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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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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6일 10시 08분 등록

지난 주 <헤라클레스가 에니어그램을 알았더라면> 프롤로그에 이어 이번 주는 장형 내향 안티고네편입니다.

 

<안티고네: 장형 내향>

안티고네의 자기고백

분하고 억울해요. 원래대로 하면 장남인 폴리네이케스 오빠가 왕이 되어 이 나라를 다스려야 하는 거잖아요. 아버지가 그리 돌아가시지만 않았어도 지금쯤 큰 오빠가 왕위에 올랐을 텐데 작은 오빠와 싸우다 두 분 모두 그리 허망하게 죽다니요. 정말 너무 한스러워요. 세상에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큰 오빠 장례도 치러주면 안 된다고요? 오빠 시신을 저잣거리에 뒹굴게 두고 새들과 개들의 밥이 되게 하라고요?!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나요! 누구 덕에 그 자리에 올랐는데요! 그래요. 큰 오빠가 적들을 앞세우고 이 나라를 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것을 되찾기 위한 정당방위인 셈이죠. 원래 큰 오빠가 마음이 좋아 작은 오빠와 둘이 번갈아 통치하기로 하고 그 자리를 내 준 건데, 먼저 약속을 깬 건 큰 오빠가 아니라 작은 오빠라고요. 뭐 그렇다고 작은 오빠를 나무랄 생각은 없어요. 어차피 제겐 둘 다 소중한 핏줄이니까요. 다만 크레온 왕이 테베를 공격했다는 이유만으로 큰 오빠 시신이 저잣거리에 뒹굴게 두라는 국법을 만든 건 분해도 너무 분해요. 큰 오빤 빼앗긴 자기 것을 찾으려 했을 뿐이에요. 제가 이렇게 분한데 오빠는 오죽했겠어요. 오죽 분하면 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에도 저를 붙잡고 자신을 고향 땅에 묻어달라 했겠냐고요! 크레온 왕의 국법 따위 죽어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에요.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이건 바로 잡을 거에요. 반드시 그리 할거에요.

 

물론 저도 사람들이 왜 그렇게 따지기만 하냐. 차라리 크레온 왕한테 울며 불며 매달리면 시아버지 될 사람이니까 겉으로는 어쩔 수 없어도 뒤로 시신을 빼돌려 장례를 치르게 해줄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하는 거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건 큰 오빠가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거잖아요. 그거야말로 오빠의 죽음을 욕되게 할뿐더러 오빠는 영원히 조국의 배신자가 되는데 절대 그럴 순 없어요. 절대로요. 불명예스럽게 죽은 것도 억울한데 장사까지 지내주지 않으면 정말이지 제대로 눈을 감지 못할 거잖아요. 그건 산 사람의 도리가 아니죠. 게다가 오빠를 죽게 만들고 그에 합당한 장례도 치르지 못하게 하는 크레온 왕의 며느리가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되요. 제가 어찌 제 한 몸 편하자고 원수와도 같은 그 사람을 보고 시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겠어요. 마음 약한 여동생은 그럴 수 있을지 몰라도 전 절대로 그렇게는 못해요.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요.

 

물론 저라고 왜 세상에 미련이 없겠어요. 저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행복하고 싶은 사람인걸요. 사랑하는 약혼자를 두고 결혼식도 못 올리고 이렇게 죽는다면 그 또한 억울한 일이죠. 하지만 오빠의 시신이 저잣거리에서 뒹구는데 제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요? 오빠를 그렇게 거리에 방치해두고 제가 과연 신혼의 단꿈에 젖을 수 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인간의 도리가 아니에요. 그러니 하이몬도 제 입장을 이해해 줄거라 믿어요. 그도 제 결정을 존중해줄 거에요. 제 한 목숨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일만큼은 바로 잡을 거에요. 그렇게 죽음으로라도 정의가 살아있음을 크레온 왕과 세상에 꼭 증명해 보이겠어요.

 

마지막으로 한가지 부탁 드리고 싶은 건 이스메네 만큼은 지켜달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저희 두 사람, 비록 가는 길은 다르고 그 애가 오빠 일에 나서지 못하고 비겁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여동생이 오빠들 권력 다툼이나 장례 문제에 있어 잘못을 저지른 건 아니에요. 비겁이 죄라면 죄인데…. 한편 생각하면 그런 약한 마음으로 저 혼자 남겨져 어찌 살아갈지 마음에 좀 걸리네요설마 크레온 왕도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삼촌으로서, 국왕으로서 그 애만큼은 지켜주겠죠. 그러니 여러분들 또한 마음 약한 그 아이를 꼭 지켜주세요. 제 마지막 부탁입니다. 여러분들은 정의로운 분들이니 꼭 그리 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그럼 저는 이제 여러분들을 믿고 제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겠습니다. 부디 저희들 이야기가 세상 다하는 그날까지 오래도록 전해져 다시는 불의가 정의를 이기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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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코로나에 이어 마스크 대란도 당분간 이어질 것 같습니다. 힘드시더라도 주말에는 가급적 집에 있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변경인 여러분 모두의 건강과 무탈하심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심신이 힘드시더라도 힘내세요!!

 

수희향 올림

[블로그] 앨리사의 북살롱: https://blog.naver.com/alysapark

[카페] 1인회사 연구소 www.Personalculture.co.kr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출간소식] 수희향 저. 『헤라클레스가 에니어그램을 알았더라면』

유로 에니어그램 연구소 수희향 대표의 7번째 신간 <헤라클레스가 에니어그램을 알았더라면> 출간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마음편지에서 짧게나마 소개해드렸던 내용으로 신화 속 영웅의 모험 이야기에서 현대인들의 어떤 모습을 발견한 건지 궁금하셨던 분들도 있으실텐데요, 드디어 9가지 영웅유형의 전체 스토리를 볼 수 있습니다. 작금의 시대에 서로의 다양성을 어떻게 수용하고, 자기성장 및 관계 개선을 이루어 갈지 이 책을 통해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58989

 

2. [모집] 여우숲 농사 인문학교 모집

여우숲에서 새로운 프로그램 <여우숲 농사인문학교>를 기획하였습니다. 삶의 주체성과 능동성, 한 존재로서 지닌 유일한 고유성과 창조성을 회복케 하여 생명 그 자체의 힘을 되찾고 참된 기쁨의 경험 속에서 삶을 전환하도록 돕고자 마련한 프로그램입니다. 1년 과정이나 개별 프로그램으로도 신청가능하다 하니 자기 삶의 주인자리를 되찾고 싶으신 분, 자연에서 살아보려는 꿈이 있으신 분들의 관심과 참여 기다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9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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