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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26일 09시 11분 등록


당신의 몸을 사랑하고 싶은 가요? 그렇다면 가능할 거라 생각도 못했던 방법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을 배워 보세요.

내게는 춤이 그것을 가르쳐주었답니다.

  - Dakshita Saxena



Egyptian Dancer.jpg


출처: http://www.terracerestaurantandlounge.com/belly-dancing-101/


이집트의 후루가다(Hurghada)에서 꼼짝 없이 갇혀 지냈을 때 어울려 지낸 여행자 중에는 카이로에서 온 가족이 있었습니다. 엄마와 아빠, 일곱 살, 네 살 정도의 딸들로 구성된 가족이었는데요. 두 딸들 중에서도 특히 일곱 살, 큰 아이가 저를 잘 따라서 친하게 지냈습니다. ‘자라(Zahra: 아랍어로 아름다움 또는 꽃을 의미)’라는 이름처럼 생긴 것도, 하는 짓도 아주 예쁜 아이였습니다.

자라네 가족과 다른 여행자들과 함께 벨리 댄스를 처음 보러 간 날, 어린 아이들을 그런 곳에 데려가도 되나 싶었는데요. 걱정과는 달리 가장 신나게 벨리 댄스를 즐긴 건 자라 였습니다. 힙스카프* 까지 가져와서 엉덩이에 두르고 즐겁게 춤을 추더군요. 덕분에 자라는 무대에 불려 올라가서 댄서와 함께 춤을 추고 내려왔습니다. 모두들 손뼉을 치며 재미있게 즐기는 중에, 즐기지 못하는 단 한 사람. 바로 저였습니다. 제가 공연을 즐기지 못했던 건 춤에 넋을 놓고 빠져들었기 때문입니다. 화려한 의상, 춤과 물아일체의 경지에 도달한 것처럼 보이는 댄서, 그리고 이국적인 음악까지피렌체의 산타 크로체성당에서 아름다운 그림을 본 후에 정신을 잃을 뻔 했던 스탕달처럼, 저도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동안 발레, 플라멩코, 탱고 등 다양한 춤을, 레스토랑 공연 뿐 아니라 큰 무대의 화려한 공연까지, 많은 공연을 보았지만 그렇게 강렬한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공연 내내 말이 없고,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도 조용한 저를 보며 친구들은 재미가 없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아마도 친구들의 눈에는 그들과 달리 신나게 즐기지 못하는 제가 이상해 보였나 봅니다. 그들의 오해와는 달리 저는 그날 이후 떠나는 날까지 매일 벨리 댄스 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처음 볼 때는 그저 춤과 음악에 압도되어 눈과 귀가 홀린 듯한 경험이었는데요. 여러 번 보다 보니 왜 그렇게 넋을 잃고 빠져들었는지 알겠더군요.

먼저 몸을 움직이는 방법이었습니다. 많은 춤을 봤지만 벨리 댄스에서 몸은 쓰는 방법이나 안무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배가 어떻게 저렇게 움직일 수 있지?’

춤을 추는 댄서의 배는 물결처럼 움직였습니다. 천천히 파도처럼 움직이기도 하고 아주 작은 파동이 이는 것처럼 빠르게 움직이기도 했습니다. 배 뿐이 아닙니다. 가슴에 파동을 만들 때는 정말 볼 때마다 놀라웠습니다.

볼록한 뱃살이 왜 보기 싫지 않은 거지?’

그동안 봤던 춤, 발레는 물론, 플라멩코, 라틴 댄스 등을 추는 대부분의 댄서들은 날씬, 아니 마른 체형이었습니다. 당연히 춤을 잘 추려면 살이 없고 말라야 한다고 생각했는데요. 벨리 댄서는 달랐습니다. 두둑한 뱃살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거침없이 배를 움직이며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어떤 동작은 뱃살이 없었다면 볼품 없었을 것들도 있었습니다. 저를 압도한 건 그저 아름다운 춤 동작이 아니라 그들의 자신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자신감은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거였는데, 저는 그렇지 못했거든요.


