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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2일 22시 27분 등록


낮의 색을 지닌 와인

밤의 색을 지닌 와인

너의 보라색 발 또는 토파즈 빛 피의 색을 지닌 와인

와인, 땅 위에서 별처럼 빛나는 아이

와인, 금빛 칼처럼 매끄럽고,

어여쁜 벨벳처럼 보드라운

한 잔의 와인, 하나의 노래, 한 사람으로는 절대 채울 수 없는 바다의 사랑


    - 파블로 네루다, Ode to Wine (와인에 바치는 송가) 중에서

 

비싼 와인은 당연히향이 좋고 맛이 좋습니다. 빈티지(포도 수확 연도)에 따라 아닌 경우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은 엄격한 생산관리를 거친 고급 와인들이지요. 하지만 늘 고급 와인을 마시기란 어렵습니다.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비싸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와인을 찾기 마련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가장 훌륭한 와인은 칠레 와인이 아닐까 합니다.

칠레는 전세계적으로 가격대비 품질, 요즘말로 가성비가 가장 뛰어난 와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칠레의 주요 와인 산지는 지중해성 기후로 여름이 덥고 건조합니다. 포도가 한창 익을 동안 풍부한 일조량을 받아 단맛이 강하고 색깔이 진한 맛있는 포도가 생산되지요. 게다가 진짜 지중해 연안의 유럽과는 달리 날씨가 변덕스럽지 않아 빈티지에 따른 차이도 별로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긴 나라 답게 기후도 다양해서 거의 대부분 품종의 화이트, 레드 와인이 생산됩니다.

서쪽으로는 태평양, 동쪽으로는 안데스 산맥으로 가로막혀 있어 병충해의 피해도 적습니다. 19세기 말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의 포도밭을 망가뜨리고 와인의 역사를 바꾼 전염병이 있었습니다. 수십년간 필록세라 때문에 황폐화된 유럽의 포도는 결국 미국산 포도나무를 접붙여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그 원인이었던 진드기, 필록세라가 유일하게 영향을 끼치지 못한 곳이 바로 칠레입니다. 현재 유럽의 전통 포도로 옛날 와인 맛을 내는 곳은 칠레가 유일합니다.

칠레 와인은 유럽에서 건너 온 수도사들에 의해 16세기부터 만들어졌습니다. 신세계 와인들이 그렇듯이 미사주를 위한 미션 와인으로 시작했지요. 19세기 이후 칠레 와인 시장의 가능성을 알아본 와인 선진국, 특히 프랑스의 자본과 기술이 투자되면서 본격적으로 좋은 와인이 생산됩니다. 맛있는 포도를 가지고 뛰어난 기술로 와인을 만드니 당연히 품질이 좋을 수 밖에 없겠지요. 그럼에도 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엄청나게 낮은 땅값과 인건비 덕분입니다.

이렇게 훌륭한 칠레 와인이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얻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와인들이 점령하던 때라 신세계, 그 중에서도 낯선 칠레 와인이 설자리가 없었는데요. 2004년 칠레와 FTA(Free Trade Agreement: 자유무역협정)를 맺으면서 칠레 와인의 수입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2004년 전까지 칠레는 그저 세계에서 가장 긴, 우리나라와는 완전 반대 편에 위치한 낯선 나라일 뿐이었는데요. 최초로 FTA를 맺으면서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저는 당시 미국에서 대학원에 다니고 있었는데요. 그 다음해에 칠레의 산티아고에 있는 학교에 교환학생으로 가면서 칠레와 가까워졌습니다. 그 전해였다면 아마 비자 등의 문제로 못 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FTA 덕에 같이 갔던 미국 학생들보다도 입국 절차 등이 간편한 최혜국 국민 대우를 받았네요. ^^

 

