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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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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2일 23시 58분 등록


용기충전소

스프레차투라 정신

얼마 전,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라는 재밌는 단어를 알게 됐습니다.

이탈리아 말로 '경멸하다, 무시하다'는 뜻이 있는데, 르네상스를 거치며 '어려운 일을 쉬운 것처럼 해내는 능력, 세련되고 우아하게 다루는 능력'으로 뜻이 진화했습니다. 이탈리아인들은 이런 스프레차투라 정신을 중요하게 여겨,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라 해도, 힘 안 들이고 구사하는 것처럼 다뤄버리는 걸 미덕으로 삼았습니다.  

이탈리아에 역사에 유독 많은 천재들이 등장한 것도 바로 이런 스프레차투라 정신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들은 아무리 어려워도 어렵다는 티를 내지 않고, 어떤 어려움을 만나도 가볍게 무시해버립니다.  천재적 화가로 꼽히는 라파엘로가 그렇습니다. 그는 누가 작품을 의뢰하면 별거 아닌 듯 쓱쓱 그려내었다고 합니다. '무심한 듯 하지만 세심하게, 유유자적하면서 능수능란하게'가 스프레차투라 정신입니다.

사실 무언가를 창작하고, 만들고, 연구하는 행위는 엄청난 집중력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힘들고 외로운 과정이죠. 하지만  르네상스 예술가들은 작품이 탄생하는 힘든 과정은 일부러 보여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걸작을 대면하는 순간에 우러나는 경외감이 훼손되지 않기 위해서죠. 이처럼 우리가 천재라고 말하는 이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나는 노력을 하고, 완벽한 결과물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고민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는지는 보여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저 그들의 결과물에 감탄하고 경외감을 표할 뿐입니다.

제가 스프레차투라 정신을 가장 많이 느낀 것은 바로 TED 강연에서였습니다. TED는 기술 (Technology),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디자인 (Design)의 줄임말로 세계 최고의 강연을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합니다. 인기있는 강연은 조회수가 수 백만을 자랑합니다. 강연자들을 보면 하나같이 너무 자연스러워, 마치 즉흥적으로 무대로 뛰어올라 한 편의 공연을 하는 것처럼 보일 지경입니다. 저는 그들의 자신감과 자연스러움은 타고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들도 무대에 오르기 전 몇 달 동안 치열하게 내용을 구성하고 몇 십번이고 연습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자연스러움은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이미 수 백번의 연습과 철저한 준비를 통해 몸에 익어서 저절로 흘러나온 것이었습니다.

프레젠테이션 달인으로 꼽힌 스티브 잡스도 마찬가집니다. 1970년대 그의 인터뷰 장면을 보면 초조해하고 어색하기 짝이 없지만, 2000년대 그의 프레젠테이션을 보면 물흐르듯 자연스럽습니다. 누워서 떡먹는 것처럼 쉬워보일 지경이죠. 스티브 잡스가 수십년 간 프레젠테이션 연습을 치열하게 한 것은 유명합니다. 그런 부단한 노력 끝에 아무렇지도 않은 경지를 이루어낸 걸 보면, 그도 스프레차투라를 알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저는 이와 반대입니다. 힘들게 한 일이 있으면, 꼭 티를 냅니다. 누군가는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지만, 사실 그냥 징징거린 거였죠. ㅎㅎ 그래서 이 스프레차투라가 엄청 끌립니다. 제 삶에 장착해보고 싶습니다. 견디기 어려운 순간이 오더라도 힘들다고 징징거리는 대신, "이까이꺼~밸 거 아냐!" 무시해버리고 계속 간다면 어떨까? 상상해봅니다. 왠지, 정말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이 스프레차투라를 내 삶에 적용한다면, 어디에 가장 적용해보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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