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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19일 21시 01분 등록

작년 가을의 일이었다. 소통문화 향상이란 주제로 외부 강사를 초빙하여 팀 동료들과 워크샵을 기획했었다. 생각보다 준비할 일이 많았다. 팀장 승인도 받아야 하고 강사 섭외를 위한 추가 예산도 받아야 했다. 그리고 교육장도 미리 예약을 해야 했다. 다른 일에 비하면 교육장 예약은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간단한 일이 나의 뒤통수를 칠 줄이야 꿈에도 몰랐다.



뒷목잡기.PNG


 

교육장 예약을 위해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그녀는 사무적으로 교육 일정과 내용을 포함한 상세 정보를 이메일로 보내라고 요청했다. 이메일을 보낸 후 통화를 했더니 예약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당황스러웠다. 이유를 물으니 교육장에서는 워크샵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답변이었다. 내가 교육장 사용 신청을 보낸 이메일 제목이 <소통 문화 향상을 위한 워크샵>이었는데 이 제목이 논란의 대상이었다


한숨이 나왔다. 그렇지만 차근차근 설명했다. 외부 강사를 초빙하여 팀 소통문화를 향상하기 위한 교육을 받는 3시간짜리 강의이니 당연히 교육과 관련된 목적이라고 인내심을 발휘해 설명했다. 교육장 담당자도 납득을 했는지 알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제목을 워크삽 대신 교육이라고 변경하여 이메일을 다시 보내달라고 하여 기쁜 마음으로 제목을 변경하여 재전송했다. 땀이 조금 흘렀었지만 교육장 예약이 일단락되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흘렀다. 교육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체크 리스트를 점검하다가 교육장 예약이란 항목에 눈길이 잠시 멈추었다. 일주일 전에 전화까지 해서 워크샵 대신 교육이라고 제목까지 수정해서 이메일을 다시 보냈으니 예약이 되어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런데 자꾸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사내 메신저로 교육장 담당자와 다시 확인했다. 그런데 이게 뭔 말인가? 내가 신청한 날에 다른 팀이 이미 예약을 했다는 것이다다급한 마음에 전화를 걸어 이유를 물었다. 담당자는 다시 뜨거운 감자였던 워크샵을 거론했다.

 


"교육장은 교육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이 말을 듣고 말문이 막혔다. 화가 났지만 아쉬운 쪽은 나였다. 만약을 대비해야 했다. 전화기를 오른쪽 어깨와 턱을 이용해 간신히 붙들어 놓고 양손으로 일반 회의실이라도 빈 곳이 있는지 폭풍 검색했다. 교육장 담당자에게 차분히 따지는 일도 잊지 않았다. 분명 워크샵이란 제목을 지우고 소통 문화 향상 교육이라고 보냈다고 그날 일을 상기 시켜 주었다


그녀는 기억난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마지막 프로세스를 내가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취소 되었다는 것이다. 마지막 프로세스라니 그것이 뭐냐고 되묻자 교육장 예약 이메일을 보낸 후 '교육실 예약 확정해 주세요' 라는 전화를 해야 최종 예약이 확정된다는 것이다


제길. 그녀에겐 당연하지만 첫 경험인 나에겐 생소한 프로세스가 생략되어서 교육실 확정이 안 되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녀는 말하지 않아도 내가 당연히 교육장 예약 프로세스를 잘 알고 있겠거니 생각했다고 한다. ‘아니 여보세요? 그럴리가요?’ 라고 속으로만 소심하게 중얼거렸다.



다행히 다른 팀에서 양보를 해 주어 교육은 일정대로 잘 진행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처음부터 교육장 예약 프로세스를 귀찮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해 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교육장 예약 매뉴얼을 제작해서 교육장 예약하는 사람들에게 참고용으로 공유해 준다면 나와 같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기중심성은 다른 사람의 관점이나 필요,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관점, 필요, 입장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특성을 의미한다. 최인철 교수는 그의 저서 프레임에서 자기중심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자기라는 프레임에 갇힌 우리는 의사 전달이 항상 정확하고 객관적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가 전달한 말과 메모,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은 우리 자신의 프레임 속에서만 자명할 뿐, 다른 사람의 프레임에서 보자면 애매하기 일쑤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 들어라하지만 개떡은 개떡이고 찰떡은 찰떡이다. ‘말 안 해도 내 맘 알지?’ 라는 지레짐작하는 나쁜 습관은 제거되어야 할 업무 비효율의 주범 중 하나다


그리고 나의 이해도와 상대의 이해도가 다를 수 있음을 인지하고 사소한 것도 재확인하는 습관을 갖는다면, 좀 더 슬기롭게 직장생활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PS) 그나저나 워크샆과 교육은 의미가 많이 다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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