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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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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28일 22시 07분 등록
내가 인생에서 아무것도, 어떤 의미있는 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내 인생은 그냥 사라지고 있으며 나는 살지 않았다는 불안감, 나는 실수를 저질렀으며 영원히 내 인생은 작은 궤적 속에서 움직일 뿐이라는 불안감들입니다.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나한테서 어떤 의미있는 것이 나올 수 있겠어요. 이 무슨 오만인지요. 그렇지만 나는 이것을 당신한테만은 말할 수 있습니다. 내 속에 있는 무언가가 <너는 무언가를 이룰 수 있어>하고 나에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이 <무언가를>이 무엇인지 모릅니다만 그것을 느낄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또 나는 그 무언가를 이루지 못할까봐 불안합니다. 그 무언가를 영원히 상실할까봐 불안합니다. 영원히 말입니다. 

명절 때 읽은 독일 소설 『삶의 한가운데』의 여주인공 니나 부슈만의 고백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변화무쌍한 삶을 살고 있는 여자, 거짓말하지 않고도 세상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본인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면서도 몸으로 보여주는 사람. 아무데서나 충돌하고, 구설수에 오르고, 항상 극단으로 치닫는 당돌한 존재. 한 군데에 천막을 치고 한동안 살면서 정성을 쏟다가 그 곳에 대해 알 듯하면 망설임없이 천막을 거두고 그곳을 떠나는 집시같은 여자. 가만히 있기 보다는 차라리 모험을 선택해 전부를 기꺼이 잃으려고 하는 여자.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목소리를 통해 묘사된 니나입니다. 

소설 속에는 이런 니나와 정 반대의 삶을 살고 있는 여인이 등장합니다. 그녀의 언니입니다. 그녀는 지금의 삶이 행복하냐는 니나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행복이 뭐니? 내게 행복은 평화롭게 사는 거야. 나는 원하는 것들을 충분히 갖고 있고,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원하지 않아. 나는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감사해.” 만약 선택할 수 있다면 저는 망설임없이 언니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지금의 삶에 감사하고, 만족하라’ 마음이 힘들 때마다 찾아 읽던 현자들의 평화 안내서들의 한결같은 조언이었으니까요.

아늑한 기분을 자주 체험해 보고 싶어. 그러나 내 운수에는 그런 게 없을 거야. 나는 벌써 오래전에 단념해 버렸어. 노력은 했어. 그러나 항상 나를 내모는 어떤 것이 있었어. 

세상에나. 니나는 그냥 대책 없기만 한 위험인물이 아니었습니다. 니나 역시 휘몰아치는 마음의 광풍을 어떻게든 잠재워보려고 애썼던 경험이 있었다는 얘기니까요. 니나는 그 노력의 허망함을 저보다 먼저 깨달았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명절 갑자기 담대해진 딸며느리는 양가를 오가며 폭탄을 터뜨렸습니다. 그동안 에둘러 이런저런 단서를 흘려왔지만, 모두 저러다 말겠지 하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평화롭고 단란해야할 명절은 양쪽 어머님들의 눈물과 한숨으로 채워졌습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냐? 애들 상처는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거냐? 지금까지도 잘 살았는데 애들 대학갈 때까지만 어떻게든 버텨주면 안 되겠냐? 여자 혼자 애들 키우는 게 보통일인 줄 아냐? 이렇다 할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뭘 해먹고 살겠다는 거냐?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두려워 미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결단을 미루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가족들을 돌보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쉬엄쉬엄 취미생활이나 하면서 소일하는 삶을 감당할 수 있는 종류의 사람이 아닙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한없이 무모하고 어리석어 보일지라도 저를 부르는 모험의 초대장을 모른 척 하고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입니다. 제가 삶을 통해 이루어야 할 무언가는 이 모험을 통해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그것이 무엇이더라도 저는 그것을 완수해 낼 것입니다. 사춘기를 통과하며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어가기 시작한 아이들을 위해 엄마인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를 온전히 살아내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왜 하필이면 명절 전에 니나가 제게로 왔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니나를 만나지 못했더라도 제가 제 마음을 그리 솔직히 부모님들께 전달할 수 있었을지는 더더욱 모를 일이구요. 하지만 니나는 제게 왔고, 마음이 약해져 자꾸만 피하고만 싶던 문턱을 넘을 수 있었습니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절묘하지 않습니까? 이 모든 것들이 제 삶을 향한 우주의 응원처럼 느껴진다면 저 오버하는 걸까요? ^^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출간소식] 『할 말을 라오스에 두고 왔어』 장재용 저.
변화경영연구소 8기 연구원 장재용 작가의 세번째 저서 『할 말을 라오스에 두고 왔어』가 출간되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누구나 한번쯤 갖는 의문이지만 답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방황하던 저자는 한국을 떠나 계획에 없던 라오스 행을 택하고 거기서 직장생활까지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펼쳐지는 낯설고도 신선한 일상들! 불안과 고민, 숱한 흔들림 속에서 만난 라오스의 황홀한 일상으로 초대합니다: 

2. [출간소식] 『습관의 완성』 이범용 저.
[SBS 스페셜]이 주목한 대한민국 습관멘토 이범용 작가의 『습관의 완성』 출간 소식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매번 좋은 습관 만들기를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의지 부족이 아닌 잘못된 습관 전략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500명이 넘는 참여자들이 직접 체험한 습관 실천 과정과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며 보통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습관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고 하니 습관을 완성하고자 하는 분들의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3. [모집] 경제/인문 공부! <에코라이후 기본과정> 8기 모집합니다
1인 지식기업 <에코라이후> 배움&놀이터의 주인장 차칸양 연구원이 2019년 진행된 <에코라이후 기본과정> 7기에 이어, 8기를 모집합니다. 실질적으로 경제와 더불어 경영 그리고 인문까지 함께 공부함으로써, 10개월이란 기간동안 경제, 경영, 인문의 균형점을 모색합니다. 경제공부를 토대로, 경영과 인문을 접목함으로써 스스로의 삶에 작지만, 그럼에도 크고 진솔하며 감동적인 변화를 원하시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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