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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5일 08시 09분 등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심장은 늘 이스탄불에 있습니다


- Khitam Bajalan



Dancers in Hodjapasha.jpg



그림 출처: https://www.hodjapasha.com/en/wp-content/uploads/beyaz-gul-11.jpg



열흘만에 다시 돌아온 이스탄불. 이번에는 숙소를 아예 벨리 댄스 전용 극장 옆에 있는 호텔로 잡았습니다. 지난번에는 공연이 끝나자 마자 차가 끊길까 봐 서둘러 집에 가야 했는데요. 이번에는 공연이 끝난 후에 차 끊길 걱정 없이 여운을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피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낮에는 호텔에서 쉬다가 저녁에만 나와서 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공연시간보다 미리 가서 프로그램 북도 찬찬히 읽어보고 공연장 밖, 벽에 걸린 사진과 안내문도 구경했습니다. 표를 받는 직원은 열흘만에 돌아온 저를 알아봤습니다. 반가워하며 여러 종류의 공연이 담긴 CD도 무료로 주더군요. 다시 돌아오길 잘 했네요. ^^

이미 여러 번 봐서 익숙해진 공연이었지만 다시 봐도 재미있었습니다. 처음에 볼 때는 그저 감탄만 했다면 이번에는 동작도 분석하고 각 댄서들의 역량을 평가할 여유도 있었습니다.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어떻게 저런 동작을 저렇게 쉽게 할까!’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건 여전했지만요

인터미션이 되자 밖으로 나와 차를 마시며 다시 천천히 안내문을 둘러봤습니다. 극장의 역사와 공연 내용, 댄서 등에 대한 정보를 읽고 있는데, 친근한 말이 들려왔습니다. 다소 어색하긴 하지만 알아들을 수는 있는 우리말로 누군가 말을 걸었습니다. 한국사람인 것 같아 반갑다며 말을 건 그는 터키인인데 우리나라 대학교에서 유학을 했다고 합니다. 졸업 후에도 몇 년간 일을 해서 나름 유창한 한국말을 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그 전날에도 공연장에서 저를 봤다고 하는데요. 관광객용 쇼가 아닌 공연을 보러 오는 한국인은 드문데도 두번씩이나 온 걸 보며, 제가 이스탄불에 거주하거나 혹은 벨리 댄스 관계자가 아닌가 묻더군요. 둘 다 아주 틀린 것도 그렇다고 맞는 것도 아니어서 얼버무리는데 인터미션이 끝났다고 합니다.

대화를 마치고 다시 공연장으로 들어갔습니다. 후반부 역시 분석과 평가와 감탄을 반복하며 재미있게 봤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댄서들과 사진도 찍고 여운을 즐기려고 하는데 아까 그 터키인이 다시 말을 걸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는 벨리 댄스 전용 극장의 관계자라고 했습니다. 댄서들과도 친하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는 제가 벨리 댄스에 관심이 많아 보이는데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차나 한잔 하자고 하더군요. 아직 이른 시간이고 숙소도 바로 옆이라 아래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국에서 벨리 댄스를 배웠고 지난번에 워크샵에 참여하려 했지만 비수기라서 못했다는 얘기를 했는데요. 제가 원한다면 댄서를 소개시켜줄 수도 있고, 싼 금액에 개인교습도 주선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게 웬 떡인가요. 사실 다음날 런던으로 가야했지만 항공편을 취소하고 이스탄불에 더 머무를까 했습니다. 그게 다였다면 말이지요. 그런데 그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벨리 댄서로서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지, 얼마나 멋진 벨리 댄서가 될지를 유창한우리말로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나 몸치라고요. 내가 춤추는 걸 본적도 없으면서….’라고 더 유창하게 얘기했지만 못 알아 들었던 걸까요? 다시 꿈 같은 이야기를 하는 순간 느꼈습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 같았으니까요. 조금 다른 버전이지만 한국말을 잘하는, 한국인만을 노리는 사기꾼들 말입니다. 보통은 관광지나 식당 같은 곳에서 걸려든다고 했기에 그런 곳에서는 늘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어서 괜찮았는데요. 이런 곳에서 걸려들다니내일 일찍 이스탄불을 떠난다며 단호하게 제안을 거절하고 자리를 떴습니다

정말 관계자일 수도 있잖아. 좋은 기회를 발로 찬 거 아닐까?’ ‘정신 차려. 그냥 사기꾼이야.’ 두가지 생각이 다퉜지만 이성의 힘이 더 컸습니다. 다음날 이스탄불을 떠났고, 예정대로 런던을 거쳐 지브랄타에 도착해 친구네 집에 갔습니다. 말이 통하는 의사가 있는 병원에 갔지만 알레르기의 원인을 발견할 수는 없을 거라며 검사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냥 꾸준히 약을 먹으며 예방할 수 밖에 없다고 해서 약만 처방 받아 왔네요. 다행히도 약을 먹어가며 여행은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이스탄불을 다시 간 적은 없습니다. 다시 갈 때는 사기꾼이 아니라 진짜 관계자의 도움으로 그곳의 무대에 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럴려면 아주 오랜 뒤에나 가야겠네요. ^^  


이스탄불에 간다면 관광객용으로 지나치게 상업적인 벨리 디너댄스쇼 공연보다는 벨리전문관에서 공연을 보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독자님이 혹시 갖고 있을지 모르는 벨리 댄스에 관한 모든 편견을 깨트리는 공연을 볼 수 있을테니까요. 그곳의 이름은 호자파샤 문화센터(Hodjapasha Culture Center: https://www.hodjapasha.com) 입니다. 이스탄불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아야 소피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까 낮에 아야 소피아에 들렀다가 저녁에 가는 걸 추천합니다. 댄스에 별 관심이 없다고 해도 터키의 전통 목욕탕, 하맘(hamam)이 이렇게 근사한 공연장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라실 겁니다. 글래디에이터의 주인공 러셀 크로우와 골디 혼, 커트 러셀 부부도 왔었다는데요.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번주도 건강한 한 주 보내세요. ^^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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