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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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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4일 23시 00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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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s 용기충전소


실패해도 절대 안전함


모두가 실패를 두려워하고 전전긍긍할 때, 실패를 찬양하는 나라가 있습니다. 이곳에선 시도하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하고, 엉터리라도 자꾸 해보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고 여기기 때문이죠. 직업의 경계도 매우 흐릿합니다. 버스운전사가 어느날 IT 기술자가 되고, 또 체스를 두던 사람이 어느 날 작곡가, 금융가, 작가가 되기도 합니다.

행복을 찾아 1년 동안 세계여행을 했던 미국기자 '에릭 와이너'에 따르면 ‘아이슬란드’가 그렇습니다. 아이슬란드 인들은 유난히 실패에 관대한데 찬양하기까지 할 정도입니다. 시도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며, 실패하더라도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아이슬란드는 와이너의 표현에 따르면 파리똥만큼 작은 나라로, 고작 32만명의 인구뿐인데 일년 내내 수많은 축제가 벌어져 사람들을 놀라게 합니다.
 
이 자그마한 나라에 예술가와 작기 비율이 다른 어느 곳보다 높습니다.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  '라루스'라는 유명 음반프로듀서가 이렇게 답합니다. 

"실패 때문입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실패가 낙인이 되지 않습니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실패를 오히려 찬양하죠."
 
아이슬란드에선 실패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습니다. 미국이나 다른 곳에선 실패해도 좋은 건, 그 결말이 성공으로 이어질때만입니다.  차고에서 볼품없이 사업을 시작했던 창업가의 이야기가 빛을 발하는 건, 그들이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즉, 실패는 성공을 더 달콤하게 해주는 에피타이저같은 역할이죠. 하지만 이곳 아이슬란드에선 실패가 메인코스입니다. 이곳 사람들을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시도하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한 일이며, 설사 실패했다 하더라도 유럽식 사회복지제도 덕에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이 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아이슬란드에는 마음내키는 대로 노래도 부르고, 글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이렇게 자유분방한 태도 덕분에 아이슬란드 예술가들은 엉터리 작품을 많이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를 기꺼이 인정합니다. 하지만 엉터리가 없으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도 없죠. 실제로 아이슬란드는 인구 대비 저술가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로 꼽힙니다. 1권 이상 책을 출간한 작가가 인구의 10%나 된다고 합니다. 대단하죠? 그래서 에릭 와이너는 아이슬란드를 '거듭난 사람들의 나라'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와이너가 어떤 아이슬란드 사람에게 묻습니다. “만약 실패하면 어떻게 하나요? 더 이상 재기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요?”  그러자 그 아이슬란드 사람이 이렇게 답합니다.

 "블랙홀에 떨어지는 걸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블랙홀 같은 건 존재하지 않으니까." 


실패투성이 삶도, 아이슬란드라면 과연 리셋이 될까?

이런  아이슬란드의 '실패찬양'이 멋져보여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그녀는 완벽한 실패자였습니다. 아니,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소설가의 꿈을 안고 30년동안 신춘문예에 도전했지만 번번히 떨어졌고, 세 아이를 낳았지만 결혼생활은 10년만에 파경을 맞았으며, 심지어 노안이 와서 글을 쓸 수 없어 절필했습니다. 결혼, 일 꿈 모든 것에서 실패했다는 생각에 죽을까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일단 아이슬란드로 떠나기로 합니다.

히치하이킹과 캠핑만으로 71일간 아이슬란드 곳곳을 누비며 대자연과 자신을 마주합니다.
한번은 현지에서 만난 할머니와 얘기나누며, 자신은 실패한 삶을 살았다고 고백합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이렇게 말하죠.

"당신은 쓰고 싶은 글 쓰면서 살았잖아요. 그랬으면 됐지."

그는 실패를 찬양하는 아이슬란드를 죽을 만큼 걸어다니며, '실패해도 괜찮다'는 걸 온몸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동안 아무것도 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한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인생에는 실패가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리고 이런 작은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순간 순간 잘 놀아야지, 뭐가 되려고 아득아득 애쓰지 말고."

그녀는 한국에 돌아와 다시 글을 썼고, 32곳의 출판사에서 퇴짜맞고 33번째 출판사에서 자신의 여행기를 담은 <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어떤 책)을 냅니다.  

“여행 뒤 내 인생이 실패했다는 생각이 사라졌어요. 실패나 성공 그런 잣대로 내 인생을 재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우리는 성공으로 이어진 실패만 찬양하죠. 아이슬란드인들은 결론까지 실패로 이어져야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 나라 사람들은 지금 뭘 하는지에 의미를 두더군요.”

실패해도 괜찮다는 아이슬란드와,
그곳에서 실패를 만끽하고 돌아와, 실패자로서 다시 일어선 어느 작가.
그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패해도 정말 괜찮다면, 그러고도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을 수 있다면.
실패, 성공의 두려움 따위 없이 지금 이 순간 순간을 즐길 수 있다면,
그럼 난 뭘 하게 될까? 그리고 오늘 하루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 '

여러분이라면, 뭘 하실 건가요?  듣고 싶네요 :)



*참고
<행복의 지도> 에릭 와이너, 웅진지식하우스, 2008
"깡으로 한 '71일 이국땅 히치하이킹 여행'이 삶 바꿨죠" 한겨레신문, 2017.4.18
<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 강은경, 어떤책,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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