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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16일 22시 21분 등록
안녕하세요. 이번 주 편지는 9기 연구원 유형선, 10기 연구원 김정은 부부의 공저 <중1 독서습관>을 소개하는 글을 준비했습니다.

<중1 독서습관>은 변화경영연구소의 마음편지가 인연이 돼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자유학년제 인문독서’ 시리즈를 기억하시나요? 마음편지 애독자이신 출판사 대표님께서 ‘자유학년제 인문독서’를 읽고 먼저 출간 의뢰를 해주셨어요. 책의 1부는 중학생 자녀와 부모가 인문고전을 읽게 되기까지의 방법론적인 이야기를 담았고, 책의 2부는 가족 독서토론의 실제와 부모를 위한 가이드를 엮었습니다.

부부가 함께 책을 읽는다고 하면, “진짜야?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네!” 라고들 하시고, 중학생 자녀와 독서토론을 한다고 하면, “세상에, 그런 집이 어디 있어?” 하면서 동화 속에나 가능한 일이라고들 하십니다. 

그 마음 이해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얼마나 황당했는지 모릅니다. 2000년에 유형선을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르네요. 저를 처음 만났을 때 ‘바로 이 사람이야!’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날부터 함께 책 읽는 부부, 온 가족이 함께 책 읽는 가정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하더라고요. 지금껏 거의 20년을 같은 말을 했다니까요. 

물론 저도 처음엔 ‘세상에, 그런 부부가 어디 있어? 그런 가족이 어디 있어? 이 사람, 세상물정 모르는구만!’이라고 생각했고 그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건강을 잃고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이 파업을 겪은 후에야 유형선이 그토록 원했던 부부독서 가족독서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십 년간 같은 말을 하는 유형선도 십 년이 지나고 모든 걸 잃은 후에야 한 번 해보자 실행에 옮기는 김정은도 고집이 여간 아니다 싶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2011년에 함께 읽기를 하기 시작했고, 만 9년째 함께 책을 읽고 있습니다.


남편 유형선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십 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지치지 않고 함께 읽자고 말해주어서, 제가 스스로 함께 읽고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기다려줘서 참 고맙습니다.

두 아이가 일곱 살, 세 살이었을 때부터 저는 아이들에게 정성껏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한 번 시작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지만 한 번 해 보니까 좋아서 계속 하게 되었습니다. 읽을수록 더 읽고 싶은 책이 생겼고 함께 읽으면서 그림 같은 가족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던 아이들도 사춘기가 시작되는 초등 고학년이 되고나서부터는 유튜브와 스마트폰, 게임만 찾는 시간이 늘어 갔습니다.

사춘기는 곧 지나가고 아이는 이제 아이의 삶을 살아가겠지만, 저희 부부는 몸과 마음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성장급등의 시기에 아이가 책 읽는 습관만큼은 놓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춘기 자녀가 책을 읽을까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궁리했습니다. 남편이 기획하고 제가 실행에 옮겼습니다. 십 년을 기다렸는데, 사춘기 자녀를 못 기다리겠습니까?

<중1 독서습관>은 2016년 출간된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의 뒤를 잇는 가족독서의 기록으로, 책과 멀어진 초등 고학년과 중학생 자녀와 어떻게 다시 책을 함께 읽었는지에 대해 담았습니다. 자유학년인 중학교 1학년, 다른 건 다 접어두고 하루 한 시간 책을 읽고 주말 독서토론을 가장 중심에 두었습니다. 곧 중학교 3학년이 되는 큰아이는 이제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지만, 틈틈이 독서하고 매주 일요일 저녁 가족 독서토론 시간에는 함께 한답니다.

<중1 독서습관> 책 속 문장을 옮겨 봅니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주인공으로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교육할 것인가? 내면의 세계를 탐험하고 모험하는 힘은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일수록 더욱 중요하다. 자기 안의 내면을 성찰하고 탐구한 이들은 어느 시대건 창조자가 되었다. 이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이나 기술을 증명하는 졸업장이나 자격증이 아니다. 배우려는 태도와 창조하려는 자세다. 창조자는 내면을 연구하고 탐험하는 이들이다. 인문고전은 내면을 탐험 하는 검증된 도구다. 
인문고전으로부터 우리는 배우려는 태도와 창조자의 자세를 배울 수 있다. 인문고전을 스승 삼아 30년 이상 차이가 나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배움을 찾는 인격체로서 마주할 수 있다. 성장기에 읽은 인문고전은 기본 생활 태도는 물론 사고력과 공감 능력을 길러주기에 더욱 중요하다. 나는 청소년기 인문고전 독서야말로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기본기를 갖추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최소한 하루 1시간은 거실에 자리 잡고 있는 TV를 끄자. 그리고 손에 든 휴대폰도 서랍에 넣어두자. 이제부터 새로운 우리 집을 만들어보자.

수준에 맞는 책 읽기로 시작하자. 그림책과 잘 만들어진 학습만화, 청소년 입문서와 해설서가 기꺼이 디딤돌 역할을 해줄 것이다. 우리 가족은 본격적인 인문고전 읽기에 앞서 인문고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들을 적극 활용했다. 일연의『삼국 유사』를 읽으려고 할 때는 원전을 읽기 전에 관련 그림책과 학습만화를 읽으면서 준비를 했다. 청소년용 입문서와 해설서를 여러 권 읽으며 문장을 읽고 생각하기 연습을 충분히 한 다음에, 원전을 풀이한 책을 읽었다. 

읽고 싶은 인문고전이 있는데 읽기가 너무 어렵다면, 먼저 그림책과 학습만화, 청소년 입문서를 단계적으로 읽기를 권한다. 처음 접하는 책에서 재미를 느낄 때 아이는 자연스럽게 고전의 세계로 흠뻑 빠져들게 된다. 이러한 단계적 접근은 아이의 독서력이 자라도록 도와준다.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인문학 강좌를 들어보자. 4월에는 도서관 주간, 5월에는 가족의 달 문화 강좌, 9월에는 독서의 달 문화 강좌, 연중 인문독서아카데미와 길 위의 인문학 등 도서관에서 주관하는 강좌는 매우 많다. 강좌를 먼저 듣고 관련 도서를 읽다 보면, 어려워서 덮어 두었던 인문고전을 다시 펼쳐 완독할 수 있게 된다.

일요일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면 가족들 모두 기분이 사뭇 이상해진다. 아빠가 ‘내일 회사 가기 싫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아이는 ‘내일 진짜 학교 가기 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두 사람 표정을 살피며 나는 산책하러 나가자고 부추겼다. 일요일 저녁 가족 독서토론을 진행할 장소는 미리 물색해 놓아야 한다. 케이크가 맛있거나 쿠키를 잘 굽는 카페라면 좋다. 유대인이 책에 꿀을 발라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도록 유도했듯, 가족 독서토론에도 같은 이유로 간식거리가 필요하다. 


이 책을 쓰면서 큰아이에게 인문독서의 장점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아이는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인문고전을 읽으면서 한 가지 주제를 깊이 생각하는 힘이 길러졌다.
둘째, 신화와 역사, 철학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셋째, 인문고전을 읽고 토론하면서 학교 수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습관이 생겼다.
넷째, 한 가지 주제에도 다양한 관점이 있다는 걸 배웠다.

어떠신가요? 가족독서, <중1 독서습관>과 함께 시작해 보시지요. 


김정은 (toniek@naver.com)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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