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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21일 04시 03분 등록


모든 것에는 영혼이 있습니다. 그러니 그것을 여성적인 또는 남성적인 것으로 구분할 필요가 없지요. 우리는 그저 성차별로부터 자유로운 선택을 하면 됩니다

- Eshan(남성 벨리 댄서)


Male Belly Dancer.jpg


그림 출처: https://tgme.org/2017/02/egypt-male-belly-dancers-break-taboos/



이스탄불에서의 하루는 단순했습니다. 느지막이 일어나 숙소에서 전날 사온 빵이나 파스타로 아점을 먹습니다. 천천히 준비하고 나온 뒤에는 아야 소피아 같은 관광지를 다녀오거나 바자르(시장)를 둘러봅니다. 오후 늦게 배가 고파지면 이른 저녁으로 발륵 에크멕(고등어 샌드위치) 같은 길거리 음식을 먹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렇게 하루를 마치냐고요? 아니 이제부터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됩니다. 관광지나 시내를 다닐 때는 편한 복장에 운동화를 신고 다녔는데,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는 예쁜 옷에 굽이 높은 구두로 갈아 입었습니다. 누가보면 데이트라도 하러 나가나 싶었겠지만 그렇게 차려 입고 벨리 댄스 공연장을 갔습니다. 제가 무대에 서는 것도 아니었고 드레스 코드가 있는 공연장도 아니었지만 왠지 그 정도는 꾸며주는 게 댄서들에 대한 예의 같았네요

신선했지만 조금은 의아했던 첫 터키식 벨리 댄스 관람 후 두번째 날. 그날은 여러 종류의 벨리 댄스를 모은 공연이었습니다. 이집트에서 봤던 춤만 벨리 댄스인 줄 알았는데, 벨리 댄스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었고, 그에 따라 의상도 다양했습니다. 이집트에서 추는 춤은 이집션(Egyptian)이라고 불리는 벨리 댄스의 한 종류라는 것도 그 때 알았네요. 물론 벨리 댄스는 이집트에서 유래됐고, 이집션 댄스가 오리지널(전통)이라고 분류됩니다.

독무와 군무, 칼이나 베일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순서가 지나고 드디어 남성 벨리 댄서의 순서가 되었습니다. 사실 남자가 벨리 댄스를 추는 걸 보는 게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그 전에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자 코미디언이 추는 걸 봤는데요. 거대한 배를 깜짝 놀랄 정도로 유연하게 움직이긴 했지만, 그가 배를 드러내고 춤을 추는 상황 자체를 한 편의 코미디로 만들 뿐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왠지 남자가 여자의 춤을 춘다는 코믹한 상황이 펼쳐지지 않을까 우려가 됐습니다.

그런데 저의 우려는 말 그대로 기우였습니다. 그의 춤은 전혀 웃기지 않았습니다. 멋진 복근이 있는 배로 추는 웨이브와 쉬미(배꼽 떨림) 등의 동작은 여자 댄서들의 움직임과는 다른 의미에서 우아함과 힘이 넘쳤습니다. 근육이 너무나도 정직하게 움직였기 때문에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던 동작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세계적으로 알려진 벨리 댄스 마스터 중에는 남자들도 꽤 있었습니다. 현재 저의 선생님의 선생님도 이집트 남자 벨리 댄서였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여전히 남자 벨리 댄서에 대한 편견이나 조롱도 있습니다. 저 또한 처음에는 우려를 가장한 편견으로 가득찼었지요. 하지만 실제로 그들의 춤을 보면 편견이든 조롱이든 아니면 우려조차도 쓸데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집트에서 처음 벨리 댄스를 봤을 때처럼 감동을 받았고, 역시나 이스탄불에 있는 동안 매일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내친 김에 1주일 일정의 워크샵도 참여하려고 했습니다. 벨리 워크샵은 5일 동안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수업을 하고, 여섯째날은 바자르를 방문해서 옷과 장식품, 도구를 산 뒤에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촬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날은 그동안 배운 춤으로 공연을 한다고 합니다. 물론 정식 공연은 아니고 관광객 용 식당에서 전문 댄서가 공연하는 중간에 꼽사리로 끼어드는 겁니다만그게 어딘가요. 첫 공연을 터키에서 하다니…!

하지만 안타깝게도 비수기라 인원이 안 차서 제가 이스탄불에 머무는 동안은 워크샵이 없다는 답만 들었습니다. 개인 지도는 가능하다고 했는데요. 당시에는 그 정도의 열정과 금전적 여유가 없었기에 아쉽지만 포기했네요. 다만 혼자서라도 예쁜 의상을 사고 싶어서 바자르를 여러 번 갔는데, 어쩐일인지 갈 때마다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려서 그냥 나오고 말았습니다. 아마도 엄청난 규모의 시장과 상품들에 압도돼서 그랬던 게 아닌가 합니다.

열흘 간의 이스탄불 여행을 마치고 카파도키아(Cappadocia)로 떠나던 날. 워크샵도 못하고, 옷도 못산 게 어찌나 안타깝던지요. ‘꼭 이스탄불로 다시 돌아오고야 말겠어!’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짐은 정말 빨리 이뤄졌습니다


갑자기 아주 더워졌지요. 그래도 저녁에는 아직 쌀쌀하네요. 건강한 한 주 보내세요. ^^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출간소식] 『오늘부터 쓰면 된다』 유인창 저
타고난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며 하고 싶은 말을 글로 펼칠 용기를 내지 못한다. 내 일상을, 내 이야기를, 내 지식과 경험을 글로 쓰고 싶은데 말이다. 타고나지 않은 글재주를 탓하면서 머뭇거리지 말자.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누군가 들어주었으면 하는 말이 있다면 일단 써보자. 좋은 글쓰기를 위한 방법을 『오늘부터 쓰면 된다』에 담았다

http://www.bhgoo.com/2011/860648


2. [출간소식『어느날 갑자기 가해자 엄마가 되었습니다』 정승훈 저

2015, 중학교 3학년 아들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소년재판까지 받았던 경험을 계기로 상담사로 활동하게 된 저자 정승훈의 수기입니다. 학교폭력 가해자 부모가 쓴 이 책은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특수폭행(집단폭행) 가해자가 되고, 아이와 함께 학교폭력위원회, 경찰서, 검찰청, 법원까지 거치며 겪은 경험과 그 이후 학교폭력 상담사로서 학교폭력 당사자와 그 부모들과 상담을 하면서 깨달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학교폭력 피해자들과 목격자들을 위한 정보도 자세히 담고 있습니다

http://www.bhgoo.com/2011/8598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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