1초에 한 병 씩 팔리는 와인

디아블로 와인.jpg

출처: http://strategyonline.ca/2018/10/24/casillero-del-diablo-gets-spooky-for-halloween/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다양한 칠레 와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와인은 콘차이 토로(Concha y Toro ) 사에서 생산하는 디아블로 와인(Casillero del Diablo: 악마의 와인 저장고) 일 겁니다. 우리나라 뿐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1초에 한 병 꼴로 팔린다고 하니 얼마나 인기있는 와인인지 실감이 나지요. 악마의 와인이란 이름에는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콘차이 토로는 콘차 부부가 1883년에 설립한 와이너리 인데요. 와인은 팔리지 않는데도 저장고에서 자꾸 사라졌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부부가 몰래 숨어서 보니 일꾼들이 와인을 훔쳐서 마시고 있었습니다. 부부는 궁리 끝에 ‘와인 저장고에 악마가 산다’는 소문을 퍼뜨렸습니다. 그러자 겁먹은 일꾼들이 와인을 훔치는 일이 사라졌다고 하네요. 얼마나 와인이 맛있었으면 악마가 탐을 낼까요. 부부의 헛소문에 살이 붙어 악마가 즐겨 마실 정도로맛있는 와인이라는 소문이 되면서 디아블로 와인은 칠레는 물론 미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와인이 됩니다. 여기에 프랑스의 와인 명가 로쉴드(Rothchild)가 투자하면서 아메리카 대륙의 3대 와이너리로 성장하지요.

디아블로 와인은 맛은 물론 성공적인 마케팅으로도 유명합니다. 병 목에 악마의 얼굴을 넣어 라벨을 읽지 못해도 악마의 와인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이름에 얽힌 전설을 이용해 스스로를 와인의 전설이라고 부르는 뻔뻔함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할로윈에는 악마를 이용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펼치기도 하지요. 반면에 가격은 매우 착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2만원 사이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1초에 한 병 씩 팔리는지 알 것 같지요. 칠레 와인 답게 다양한 품종의 화이트, 레드 와인이 생산되는데요. 그 중에서도 까베르네 소비뇽을 추천합니다. 칠레의 뜨거운 햇살을 듬뿍 먹고 자란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으로 레드 와인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와인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매튜 쥬크(Matthew Jukes),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과 같은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고, 문두스 비니(Mundus Vini), 베를리너 와인 트로피(Berliner Wein Trophy), 와인 앤 스피릿(Wine & Spirits) 등에서 골드 메달을 받았으니 품질을 인정할 만 합니다.

맛과 함께 사연이 있는 와인. 맛은 전문가들이 평가했으니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며 즐기기만 하면 되겠네요.

이번주도 건강하고 맛있는 한 주 보내세요~^^

 

 

참고문헌

<와인, 어떻게 즐길까> 김준철, 살림출판사, 2006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 사랑하고 노래하고 투쟁하다> 파블로 네루다, 박병규 옮김, 민음사, 2008

Concha y Toro: https://conchaytoro.com/en/vinos/casillero-del-diablo-cabernet-sauvignon/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신간 소개] 『할 말을 라오스에 두고 왔어』 장재용 저.

변화경영연구소 8기 연구원 장재용 작가의 세번째 저서 『할 말을 라오스에 두고 왔어』가 출간되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누구나 한번쯤 갖는 의문이지만 답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방황하던 저자는 한국을 떠나 계획에 없던 라오스 행을 택하고 거기서 직장생활까지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펼쳐지는 낯설고도 신선한 일상들! 불안과 고민, 숱한 흔들림 속에서 만난 라오스의 황홀한 일상으로 초대합니다:

http://www.bhgoo.com/2011/858426

 

2. [앞으로 변경연 이야기 나누어요]

 

2020년을 맞아 변경연이 새로운 길을 모색합니다.

향후 변경연에 대해 이야기하는 곳에 변경연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을 초대합니다.

변경연을 아껴주시는 그 어떤 분들도 환영합니다.

자세한 공지는 다음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notice&document_srl=858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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