그렇게 벨리 댄스에 홀려서 지내던 중에 카이로에서 새로운 소식이 들렸습니다. 시위가 시작된 지 18일만에, 즉 제가 이집트에 온 지 18일만에 무바라크 대통령이 결국 사임을 결정했다는 뉴스였습니다. 30년이나 장기집권하던 대통령이 18일만에 물러난다고 했습니다. 이집트 국민에게는 승리의 소식이었지만, 저에게는 드디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카이로의 공항이 열린 걸 확인하고 비행기표도 다시 확인했습니다. 축하 파티를 위해 자라의 가족과 후루가다의 제일 큰 쇼핑몰로 갔습니다. 먼저 벨리 댄스 의상을 파는 곳에 들렀습니다. 가장 먼저 집어든 건 힙스카프였습니다. 고급 동전이 달려 맑고 경쾌한 소리를 낸다는, 제일 비싼 힙스카프를 골랐습니다. 이제 치마와 탑을 골라야 했는데요.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 입어보는 벨리 드레스가 민망하기도 했지만 더 큰 문제는 맞는 사이즈가 없다는 겁니다. 이집트 여성, 특히 벨리 댄스를 즐기는 여성과 저는 체형이 달라서 가장 작은 사이즈도 제게는 너무도 컸습니다. 성인용은 안 되겠으니 아동용을 입어보라는 굴욕적인 소리까지 들었네요. 결국 아동용을 입어봤지만 다행히도(^^) 아동용은 너무 작더군요. 어쩔 수 없이 가장 작은 성인 사이즈를 집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수선하면 된다고 우기면서요.

자라 가족과 눈물로 이별한 후에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하루 하루 지날수록 ‘이렇게 이집트에 눌러 앉는 건가?걱정했는데요. 포기하지 않고 싸운 이집트 국민들 덕분에 저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휴가가 끝나자 마자 벨리 댄스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알아봤습니다.

벨리 댄스 첫 도전은 다음 시간에 이어집니다.

 

봄인 듯 아닌 듯한 날들이 이어지네요. 이제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해도 될까요?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 보내세요~^^

 

  

* 힙스카프: 동전 모양의 장식이 달린 스카프로 벨리 댄스를 출 때 엉덩이에 두른다. 골반을 움직이는 동작을 하거나 몸을 크고 빠르게 움직일 때 동전이 흔들리고 부딪히며 소리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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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기 연구원 이경종님의 첫번째 책 <개발자 오디세이아>가 출간되었습니다‘소프트웨어 개발 문화 전문가’를 꿈꾸는 저자의 치열한 성찰의 결과물이자더 나은 개발자의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연구한 수년 동안의 항해일지라고 합니다개발자로서 어떻게 성장 맵을 그려나가야 할지 막막하거나 아무 생각없이 프로젝트 톱니바퀴에 허우적대고 있는 분들을 위한 책입니다기술과 사람그리고 나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에 동참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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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애니어그램 연구소 수희향 대표의 7번째 신간 <헤라클레스가 에니어그램을 알았더라면출간 소식을 전해드립니다마음편지에서 짧게나마 소개해드렸던 내용으로 신화 속 영웅의 모험 이야기에서 현대인들의 어떤 모습을 발견한 건지 궁금하셨던 분들도 있으실텐데요드디어 9가지 영웅유형의 전체 스토리를 볼 수 있습니다작금의 시대에 서로의 다양성을 어떻게 수용하고자기성장 및 관계 개선을 이루어 갈지 이 책을 통해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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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성장인문학연구원 정예서 원장이 <치유와 코칭의 백일쓰기 41기를 모집합니다‘나’ 를 글로 쓰기나를 향한 백 개의 질문나아가 책쓰기를 통해 나를 찾아 가는 치유와 코칭의 백일쓰기로 ‘나의 신화 완성하기’ 과정입니다삶을 전망하는 방향성이 선명해집니다혼자 습관 만들기가 어려운 분이나 한 가지 일을 시작해 마무리 짓지 못하던 분글쓰기를 통해 꿈을 키우는 여정에 함께 갈 분들의 도전 기다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9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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