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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28일 19시 37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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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 신사임당, 이 세 명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모두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이들은 매번 같은 옷을 입고 대중 앞에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놀랍지 않은가?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검은 목티와 청바지 뉴발란스 운동화를 신는다. 페이스북 CEO인 마크 주커버그는 늘 회색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 


마크 주커버그는 왜 매번 같은 옷을 입느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입을 옷을 고르는 것은 집중력을 흐트러트릴 뿐입니다. 그 에너지를 좀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데 쏟고 싶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항상 검은 색 티셔츠에 청바지와 운동화를 신는 이유도 편의성과 이미지 메이킹 때문이었다. 내가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유튜버 신사임당도 거의 모든 영상에서 검은색 상의만 입고 나온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반팔인가 긴 팔인가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가 매번 검은색 상의만 입는 이유에 대하여 그에게 직접 확인한 적은 없지만 아침마다 어떤 옷을 입을지 뇌가 의사결정하며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을 싫어하거나 아니면 그만의 퍼스널 브랜딩 전략일 수도 있다. 나중에 그를 만날 일이 있다면 꼭 이유를 듣고 싶다. 


이렇게 일상 속에서 사소하게 결정해야 할 일들을 자주 마주치게 되면 뇌의 피로가 쌓여서 즉 배터리가 방전되어 정작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쓸 에너지가 남지 않게 된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창시한 인지 과학자 대니얼 러비틴은 그의 책 <정리하는 뇌>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우리의 뇌는 하루에 특정 개수만큼의 판단만 내릴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그 한계에 도달하면 중요도에 상관없이 더 이상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우리 뇌에서 판단을 담당하는 신경 네트워크는 어느 판단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는 따지지 않는다. 사소한 결정들도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처럼 동일한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출근할 때 어떤 옷을 입을까? 또는 중요하지 않은 내용의 친구의 카카오톡에 지금 대답할까 나중에 할까? 등 사소한 의사결정들도 뇌의 한정된 에너지를 낭비하게 하는 주범인 것이다. 


게리 켈러의 <원씽>에는 인간의 의지력이 이스라엘 가석방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연구팀은 10개월 동안 여덟 명의 심사관들이 맡은 1,112건의 가석방 심사를 세심히 분석했다. 심사관은 각 측의 주장을 듣고 약 6분 내에 의사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리고 하루에 단 두 번 오전 간식과 늦은 점심식사 시간만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심사가 처음 시작되는 오전과 두 번의 휴식시간 직후에는 가석방 승인율이 65%에 달했지만 휴식시간 직전에는 가석방율이 0%에 가까웠다. 심사관들도 시간이 지날 수록 에너지가 떨어지면 각 측의 주장에 상관없이 그들의 판단 기본값인 가석방 불가로 돌아간 것이다. 

이 연구 결과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게리 켈러도 이 책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의지력은 사용하면 소모되는 연료와 같다. 따라서 하루라는 시간을 투자해 최고의 성과를 얻고 싶다면 의지력이 떨어지기 전에 당신의 가장 중요한 일, 그 한가지를 일찍 해치워라' 


그래서 나도 새벽에 일어나서 나의 가장 중요한 일인 습관을 가장 먼저 실천한다. 나의 습관 3가지 중 글쓰기와 책 읽기란 습관 2개를 미리 실천하는 것이다. 솔직히 새로운 도전이 넘쳐나는 회사 업무로 인해 직장에서 8시간 이상 에너지와 의지력을 쏟아 붓고 퇴근한 후에 무언가를 집중해서 실천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쉽지 않다기 보단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더 적합한 것 같다. 그만큼 우리 하루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넘쳐 흘러난다. 제길. 그게 또 인생의 묘미 아니겠는가? 

나뿐만 아니라, 습관 프로그램에 참가중인 사람들도 '하루 중 언제 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좋은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나는 정성을 담아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정답은 없습니다. 각자 스케줄에 따라 잠들기 전까지만 실천하면 되는데요. 한 가지 제가 터득한 지혜는 아침 일찍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성공 확률이 높다는 것이에요. 그 이유는 바로 우리의 주의력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고갈되기 때문입니다.” 


내심 질문한 참가자가 이스라엘 가석방 시스템의 8명의 심사관처럼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에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면 습관을 지속하지 못할까 걱정되어 이렇게 댓글을 단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댓글에 언급하지 못하고 까먹은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참가자가 습관 실천을 중요한 일이라고 간주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었다. 

만약 참가자가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택시를 탈까 아니면 지하철을 탈까? 정도로 습관 실천을 사소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나의 조언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꼴이 된다. 그러니 습관을 통해 변화에 성공하고자 한다면 기본적으로 습관 실천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그런 마음의 준비가 단단히 되어 있을 때, 될 수 있으면 아침 일찍 습관을 실천한다면 습관에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아질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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