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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12일 09시 23분 등록

 


아무것도 하기 싫을 만큼 힘들다면 기상 후 이불정리부터 해 보세요.”

- 이범용 작가의 글에서 재인용


Shall We Dance.jpg

그림 출처: 영화 <쉘 위 댄스?(Shall We Dance?)> 중에서

 

처음 여행을 시작할 때 계획은 4개월 정도였습니다. 파리의 친구집에서 한달 머문 뒤에 3개월 정도 여행을 하고 돌아오려고 했지요. 하지만 며칠 더 머물고 싶은 곳이 늘어나고 두드러기 때문에 일정이 꼬이면서 여행기간이 길어졌습니다. 결국 약을 먹어가며 계속한 끝에 6개월 뒤에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원래 계획은 여행을 하며 휴식 기간을 가진 뒤에 다시 취업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돌아오자 마자 취업 컨설턴트에게 연락을 하고 실업급여를 신청하고 이력서를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영문 이력서를 본 컨설턴트는 지금껏 자기가 봤던 영문 이력서 중에 가장 잘 썼다며 손 볼 곳이 없겠다고 하더군요. 일하고 싶은 회사에 대해 말했더니 학력과 경력이 모두 잘 맞을 것 같다며 별 어려움 없이 다시 취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당연하지요. 저도 그럴 거라 생각했기에 6개월 전에 당당히 사직서를 던지며 나왔으니까요. 몇 개의 제안 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곳을 골라 지원했습니다. 그곳에서 원하는 경력, 능력, 요구사항 등이 모두 저의 이력서를 보고 베끼기라도 한 듯 잘 맞았습니다. 벌써 채용이라도 된 듯 그 회사의 분위기와 일, 상사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왔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이 넘게 연락이 없었습니다. 제가 먼저 전화를 해봤는데 조금 늦어지는 것 같다며 걱정말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다시 일주일이 지난 후에 연락을 해봤는데요. 컨설턴트는 어렵게 대답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포지션과 딱 맞고 다 좋은데 나이가 좀 많아서 안 되겠다고 하네요. 상사될 분이 나이가 더 어려서 부담스럽다고…”

뭐 그럴 수도 있지, 거기만 회사도 아니고…’ 딱 맘에 드는 곳이어서 아쉬웠지만, 일자리는 많이 있으니까요. 다른 몇 곳에 더 지원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면접도 아니고 서류 통과조차 안 되는 것이 이해가 안 됐습니다. 컨설턴트 말 대로 요구사항과 제 이력이 딱 맞는 곳만 지원했기 때문이지요. 다시 한번 컨설턴트를 찾아갔습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별 어려움 없을 거라던 컨설턴트. 그의 말 대로 저의 능력이나 경력은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나이라고 하네요. 다들 제가 나이가 많아서 꺼렸고, 조금 부족하더라도 어린 사람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상상도 못했던 문제였습니다. 이건 그동안 제가 극복했던 문제들과는 차원이 달랐지요. 문제를 알아도 풀 수 없고,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해결책이 없는 문제에 부딪히자 좌절했습니다. 좌절감에 빠지니 곧 무기력해졌습니다. 더 이상 구인 공고를 찾는 것도, 거기에 맞춰 이력서를 고쳐 쓰는 것도 싫었습니다. 어차피 안 될 것 같았으니가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너무 우울해져서 안 될 것 같다 싶던 날, 뭐라도 해야할 것 같던 어느 날,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여행하며 찍었던 사진을 다시 봤습니다. 여행지의 멋진 풍광을 보며 기운이 나기도 했지만, 그 때와 너무 다른 상황에 더 우울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터키의 호자파샤 문화센터에서 찍었던 사진과 영상을 봤습니다.

‘뭐라도 하긴 해야하는데... 벨리 댄스라도 배우러 다니자.’

이번에는 구인공고가 아니라 근처에 벨리 댄스 학원을 검색했습니다. 세 군데 정도가 있는데 가장 가까운 곳부터 먼저 방문했습니다. 집에서 1.6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첫번째 학원은 걸어서 가기에 적당한 거리였습니다. 가는 길에 큰 공원도 있어서 들러서 운동하기도 좋을 것 같았지요. 학원은 시장 입구의 오래된 건물 2층에 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일본 영화 쉘 위 댄스?’에서 본 것 같은 다소 촌스럽고 좀 허름한 것 같은 스튜디오였습니다. 그 전의 저라면 그냥 문 닫고 바로 나왔을 것 같은데요. 밝게 인사하는 젊은 강사가 왠지 끌렸습니다. 서른을 갓 넘긴 강사는 자신의 춤 철학대로 가르치고, 학원을 운영하고 싶어서 독립했다고 합니다. 유행을 좇아 가요, 트롯 등에 맞춘 국적 없는 춤이 아니라 이집트의 감성을 담은 진짜 벨리 댄스를 가르치고 싶다고 합니다. 그동안 문화센터에서 가요에 맞춘 춤을 배우고, 초급에서 넘어가지 못하는 게 아쉬웠던 제게는 반가운 소리였습니다. 한시간 정도 서로의 춤 철학과 경험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눈 후 바로 등록했습니다. 겉모습은 허술하지만 내면은 진정성으로 가득 찬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 왔거든요. 그리고 제 느낌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비가 오락가락 하네요. 아직 장마가 끝나지 않았나 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 보내세요. ^^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출간소식] 『오티움』 문요한 저
 '
오티움ótĭum'은 라틴어로 '내 영혼을 기쁘게 하는 능동적 휴식'을 말합니다저자는 몇년 간운동, , 공예, 사진, 글쓰기, 그림, 가드닝, 악기연주, 명상, 봉사 등 능동적 여가활동을 즐기는 약 40 여명의 사람들을 심층인터뷰했습니다.    
'
자력自力의 기쁨' , 오티움으로 사는 건강한 이들은 자기세계로 초대합니다

http://www.bhgoo.com/2011/861866

 

2. [출간소식] "인생에 답이 필요할 때 최고의 명언을 만나다" 김달국 저
'
에머슨, 쇼펜하우어, 니체, 틱낫한, 안셀름 그륀, 발타자르 그라시안, 오쇼 라즈니쉬, 크리슈나무르티, 칼릴 지브란, 톨스토이' 삶의 길을 찾기 위해 철학자, 사상가, 종교인 등 10인의 스승을 만나다작가의 해석과 삶의 지혜를 덧붙인 167개의 보물을 담고 있다. 너무 짧지 않은 글에 진지한 생각거리와 깊은 지혜가 담겨 있어 곁에 두고 읽기 좋은 책입니다

http://www.bhgoo.com/2011/861692#2

 

3. [프로그램] '내 인생의 첫 책쓰기' 18기 모집
9
년동안 책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오병곤 연구원이, 하반기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인생 반전을 위한 6개월의 책 쓰기 프로젝트>라는 부제로 운영됩니다. 제대로 글을 써보고 싶거나 좋은 책을 출간해보고 싶은 분이라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bhgoo.com/2011/8617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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