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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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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9일 23시 48분 등록

1월 14일 화요일 한겨례신문에 저희 부부 공저 <중1 독서 습관> 인터뷰 기사가 났습니다. 신문의 실물을 보고 싶어서 아침 일찍 동네 도서관에 갔습니다. 기사를 보고 좋아하고 있는데, 문자 한 통이 왔습니다. ‘휴머니스트’ 출판사 편집자가 보낸 문자였습니다. 가톨릭 평화방송에서 저의 연락처를 요청하고 있는데 전달해도 괜찮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과 관련하여 인터뷰 제안을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흔쾌히 좋다고 회신했지만, 갑자기 배가 아파오는 것이었습니다. 책을 내고나서 방송을 여러 차례 찍긴 했지만, 방송이라는 말만 들어도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이 도졌습니다. 곧이어 가톨릭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작가님께서 전화를 하셨고 긴장되는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오전 11시경 방송 작가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이른 아침에 한겨레신문에서 <중1 독서 습관>에 관한 기사를 읽고서 제 연락처를 구하기 위해 ‘사우’ 출판사 연락처를 찾았지만 찾을 수가 없어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이라는 전작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휴머니스트’ 출판사에 연락을 해서 연락처를 받았다고 하셨습니다. 다음날인 15일 수요일 오후 5시 생방송이며 예상 질문지는 오늘(14일)까지 보내주시겠다고 했습니다.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할 때면 마음의 준비부터 단단히 하는 시간이 절실히 필요한 저에게 너무나 촉박한 일정에다 ‘생방송’이라는 말에 배가 더 아팠지만, 제 연락처를 찾기 위해  아침부터 부산한 시간을 보낸 방송작가님께 거절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질문지가 오면 단단히 준비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졌습니다. 

 

너무 궁금하고 당장 보고픈 마음에 책을 내려놓지 못하고 다 보느라 이렇게 늦었습니다. 첫째아이를 키울 때만 해도 정말 많은 책을 읽어주며 책을 느끼고 살았는데 둘째는 일하고 첫째 챙기면서 돌보느라 책을 제대로 읽어주지도 못해 마음의 빚이 큽니다. 잠시 멈추길, 잠시 멈추라 일러주는 것 같았습니다. 

 

저녁 9시가 넘어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과 <중1 독서 습관>을 완독하느라 질문지 작성이 지연됐다고 알리는 메시지와 함께 예상 질문지가 도착했습니다. 종일 화장실을 들락거리느라 제정신이 아닌 채로 질문지를 훑어보니 머릿속이 온통 하얘지면서 방송에서 한 마디도 못 할 것만 같았습니다. 일단 자자, 내일 다시 생각해보자 하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15일)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질문지에 답을 작성했습니다. 오후 5시가 되자 생방송이 시작됐고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집중해서 질문을 듣고 답을 줄줄 읊었습니다. 방송 내내 뱃속에서는 ‘부글부글’ 전쟁을 치렀습니다.


글라라.
방송 잘 들었다.
경쾌한 음성. 

 

방송이 끝나자마자 변화경영연구소의 5기 연구원 이승호 선배님의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덜덜 떨었는데 경쾌했다니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언제 배가 아팠냐는 듯 거짓말처럼 속이 편안해졌습니다.


방송 원고를 공유합니다. 가족 독서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시는 분들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가족이 살아가다 보면 부부싸움부터 자녀들의 사춘기, 입시 같은 크고 작은 문제들을 많이 겪게 되는데요. 책으로 가족의 위기를 극복하고 화목은 필수, 자녀들의 성적까지 덤으로 얻은 가족이 있습니다. 평범한 보통의 가족들도 시도할 수 있을까요?

책 읽어주고 글 쓰는 엄마가 된 김정은 작가 연결해 비결이 뭔지 들어보죠. 

 

가족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 가족 소개부터 좀 해주시죠.

중학교 3학년이 되는 큰아이,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작은아이와, 엄마, 아빠가 함께 책을 읽는 가족입니다. 

 

1. 가족의 위기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는데요, 흔히 말하는 위기가 아닌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이 어떻게 가족 문제를 해결했을까 싶어서 말이죠. 사실인가요? 어떤 위기를 맞으셨는지 여쭤도 될까요?

2011년이니까 벌써 10년 전 일입니다. 당시 큰아이 일곱 살, 작은아이가 세 살이었는데, 워킹맘이던 제가 건강에 문제가 생겨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이듬해 남편 회사에서 구조조정이 있었고 남편은 파업에 가담했습니다. 맞벌이에서 벌이가 없는 상황이 되었지요. 개인의 건강 상, 가정 경제 상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2. 대체로 많은 가족들은 문제가 생기면 부부 싸움부터 하게 되고 상담을 받거나 신앙을 찾게 되는데요, 어떻게 책을 찾게 되셨습니까?

서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경기도 파주로 이사를 왔는데, 새로 다니게 된 성당에 엄마들의 독서 모임이 있었습니다. 선배 엄마들이 책을 읽으면서 가정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따라 해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3.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큰 아이가 일곱 살이고, 둘째 아이가 세 살이라고 되어 있던데요, 어떻게 엄마 아빠와 함께 인문학 책을 읽으셨어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을 읽어 주었습니다. 부부는 따로 인문고전 읽기를 진행했고요. 어느 날, 부부가 노자의 <도덕경>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아이들이 권정생의 <강아지똥> 그림책을 들고와서 말을 거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노자의 <도덕경>과 그림책 <강아지똥>이 다르지 않구나 느꼈고, 이후에 온 가족이 그림책과 인문고전을 연결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어떤 책들을 읽었습니까?

