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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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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31일 19시 34분 등록


딴짓, 사랑, 자유


50세가 다 되어가는 악우 岳友 가 암벽등반 중 절벽에 매달려 전에 없이 환하게 웃는다. 그간 처자식 건사하고 빤한 월급쟁이 생활 근근이 이어가며 정신 없이 살았다. 처지가 처지인지라 산이 곁에 있는지도 몰랐다던 그였다. 늦게나마 수직의 큰 벽을 오르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열일 제쳐두고 암벽훈련에 매진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저 즐겁다고 했다사람들은 그를 보고 늙발에 딴짓한다고 혀를 차지만, 나는 기쁨에 흠뻑 젖은 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겠다. 그의 딴짓은 그를 지옥의 삶에서 살려낼 거라는 걸 안다. 그는 올 여름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 수직고도 1,000m 거벽 등반을 계획하고 있다. 직장 다니면서 없는 시간 쪼개가며 준비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니나 다를까 그는 주위의 반대에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했다. 딴짓도 정도껏 해야지, 위험한 그곳을 도대체 왜 가냐고 사람들은 그를 보고 말했다.

 

세상엔 현자들이 많다. 25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퇴근 해오던 그에게 더 일할 것을 강요한 사람들은 다름아닌 세상의 현자들이다. 현자는 때로는 부모의 모습으로 더러는 남편과 아내의 모습으로 더러는 친구, 동료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 선생님, 직장상사, 교수, 언론을 막론한 현자들의 충고는 얼마나 값지고 고귀한가. 현자들은 세상 물정에 통달했다. 그러나 50년이 지나 이제야 자신의 모습으로 살겠다는 사람에게 그들이 하는 말이라곤 어른답게 살아야 한다게 고작이다현자들은 자신의 생각이 세련되고 진보적인 생각이라 여기며 잔인한 삶에 자신을 구겨 넣는 사람이다. 체제 협력자다. 진리담지자 같은 너털웃음을 웃거나 호통을 친다. 그들은 월급쟁이를 자아실현의 훌륭한 사다리라 말한다. 처세의 천한 기술에 지나지 않는 것들을 현학적인 언문으로 추앙한다. 거칠게 말하자면 월급쟁이에 숭고한 사명감의 철학을 부여할 순 없다. 월급쟁이는 서둘러 벗어나야 할 인간의 안타까운 모습일 뿐이다. 그 어떤 심미적인 말로 월급쟁이를 포장해선 안 된다. 그 자리에 눌러 앉히기 위해 위선적인 주인의 논리를 펴선 안 되는 것이다. 삼공의 벼슬도 종놈 한 가지라 하지 않던가.

 

노예는 사랑할 자격이 없다. 사랑은 자기 삶의 주인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노예가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딴짓을 하고, 사랑에 빠지는 걸 주인은 원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노예는 주인이 원하는 걸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인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으로 노예가 사랑에 빠지는 사태를 막는다. 그들은, 현자는, 회사는 직장생활 하는 중에 월급쟁이가 거벽에 오르는 일을 딴짓이라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일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고 그저 노예로 있어 주기를 바란다. 그러므로 딴짓은 노예가 사랑하는 대상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이자 방법이다. 분명한 것은 그때 노예와 지금의 노예는 출퇴근 한다는 것만 다르다.

 

우리는 죽는다. 결국 죽게 되어 있다. 언젠가 죽는다는 걸 아는데 굽신거릴 것인가. 만국의 월급쟁이들은 무던한 딴짓으로 사랑(하는 일)을 쟁취해야 옳다. 혹 삶이 위험에 빠지더라도. 남이 원하는 걸 하는 사람은 노예다. 내가 원하는 걸 하는 사람은 주인이다. 사랑하면 주인 되니 그때는 자유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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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1 12:12:02 *.156.196.72

읽으면 울고 갑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딴짓을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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