 만들 수 있을 거라 믿었지요. 그의 믿음은 첫번째 시도에서 처절하게 부서졌습니다. 그가 만든 치즈는 한 여름에 발 썩는 냄새라는 말을 들으며 사람들에게 외면 받고 결국 동네 개들의 차지가 되고 말았지요. 몇 번의 실패 끝에 성공을 거두기도 하지만 다시 실패를 거듭합니다. 사람들은 점차 지쳐갔고 치즈 사업은 이대로 접는게 아닌가 했는데요. 지정환 신부는 이에 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치즈 만드는 법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유럽에 가기로 결심합니다. 3개월간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의 치즈 공장을 견학하며 치즈 만드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폐쇄적인 치즈 장인의 마음을 움직여 각종 치즈 제조 비법을 얻기도 합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국으로 돌아온 지정환 신부. 이제 임실의 치즈 사업은 성공하고 승승장구하게 될까요?

임실 치즈의 성공과 좌절, 지정환 신부의 삶과 꿈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주에는 미세먼지 때문에 힘들었는데요. 다행히도 오늘부터 하늘이 깨끗해졌습니다. 이번 주 내내 이렇게 맑은 하늘이면 좋겠네요.

이번 주도 건강하고 맛있는 한 주 보내세요~^^

 

 

참고문헌

치즈로 만든 무지개, 고동희 박선영 지음, 명인문화사, 2007

소읍기행 임실 치즈 마을(한국 치즈 40), 이윤정, 경향신문, 2010

경향신문: 한국 치즈 대부 지정환 신부 불모의 땅에 피워낸 기적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8251449001&code=100100

조선일보: 임실치즈'의 代父… 디디에 세스테벤스, 지정환 신부

http://m.chosun.com/svc/article.html?sname=news&contid=2012072001378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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