옛이야기와 신화를 함께 읽고, 문학과 철학을 함께 읽었습니다. 예를 들어 서정오 선생님의 <옛이야기 보따리>를 읽으면서 조셉 캠벨의 <신화의 힘>으로 확장하거 나,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읽고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연결했습니다. 부부가 함께 쓴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에 자세히 담았습니다.  

 

4. 엄마가 읽어주든, 아빠가 읽어주든 어쩌다 한번은 하는데 꾸준하게 습관이 되도록 함께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어떻게 자리를 잡았습니까?

당시에 아이들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았고, 때마침 집 앞에 어린이도서관이 개관을 해서 매일 도서관에 발도장을 찍었습니다. 처음에는 책을 잔뜩 빌려와 하루 종일 읽어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매일 밤에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지금은 하루에 최소 한 시간 동안 각자 책을 읽고 일요일 저녁에 가족 독서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5. 책을 읽는데 그치지 않고 가족이 매주 독서토론을 한 지도 벌써 2년이나 됐다면서요? 독서토론까지 시도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아이들이 초등 저학년까지는 책을 읽어주는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 책보다는 게임이나 유튜브 등 더 재미있는 것을 찾아가더라고요. 책과 멀어진 아이들에게 책을 안 읽으니까 어떠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뭔가 허전하다, 중요한 걸 빠뜨리고 사는 것 같다, 예전에 엄마가 책을 읽어줄 때가 좋았다, 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이 책을 더 읽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부모로서 도와주어야겠다고 생각했고 큰아이 초등학교 5학년과 6학년, 2년에 걸쳐서 다시 책 읽는 문화를 만들어보자고 부부가 마음을 모았습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는데요. 자세한 이야기는 부부의 공저 <중1 독서 습관>에 모두 담았습니다.   

 

6. 부모와 자녀는 나이 차이가 많고 아이 눈높이는 부모가 시시할테고, 부모 눈높이에서는 아이들이 이해가 안 돼 토론이 가능할까 싶은데요, 가족 독서토론을 잘 이끌어가는 노하우 같은 게 있습니까?

그래서 책 선정이 중요한데요. 부모도 배울 수 있고, 자녀도 배울 수 있는 책을 선정해야 부모와 자녀가 동등한 입장에서 토론을 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30년 이상 차이가 나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고 소통하기 위해 ‘인문고전’을 읽고 토론을 해 보자고 했지요. 직접 서점, 도서관, 출판사를 돌아다니면서 책을 물색했는데, 의외로 청소년을 위해 쉽게 풀어쓴 책을 많이 있었어요. 고전을 그린 만화책과 청소년용 고전 위주로 책을 골랐고, 청소년용 입문서와 성인용 인문고전 해설서를 함께 읽었습니다.  

 

7. 가족이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하면서 우리 가족이 달라지고 있구나 하고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뭔가요?

토론을 하다보니까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습관이 생겼고, 부모 입장에서 자녀의 말을 경청하게 되었습니다. 토론할 때 책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니까 일상의 여러 고민들도 나누게 되어 사춘기 자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부모자녀가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가 된 것 같아요.

아이 입장에서는 “시험이나 수행평가에 지문이 길고 글쓰기도 많은데 독서토론을 한 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장문의 글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고, 글을 쓸 때 근거를 갖춰 논리적으로 풀어쓰는 게 가능해졌다고 하더라고요.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힘이 길러지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교과서를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으며, 한 가지 주제에도 다양한 관점이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도 했습니다. 

 

8. 책 읽는 분위기를 만든다고 TV부터 없애고 거실 벽을 책으로 가득 채우는 가정도 많은데요, 바람직한 방법인가요? 책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이나 가족들이 책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책 읽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TV와 컴퓨터, 핸드폰 등 독서를 방해하는 요소를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희 가족은 밤 시간에는 전자 기기를 사용하지 말자는 규칙을 만들었어요. 책을 읽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주변에 책을 깔아두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요. 거실 뿐만 아니라 식탁 위나 화장실에도 책을 두기를 권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자녀가 책을 읽기를 원한다면, 잠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세요. 중학생도 책 읽어주는 걸 좋아한답니다.  

 

9. 내일부터 우리 가족도 함께 책을 읽어보자고 결심한 가족들이 있다면 맨 먼저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세요? 자녀들과 함께 읽을 책을 고르는 기준 같은 것이 있을까요?

다른 가족은 어떻게 책을 읽나, 가족 독서의 기록을 읽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자녀가 미취학 또는 초등 저학년이라면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을, 자녀가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생이라면 <중1 독서 습관>을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가족 독서를 시작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 한겨레신문 기사

가족 화목해지고 아이들 독서 실력도 ‘쑥쑥’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924271.html#csidx54a99aeefdaa793bc8b4a607a84b825

▶ 가톨릭 평화방송 기사

[인터뷰] 김정은 작가 "가족 독서 토론, 경청하는 습관 생기고 이해심 커져"

http://www.cpbc.co.kr/CMS/news/view_body.php?cid=771179&path=202001


김정은(toniek@naver.com) 드림

  

*     *     *     *     *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습니다 시리즈를 좋아하는 분만 초대합니다.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습니다, 스물여섯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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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30 08:23:04 *.170.174.217

와! 인터뷰 축하드려요^^


가족과 함께 독서하는 모습,

많은 이들에게 큰 용기가 됩니다^^


올 한해도 즐겁고 건강한 가정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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